영화를 보다 잠에 드는 게 이상한가요? [영화]

슬로우 무비(Slow movie)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6.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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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무비(Slow Movie)라는 단어는 다소 생소하다. 이 단어는 공식적으로 영화를 분류하는 장르는 아니다. 슬로우(Slow)라는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장르의 영화는 보통의 영화보다 전개가 느린 영화, 갈등이 적은 영화, 명상이 가능한 영화, 그래서 보다보면 잠이 절로 오는 영화를 말한다. 보통 재미있는 영화란 처음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보게 만드는 영화를 말한다. 반면 슬로우 무비는 너무나 잔잔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다면 스스로에게 대단하다고 박수를 쳐줄지도 모른다. 혹은 영화를 보다가 지루해서 꺼버릴 수도.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이런 영화를 왜 보는거야? 라고 묻는다면, 나의 머리와 마음을 쉬게 만들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고, 슬로우 무비는 이 영화만의 매력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슬로우 무비의 매력은 쉴틈없는 전개, 복잡한 감정선, 섬세한 미장센에서 잠시 벗어나 느리고 조용한 따뜻한 분위기의 이야기 한 편을 듣는 것처럼 영화를 보는 데 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기도 하고, 다음날 자연스레 그 다음을 이어서 보는 영화인 것이다. 슬로우 무비의 대표적인 예로 영화 <안경>을 들 수 있다.

 

 

일괄편집_안경_스틸컷.jpg

 

 

영화 <안경>의 주인공 타에코는 도시를 떠나 바닷가 마을로 여행을 오게 되고, 이곳에서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생활방식의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낯설어하던 타에코는 점차 그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에 적응해가며 자신만의 여유를 찾아 나가는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요모기라는 인물이 시를 읊는 장면이 있는데, 이 시를 통해 이 영화의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헤메지 말고 길을 똑바로 걸어라.

깊은 바다에는 가까이 가지 마라.

따위의 그런 당신 말은 뒤로 하고 왔다.

달빛은 어느 길에나 쏟아진다.

어둠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는 보석처럼 빛난다.

우연히도 인간이라 불리며

이곳에 있는 나.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

무엇과 싸워 왔는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짐을 내려놓을 즈음

좀 더 힘을

부드러워질 수 있는 힘을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무엇이 자유인지 알고 있다.

 

 

한국의 슬로우 무비라면 일본 영화를 리메이크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가 있다.

 

 

일괄편집_리틀포레스트_일본포스터.jpg

 

일괄편집_리틀포레스트_한국포스터.jpg

 

 

원작 영화의 팬들도 만족한 원작의 감성을 한국의 정서로 잘 표현한 영화라고 평가받고 있고, 원작 영화를 좋아하는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리틀 포레스트> 또한 <안경>과 마찬가지로 도시로부터 떠나온 주인공이 시골이라는 공간에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찾아가나며 행복한 일상을 공유하는 영화이다. 원작 영화와 리메이크 영화 모두 자신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거나, 혹은 자신의 삶에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지 생각해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마련해준다. 이 영화들 뿐 만 아니다. 슬로우 무비는 느린 호흡과 큰 공백으로 그 시간동안 관객인 우리에게 여유를 가져다준다. 이 여유를 누리는 동안 바쁘고 지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이다.

 

슬로우 무비 속 주인공들이 대부분 ‘도시’라는 공간에서 벗어난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우리는 도시라는 공간 속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자신만의 행복을 좇기에 도시는 충분한 공간인가? 라는 질문을 슬로우 무비는 던지기도 한다. 영화 속 주인공들은 내겐 이상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단순히 도시를 떠났다는 이유만은 아니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인만큼, 내 삶을 내가 끌고 나갈 수 있도록 가끔은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여유를 가지고 사색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슬로우 무비는 이러한 나의 욕구를 채워주는 영화이다.

 

영화를 보다 잠에 드는 것이 이상한 일인가? 아니다. 영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면 다음에 영화를 다시 이어보고 싶은 날에 다시 이어서 봐도 좋고, 어느 날 보고 싶은 부분만 다시 봐도 좋다. 슬로우 무비는 그렇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은 사람들에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느긋해지는 이 슬로우 무비를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많은 생각에 지치는 기분이 든다면 그대로 잠에 들어도 좋다.



[전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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