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트라우마의 창조와 수용, Why? - 트라우마 사전 [도서]

<트라우마 사전> 리뷰
글 입력 2020.06.0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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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창조자라면 반드시 곁에 두어야 할 책

 

이야기를 창작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 기성 작가는 물론 작가가 되고 싶은 이라면 누구에게나 도움을 주는 창작 바이블이다. 콘텐츠 과잉 시대에 어떻게 하면 자신의 이야기가 빛날 수 있을지, 생동감 있는 캐릭터를 선보일지 고민하는 작가들에게 《트라우마 사전》은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트라우마 사전_표1.jpg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 이 책의 부제이다. 그렇다, 이 책은 캐릭터 작법서이다. 소설 속 가상의 캐릭터를 창조하기 위한 일종의 안내서인 셈이다.

 

전문 작가도 아니면서 이 책을 집어든 이유는 단 하나, “기성 작가들은 대체 어떻게 캐릭터를 창조하는 걸까?”라는 궁금증 때문이었다. 물론 기성 작가들 또한 도움을 얻기 위해 책을 살피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런데,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이런 느낌을 받았다. 캐릭터, 즉 가상의 인물뿐만이 아닌 마치 실제 인간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접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모순적인 듯하지만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소설뿐만 아닌 모든 작품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그 속의 캐릭터 또한 현실의 인간과 결코 별개의 존재가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

 

이 책은 비록 작법서이지만, 리뷰에서는 그에 관한 내용은 다루지 않으려 한다. 이미 책이 너무나 잘 설명하고 있기에 따로 첨언하거나 수정할 내용도, 권한도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 다루는 작법의 주제인 캐릭터의 ‘트라우마’와 그것을 창조하는 이유에 관해 내 의견을 몇 자 적어보려 한다.

 

<트라우마 사전>이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사전 형식으로 다양한 트라우마를 종류와 상황, 그로 인한 변화의 특성과 결과들을 수록해놓고 있다. 다만 그 페이지로 넘어가기 전 100쪽이 넘는 서문은 개괄적으로 ‘트라우마’라는 것에 얘기하고 있는데, 이 부분만 살펴보아도 ‘왜’ 캐릭터의 트라우마를 놓쳐서는 안 되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저자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당신 캐릭터의 트라우마를 잡아내어 파고들라고. 아무리 가상의 인물이라지만 꽤 잔인한 일임에 틀림없다. 행복과 희망만을 다루어도 될 텐데,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하나, ‘트라우마’, 즉 뼛속 깊은 아픔만큼 캐릭터를 잘 설명해주며, 성장을 유도하는 요소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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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뿐만 아닌 각종 영화, 드라마, 연극 등의 캐릭터를 떠올려보자. 무조건적으로 행복하고 내적으로 충만한 인물이 있었던가? 나는 없다고 믿는다. 만약 어딘가에 있다고 하더라도, 그 캐릭터는 독자/관객들의 사랑을 받지 못하리라 여긴다. 가상의 캐릭터는 현실의 인간을 반영하기에, 그러한 캐릭터는 결국 사람들의 ‘공감’과 동떨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이는 곧 소설(이야기)을 읽는 본질과 맞닿아 있는 지점이다. 우리는 왜 금쪽같은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가상의 캐릭터가 겪는 이야기를 읽는 걸까? 심지어는 그에 동화되어 웃고, 울며, 때로는 분노하면서 감정을 소모하기까지 하는 이른바 ‘사서 고생’을 하는데 말이다.

 

이때 우리는 어떤 식으로든 소설 속 캐릭터 중 한 명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캐릭터의 감정에 스스로 동화되기를 택한다. 그 캐릭터는 꼭 주인공이 아닐 수도 있고, 때로는 악역일 수도 있다. 이처럼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 내내 자신만의 ‘최애’를 지켜보며 그 여정을 함께하는데, 캐릭터의 트라우마 극복과 성장을 통해 우리 또한 희망과 위안을 얻을 수 있다.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현실을 마주하며 그에 발 딛고 서는, ‘내면의 힘’을 기르는 것이다.

 

이 내면의 힘이 캐릭터의 이야기가 주는 가장 큰 보물이다. 이야기뿐만 아닌 모든 예술 작품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서 트라우마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극복하고 이겨내야만 할 아무런 아픔이 없는 캐릭터는, 우리에게 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독자들은 귀한 시간을 투자하면서까지 그의 이야기를 함께할 이유가 전혀 없다.

 

*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무조건적으로 행복하고 내적으로 충만한 인물, 즉 트라우마(오래된 슬픔, 아픔 등)가 없는 캐릭터가 있는가? 라고 물어보자. 그리고 그 주어를 가상의 ‘캐릭터’에서 현실의 ‘인간’으로 바꿔본다면 이전보다는 답이 쉬울 수도 있다. 그런 사람이 정말 현실에 있다면 궁금해서 만나보고 싶을 정도다. 그 강도와 영향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트라우마가 전혀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인정 여부가 사람마다 다를 뿐이다.

 

트라우마를 스스로 인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이 현재 괜찮지 않음을, 즉 약해져 있음을 시인하는 것은 곧 자신의 약점을 내보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정하는 순간, 바로 그때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더 나은 스스로가 되기 위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드라마 <멜로가 체질> 속, 전여빈 배우가 연기한 은정이라는 인물을 말할 수 있다. 은정은 오래 전 사랑했던 연인의 죽음을 겪지만 그 아픔을 외면하며 자신만의 환상 속에서 살아간다. 여전히 연인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나 알아, 네가 없다는 거.”라며 인정한 순간, 마침내 친구들에게 말할 수 있게 된다. “나 힘들어, 안아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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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멜로가 체질> 中

 

 

친구들은 은정을 꼭 안아주며 말한다. “고마워.” 이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만큼 트라우마란 누군가의 삶을 구성함에 있어 진득하게 끈질긴 녀석이다. 그것을 스스로 잡아내고 아니고는,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대한 문제다. 캐릭터를 구성함에 있어 트라우마를 놓쳐서는 안 될 가장 중요한 이유다.

 

*

 

트라우마는 분명 아프고 고통스러운 것이다. 현실도 힘들어 죽겠는데 가상의 이야기에서마저 캐릭터의 아픔을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트라우마를 영원히 외면할 수는 없다. 캐릭터의 아픔과 그에 따른 성장은 분명 ‘나’의 발판이 된다. 장르에 관계없이 ‘왜’ 소설을 읽는지를 알고 있다면 캐릭터의 트라우마를 접하고 지켜보는 그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을 것이다.

 

 


 

 

트라우마 사전

-작가를 위한 캐릭터 창조 가이드-

 

 

지은이 : 안젤라 애커만, 베카 푸글리시

 

옮긴이 : 임상훈

 

펴낸곳 : 윌북

 

발행일 : 2020년 4월 20일

 

면수 : 508 | 판형 : 152 * 220

 

정가 : 22,000원

 

ISBN979-11-5581-266-2[03600]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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