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권으로 읽는 연극의 역사 [도서]

글 입력 2020.06.15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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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부터 뮤지컬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에도, 그리고 진학한 후에도 뮤지컬 관련 책을 읽고, 관련 이슈에 관심을 기울이고, 공연 관람도 최대한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뮤지컬과 같은 극예술의 시초인 연극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무 잘 알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장르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기회가 마땅치 않아 아쉬움을 느끼던 중 ‘한 권으로 읽는 연극의 역사’라는 책을 알게 되어 읽어보았다. 다른 연극 관련 서적들과 구별되는 이 책의 특징은 연극 역사와 연극 이론을 한 권으로 쉽게 정리했다는 점이다. 연극은 어떤 예술 장르보다 정치나 역사와의 관련도가 높은 장르이고, 굉장히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장르이다.

 

이 책에서는 정치, 역사적 배경의 변화가 연극사에 미친 영향을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정리되어 있고, 각 시대의 성격에 맞게 출현했던 다양한 연극 이론들을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연극은 정말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위대한 산물이라는 것이 와 닿았고, 극예술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연극의 역사와 이론에 대해 더 깊은 공부가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모든 사람의 향유물이었던 연극


 

먼 과거에는 연극이 국가적인 행사였고, 상당히 중요한 예술 장르였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정치, 종교적인 목적이 강하기 때문에 지금의 연극과 같은 문화 향유의 성격과는 많이 달랐겠지만, 비극경연대회라는 중요하고 큰 행사가 열리고,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연극을 관람하는 모습이 현재 연극의 인식 정도로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특히 그리스 시대에서는 노예 같은 하층민들을 연극 공연에 무료로 입장하도록 했을 정도로 연극이 모든 사람의 향유물이었다는 점이 굉장히 새로웠고 독특한 광경이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통한 관점이긴 하지만, 그동안 만난 주변인 중에서 연극을 즐겨 보는 사람의 수는 손에 꼽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학창 시절을 보낼 때는 특별히 연기, 연극 관련 분야를 전공하기를 희망하는 소수의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연극을 따로 관람하러 가는 경우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

 

서울에서 지내면서도 연극이 뮤지컬에 비해 비교적 가격적 부담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사람은 더 적었고, 실제로 관람의향 정도가 더 작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어서 인지도가 많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온 내용처럼, 연극은 내용이나 주제가 어떻든지 간에 항상 우리 인간에 관한 것을 다룬다. 또한, 연극은 영화나 책과 달리 눈앞에서 살아 있는 배우의 생생한 몸짓과 목소리로 연기하는 것을 보는, 극예술의 특징적인 방식으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이렇듯 연극이라는 장르는 배우들의 생생한 연기와 잘 짜여진 연출적 요소들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인간 자신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사유할 수 있도록 하고, 감정의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에, 인문학적으로 굉장히 가치 있는 예술 분야라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연극이 국가적으로 중요시되는 위치에 있기도 했던 과거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쇠퇴하였다는 사실이 굉장히 안타까웠다.

 

 

 

관객의 역할


 

연극에서 관객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브로케트에 따르면 연극의 기본 요소는 대본, 공연, 관객이다. 관객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선택을 한다. 카메라가 관객이 보아야 할 것을 일방적으로 골라주고 그것 외에는 볼 수 없는 영화와 달리, 연극은 전체의 무대가 항상 보이므로 관객들이 무엇을 볼 것인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가 있다.

 

또한,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공연을 하더라도 관객들의 반응과 관람 분위기도 매번 다르고, 이는 관객의 바로 앞에서 연기를 하는 배우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특징은 부정할 수 없고, 내가 연극과 뮤지컬을 비롯한 극예술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문득 현대의 극예술들은 관객석이 지나치게 경직적인 경우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사진틀 무대’ 혹은 ‘액자틀 무대’라고 불리는 프로시니엄 아치 무대가 대부분의 현대식 극장에서 쓰이게 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프로시니엄 아치 무대는 공연자와 관객 사이를 공간적으로 분리하고 적절하게 관객들의 시야를 가림으로써 관객들의 집중력과 환각성을 증대시키고, 사실성을 부여하는 데에도 크게 이바지했으나,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단절을 야기하기도 한 것 같다.

 

관객 참여형 연극은 관객들과 직접적으로 교류를 하기도 하지만, 진중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연극의 관객석은 관객들이 공연이 진행되는 내내 아무 반응도, 미동도 없이 관람하는 분위기인 경우가 많다. 이런 분위기가 집중도와 몰입도를 높일 수 있기도 하고, 작은 움직임도 다른 관객의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위기가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연극의 3대 요소 중 하나인 관객의 역할이 제한되고 축소되었다는 생각은 들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에 ‘민중즉흥극’이라고 불렸던 ‘코메디아 델라르떼’는 공연 당일 극장의 분위기나 관객의 유형 등에 따라서 연극의 내용이 변하기도 했다고 한다. 경험이 많은 전문 배우들이 확실한 대본 없이 당일의 상황에 따라 즉흥적인 연기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형식의 연극에서는 관객의 역할이 더욱 컸을 것이다. 현대 연극도 구성이나 연출 방식, 무대 형태 등에 변화를 줌으로써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 공연에서 관객의 역할을 제고할 수 있는 시도들이 더 많이 일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로마의 관객들은 자신들이 본 작품에 대해 좋고 나쁨을 거침없이 토론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평가란 절대적일 수 없어서 같은 작품에 대해서 사람에 따라, 시대에 따라 평가가 천차만별일 수 있고, 옳고 그름을 따지기도 어렵다. 때문에, 연극 공연에 대한 각각의 다양한 평가와 의견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많이 개발되고 활성화되면 공연이 끝난 후에도 관객이 공연의 일부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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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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