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주변의 공예품에 관심 가져보기 [시각예술]

글 입력 2020.06.1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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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든 작든, 비싸든 저렴하든, 누구나 주변에 공예품 몇 가지는 있을 것이다. 공예는 실용적인 기능과 아름다운 외형을 갖춘 생활용품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내 주변에도 특별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종류의 공예품들이 있다.
 
얼마 전 본가에 내려가서 예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물건들을 많이 구경했다. 그중에서도 공예품들에 눈길이 많이 가서, 잠시 그것들에 관심을 가져보며 시간을 보냈다.
 

 
가우디의 건축물을 표현한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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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잔들은 스페인 여행을 갔을 때 바르셀로나에서 구매했던 것들이다. 정확히 말하면 스페인의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의 건축물인 ‘까사 밀라’ 기념품 가게에서 구매한 것이다. 그 기념품 가게의 상품 중에는 가우디와 관련된 공예품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잔도 마찬가지이다.
 
가우디는 “직선은 인간이 만든 선이고, 곡선은 신이 만든 선이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곡선의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건축가다. 그가 설계한 건축물 대부분이 그렇지만, ‘까사 밀라’에서는 유독 곡선이 강조된다. ‘까사 밀라’는 가우디가 몬세라트의 거대한 바위산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것이다. 전체적인 형상은 부드러운 파도가 일렁이는 것처럼 생겼고, 디테일한 공간까지 모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잔을 처음 봤을 때, 가우디와 ‘까사 밀라’의 특징을 반영한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물결이 소용돌이치는 듯 보이지만 거센 느낌이 아니라 부드럽고 잔잔한 느낌이 든다. 네 개의 잔은 색깔도 크기도 다르며, 물결무늬도 각자 다르게 표현되어 있어서 그 시대 건축의 정형화된 양식에 구애받지 않았던 가우디의 작품 세계가 연상된다.
 
이 잔을 사용할 때면 바르셀로나를 여행했던 때가 떠오르고, 가우디의 건축물들이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 같다. 때문에, 내가 가진 여행 기념품 중에 가장 의미 있는 기념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모티브가 된 건축가의 작품 세계와 건축물의 특징을 작은 잔의 디자인에 효과적으로 반영하면서 그 장소를 기억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는 공예품의 아름다움에만 집중했었는데, 이젠 공예품이 아름다움 외에도 더 많은 가치를 담아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유리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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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제주도에 있는 유리조형예술체험 테마파크 ‘유리의 성’에서 구매한 토끼 모양 유리 조각이다.
 
개인적으로 유리라는 소재를 보면 차갑고 세련됐다는 인상을 받아서, 파란색 귀와 발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몸통 부분은 아무 색깔도 없지만, 빛을 받으면 반짝 빛나거나 무지개색이 나타나기도 하고, 투명하기 때문에 반대쪽 물체의 색이 투영되기도 해서 단조로운 느낌이 별로 없다.
 
대학교 1학년 때 ‘공예감상’이라는 교양 수업을 들었는데, 그때 다양한 공예 기법들을 배웠었다. 그때가 한창 공예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던 때라, 수업시간에 배운 유리공예 기법들을 통해 주변 공예품에 어떤 기법이 사용되었을까 추측해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나무 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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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펜은 학교 축제 때 열린 부스에서 구입한 목공예 작품이다. 전체적인 형태도, 장식도 나무로 만들어진 볼펜이다. 볼펜의 몸통에는 캘리그라피 문구가 쓰여있고, 이곳저곳에 나뭇가지를 작게 잘라서 만든 장식들이 붙어있다. 이 펜을 살 때 제작 과정을 잠시 지켜봤었는데, 아주 작은 나뭇가지를 작은 펜치로 잘라 붙이는 섬세한 과정이었다.
 
이 볼펜은 약간 분홍빛을 띠고 있는데, 어떻게 색감을 낸 것인지 궁금해서 작가님께 질문을 드렸던 기억이 난다. 이는 영산홍에서 추출한 천연염료를 옅게 발라서 표현한 것이라고 하셨다.
 
이밖에도 아로니아 염료를 칠한 나무 볼펜은 더 진한 분홍빛이 돌고 치자 염료를 칠한 볼펜은 노란빛이 도는데, 이러한 천연염료를 칠하면 나무의 결을 가리지도 않고 은은하게 색감을 더해준다는 점이 너무 좋은 것 같다. 그동안 많이 봐온 목칠공예와 다른 특별한 느낌이 드는 건 이 은은함이 한몫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지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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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몇 년 전 전주 한옥마을의 공방에서 한지체험을 하며 직접 만든 부채다. 두꺼운 한지 판에 압화를 마음대로 배치해놓고 한지로 코팅하는 방식으로 만들었다.
 
요즘 압화를 비롯하여 꽃을 활용한 공예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DIY에 대한 관심도도 높기 때문에, 이 부채처럼 꽃과 같은 재료를 이용하여 자신이 마음대로 물건을 디자인할 수 있는 체험 기회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지는 나의 고향인 전주의 지역성을 반영한 소재이기 때문에 체험의 의미가 더욱 깊고 결과물이 특별하게 느껴졌는데, 최근에는 전주 한옥마을의 공방들이 많이 사라지고 상업화가 너무 심해져서 아쉬운 마음이 함께 든다.

*
 
공예품에 관한 글을 쓰다보니 조만간 공예 전시도, 공예품 구경도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주변의 공예품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나의 추억을 하나씩 꺼내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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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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