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반복되는 일상, 해방을 찾는 우리: 매거진 an usual 8호 '퇴근, 퇴사, 퇴짜' [도서]

용기란,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마음가짐
글 입력 2020.06.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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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업무, 오늘도 일찍 퇴근하기는 글렀다. 지긋지긋한 회사, 사직서를 내던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프리랜서라고 상황이 다른 건 아니다. 프리랜서가 전혀 ‘프리’하지 않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니까. 프리랜서일수록 타인의 제안을 쉽게 거절하기 힘들다. 수입이 고정적이기 않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 제안을 받아들여야 할 때도 많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현실로부터의 자유를 원한다. 퇴근, 퇴사, 퇴짜 같은 단어를 떠올리면 생각만으로도 해방감이 느껴지지만, 동시에 두려운 감정이 찾아온다. 지금 업무를 끝내지 않으면 내일 더 힘들 것이고, 회사를 그만두면 당장의 생활이 불안정해질 테고, 나의 결정을 후회하게 될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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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세대의 삶을 이야기와 그림으로 조명하는 격월간 매거진 'an usual'. 언유주얼은 이번 8호로 창간 1주년을 맞았다.

 

밀레니얼 세대란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 또는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 용어다. 밀레니얼 세대는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환경에 능숙하지만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과도기 세대이며, 이전 세대보다 개방적인 생각과 사고방식을 지녔다.

 

이번 호의 주제는 <퇴근, 퇴사, 퇴짜>다. 밀레니얼에게 퇴사란 인생에 있어 한 번쯤 경험하는 흔한 일이다. 이들은 업무에 매몰되지 않고 일과 여가의 균형을 맞춰나가는 ‘워라밸’을 추구한다. 잡지는 일과 관련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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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작가, <낯선 나라에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불만족보다

바다 위의 불안을 택한 것은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고 용기를 내고 있다.

 

- 은유 작가

 

 

언유주얼은 주제에 맞는 다채로운 읽을거리와 볼거리로 구성되어 있다. 에세이와 더불어 시와 소설도 있고, 사진과 만화, 일러스트도 실려 있다. 하나의 주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신선하게 해석됐다.

 

모든 글은 두 페이지를 넘지 않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고, 짤막한 글임에도 여운은 길이와 결코 비례하지 않았다. 동시대 개성 있는 젊은 아티스트의 작품은 잡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에세이 분야에선 은유, 김사과, 이랑, 이슬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프리랜서들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은유 작가는 프리랜서인 자신을 ‘언 프리랜서’라 칭하며 퇴근이 없는 삶의 고충을 말한다. 다행히 생각하고 대화하는 것, 글 쓰는 것을 인생의 낙으로 여기고 있기에 불만은 없다고 말한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 이랑은 자신을 '예술 직종 자영업자'라 소개하며 원치 않는 제안을 현명하게 거절하는 법을 제시한다. 자신을 지키고 불필요하게 소모되지 않기 위해, 우리는 거절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더불어 프리랜서라면 업무와 관련된 커뮤니케이션을 메일로 진행하기 마련인데, 그중엔 이해가 잘되지 않는 제안이나 급여가 턱없이 적은 프로젝트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 메일에 일일이 답장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 그녀는 메일 담당자를 따로 둔 이후로 스트레스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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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유주얼은 매거진 구성원들끼리 가위바위보를 한 뒤
1등이 꼴등에게 3가지 조건이 걸린 글을 쓰게 한다.
편집장의 지목을 받아 발행인이 작성한
이번 호의 소설 <물뽕>은 짧지만 묵직한 여운을 남겼다.
예상치 못한 글이 탄생하는 재미있고 신선한 코너다.
 

 

당신이 설계한 터널 안에서 헤매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컴컴한 눈으로 불안해하기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나 짧다고. 이제는 견디는 방법을 궁리할 때가 아니라, 벗어날 용기를 내야만 한다고.


- 황유미 작가

 

 

퇴근, 퇴사, 퇴짜. 세 단어 모두 하던 것을 그만두고 물러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단어 앞에서 자주 망설인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지 못할까 봐 두렵다. 하지만 무언가를 그만둔다는 건 새롭게 시작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별이 있으면 만남이 있듯, 끝이 있다면 또 다른 시작이 있다.

 

세상은 이제 바뀌었다. 회사가 나의 미래를 보장해 주는 시대는 이제 끝났고, 퇴사를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찰나 작가의 말처럼, 휑해지는 건 사무실 책상이지 나의 미래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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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연 작가, <방공호>

 

 

바다만이 아니라 우리, 우리를 둘러싼 그 모든 것들이 순환과 반복의 연속이다. 반복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서는 거대한 순환의 고리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을, 물 밖에서는 똑같아 보이더라도 사실 그 바다 안에서는 다른 파도가 치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김유라 에디터

 

 

이 글을 읽고 문득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을 떠올렸다. 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에도 새로운 순간은 찾아온다. 주인공 패터슨은 반복되는 삶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을 포착하고 시를 쓴다. 아무 생각 없이 지나쳤던 풍경은 그의 손끝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우리는 모두 패터슨처럼 일상 속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눈동자를 지녔다. 순환과 반복의 물결 속에서 우리의 삶은 예술이 된다.


동시대를 살아가며 같은 고민거리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언유주얼이 건넨 메시지는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 같은 고민을 하며 더 나은 삶을 위해 고민하는 우리. 해보지 않고 후회하기엔 우리의 인생은 너무 짧다. 불안을 맞닥트려야 하는 순간도 찾아오겠지만, 두려운 마음을 포용하고 마음의 소리를 따라가는 사람은 그 어느 곳에서든 황홀한 해방감을 맛볼 것이다.

 

독일의 작가이자 철학자 괴테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을 믿는 순간, 어떻게 살아갈지를 알게 된다.' 삶에서 마주하게 될 갈림길 앞에서 이 문장을 잊지 않고 떠올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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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usual 8호

- 퇴근, 퇴사, 퇴짜 -

 

 

필진

은유 이랑 이슬아 장류진 감자 김사과

문보영 강명석 김범준 김빵 김신철 달밑

도대체 류휘석 목요 박지일 박화영 성기완

신우식 오찬호 유재영 윤진서 이선용 이유리

이종철 주단단Z 찰나 최희서 황유미

 

페이지

160p

  

발행일

2020년 5월 27일

 

정가

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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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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