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활자 잔혹극 [도서]

글 입력 2020.06.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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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렌델


 

루스 렌델(Ruth Rendell)은 영국의 스릴러 및 심리 미스터리 작가이다. ‘루스 렌델’과 ‘바바라 바인(필명)’이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소설을 발표하였다.

 

루스 렌델로 발표하는 작품과 바바라 바인으로 발표하는 작품은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루스 렌델로 발표한 작품은 속도감 있는 사건으로 인물을 보여주며, 바바라 바인으로는 사회, 문화, 역사적 상황을 주목한다.

 

루스 렌델은 소수자 문제를 주목하여 인간을 냉정한 시선으로 관찰하여 비극적인 사건을 다룬다. 방황하는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을 심리 묘사로 포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스릴러 소설로 확장한다.

 

『웩스포드 경감』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으며 80여 권의 책 출간하였다. 영국 최고의 스릴러 소설에게 주는 《골드 대거상》을 현재까지 유일하게 3회 수상하였다. 대표작으로는 『살아있는 육체』 『치명적 반전』 『그 아이의 아이』 등이 있다.

 

 

 

활자 잔혹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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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유니스 파치먼은 문맹이지만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 누구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유니스는 문맹이었지만 “읽거나 쓸 줄 모른다는 사실을 감출 수 있는 각종 속임수와 수완”을 습득하여 사실을 감출 수 있었다.

 

유니스가 커버데일의 가정부로 들어간 이유는 그녀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기 때문이었다. 유니스는 커버데일 저택에서 입주 가정부로 살게 되면 그녀는 활자로 인한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유니스는 로필드 홀에 처음 들어왔을 때 방대한 책의 양에 압도당한다. 커버데일 가는 독서를 많이 하며, 높은 학력과 특권 의식에 취한 사람들이었다. 유니스는 문맹을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유니스는 커버데일 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일과 텔레비전 시청에 집중했다. 커버데일 가족은 유니스의 일솜씨와 묵묵한 태도에 감탄할 뿐이었다.

 

 

“이기심이란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는 게 아니라, 타인에게 자신의 방식대로 살라고 요구하는 것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평화로운 일상은 허상에 불과했다. 커버데일 가는 노골적으로 유니스에게 커벌데일 가와 같은 부류의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는 헛된 상상을 한다며, 멋진 저택의 가사 일을 기꺼이 맡아 주려는, 적당히 교육받은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며 말을 한다. 유니스가 문맹으로 인한 허점을 드러낼 때, 커버데일 가족은 부와 학식을 무기로 유니스의 삶을 부정한다. 계속해서 갈라지는 그들의 간극 속에서 결국 결말은 비극으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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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 렌델은 유니스가 문맹이라는 사실이 동정심을 앗아갔고 상상력을 위축시켰으며, 심리학자들이 애정이라고 부르는, 타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은 설 자리가 없었다고 말한다. 이처럼 문맹은 유니스의 커버데일 일가 몰살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러나 커버데일 가는 유니스가 문맹인 것을 알게 된다. 가장인 조지는 유니스에게 처음에는 동정심을 느끼지만, 글을 못 읽는다는 걸 알고 있다는 발언으로 유니스를 수치스럽게 한다. 유니스는 이를 “곱사등이의 혹을 놀려댄 셈이나 다름없는” 행동이라 비유한다.

  

우리는 이미 이들의 결말을 알고 있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라는소설의 첫 문장에서부터 그들의 죽음은 예견된 일이다.

 

유니스는 텔레비전이 고장 났어도 수리공을 부르지 못한다. 그녀는 전화번호부를 읽지 못하는 문맹이니 어쩔 수 없다. 텔레비전 화면이 텅 비어 차라리 거울로 보는 게 나을 지경이다. 결국 결말 부분에서 그녀가 거울 속에 비친 자기 모습과 마주하는 순간 기절하고 만다. 마치 텅 빈 텔레비전 화면을 보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유니스의 커버데일 일가 몰살 과정과, 어떻게 범죄가 발각되는지를 목격한다. 끝없는 긴장감 속에서 유니스를 응원해야 할지 분노해야 할지 모를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다.

 

유니스가 문맹이라는 가장 큰 약점을 들키면서 그로 인해 겪은 수치심에 안타까우면서도, 유니스의 사이코패스 같은 면모에 경악을 할 때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격렬히 대비되는 커버데일 일가와 유니스의 관계에 몰입하면서 활자 잔혹극 속으로 빠지게 된다.

 

 

[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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