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저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어요 [문화 전반]

당연한 것들이 그립습니다
글 입력 2020.06.10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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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자택근무를 하니 하루 종일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아침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고 출퇴근길 지옥철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무래도 온종일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몸은 무기력해지고, 마음은 심란해져 갔다.

 

그러다 전에 읽었던 책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서 주인공 홍이가 달리는 장면이 떠올랐다. 홍이는 생각이 많아질 때면 달리곤 했는데, 달리다 보면 몸의 고통이 마음의 고통을 이겨 머릿속이 가벼워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답답한 상황에서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달렸던 홍이처럼 나도 무력감을 떨쳐내고, 어수선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는 이유가 무어냐 물으신다면


 

퇴근 후 저녁을 먹고 한가한 오후 8시쯤, 나는 집 앞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벤치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신나는 노래를 틀어놓고 배드민턴을 치는 친구들, 주인과 함께 뛰어노는 강아지들, 춤추듯 움직이는 분수….

 

한 바퀴, 두 바퀴 달리며 바라본 저녁의 공원은 전과 다를 바 없었다. 공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것만 빼면 말이다.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운동을 하는 것 모두 우리에겐 당연한 것이다. 예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우리의 일상이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우리의 일상에는 많은 제약이 생겼다.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도, 퇴근 후 혹은 방과 후에 코인노래방에 들러 시간을 보내는 것도,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도 모두 그리운 과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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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달리기를 하겠다 마음먹은 이유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서였고, 첫 한 바퀴를 달렸을 때는 시원한 저녁의 공기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열 바퀴를 달리고, 남은 열 바퀴를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았을 때 내가 달리기를 한 세 번째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당연한, 아니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을 만끽하고 싶어서였다.

 

그렇게 저녁 8시의 달리기는 내게 하루의 숨통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당연한 것들


 

 

 

지난 5일, 제56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 노래 ‘당연한 것들’이 울려 퍼졌다.

 

시상식 1부의 마지막 축하 공연으로 꾸며진 해당 무대는 무대 위에서 아역배우 5명이 노래를 부르고, 그들의 뒤로 영화나 드라마 속 장면이 삽입돼 희망찬 감동을 더했다.

 

‘당연한 것들’은 지난 4월 가수 이적이 자신의 SNS를 통해 공개한 자작곡으로, 그는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에 희망을 불어넣고 싶어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정식 음원으로 발표되지도 않은 이 노래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이유는 우리 모두가 ‘같은 마음’이라는 데에 있다.

 

 

당연한 것들 - 이적


그때는 알지 못했죠

우리가 무얼 누리는지

거릴 걷고

친굴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것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처음엔 쉽게 여겼죠

금세 또 지나갈 거라고

봄이 오고

하늘 빛나고

꽃이 피고

바람 살랑이면은

우린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우리 힘껏 웃어요

잊지는 않았잖아요

간절히 기다리잖아요

서로 믿고

함께 나누고

마주보며

같이 노래를 하던

우리에게 너무 당연한 것들

우리가 살아왔던

평범한 나날들이 다

얼마나 소중한지 알아버렸죠

당연히 끌어안고

당연히 사랑하던 날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당연하게 여겼던 평범한 순간들을 누리지 못하게 된 지금, 우리는 그때를 그리워하고, 아쉬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행복했던 순간이 지나고서야 그것이 결코 노력 없이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반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탈하게 보냈던 오늘이 간절해진 미래가 되었다는 것에 공감하며 씁쓸해한다.

 

코로나19 여파로 무기력해진 분위기가 노래 하나로 따뜻하게 달아 오른 것은, 노래를 만든 사람도, 부른 사람도, 그리고 듣는 사람도 모두 한마음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다시 돌아올 거예요. 우리 힘껏 웃어요. 라는 희망의 메시지로 끝나는 노래처럼 하루빨리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뉴질랜드 코로나 종식이라는 기사가 뜬 요즘, 지난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바이러스가 대거 재확산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도 정부와 지자체의 발 빠른 대처와 세밀한 대응으로, 5월 초에는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까지 내려가 곧 종식을 기대해도 되겠다 싶었던 시기가 있었다. ‘K-방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 각국에서 인정과 칭찬을 받던 우리나라였지만, 신중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선택으로 전 국민이 다시 불안감에 떨게 되었다.

 

‘K-방역’, ‘코로나 모범국’이라는 수식어는 질병관리본부만 노력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 넉 달이 지나는 시간 동안, 우리나라가 세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질병관리본부의 노력도 컸지만, 사회적/생활 속 거리두기에 동참하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하며 생활한 국민들 덕분도 컸다. 이렇듯 국민이 먼저 나서서 동참해야 속히 이 우울한 시국에서 벗어나, 당연했던 우리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다.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는 것 안다. 친구를 만나고 싶고, 놀이공원을 가고 싶고, 여행을 가고 싶은 것도 다 안다. 하지만 가고 싶은 곳을 다 가고,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면 평범한 우리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거리를 걷고, 친구를 만나고, 손을 잡고, 껴안아주던 당연한 순간을 다시 마주할 그때까지 조금만 더 참고 노력했으면 한다.

 

‘나 하나쯤은 뭐….’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경각심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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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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