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리가 간신히 희망하는 것들 - 넷플릭스 다큐 '희망의 딸들' [다큐멘터리]

차별과 혐오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 속 태도에 존재한다.
글 입력 2020.06.0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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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를 논하기엔 시기 상조지만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혐오와 사회적 차별에 대한 '뉴노멀'이 필요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미국 플로이드 사태가 더해지면서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 처럼 우리는 언제나 차별과 혐오가 자행되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인도에는 수천 년 동안 이어진 신분제도인 카스트가 존재한다. 노예 계급인 수드라를 시작으로 바이샤, 크샤트리아와 가장 높은 귀족 계급인 브라만이 존재하는데 4개의 계층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최하층의 신분을 가진 사람들을 일컬어 '불가촉천민'이라 부른다.

이들은 인도 총인구의 약 15%에 달하며 1955년 불가촉천민법이 제정되어 종교적, 직업적, 사회적 차별이 금지되었지만 사실상 아직까지도 엄격한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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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희망의 딸들 Daughters of Destiny>은 불가촉천민 계층의 아이들이 겪는 억압적인 삶을 그려낸다. 특히 여성과 아이들은 폭력의 주요 대상이 되는데, 이런 세습적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최하위 계층의 아이들을 위한 기숙학교인 '샨티바반Shanti bhavan'이 설립되었다.
 
샨티바반 설립장인 에이브라함 조지(Abrahan Geroge)는 사회적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서 일반적인 제도로는 불가능하단 것을 느끼고 결국 교육과 사회적 환경에서의 근본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지원하기에 나선다.
 
샨티바반의 목표는 한 아이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그 아이가 자신의 가정과 동네, 더 나아가서 지역사회 발전에 환원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끝없이 이어지던 지옥과도 같은 운명의 고리를 끊어내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선순환을 일으키고자 하는 희망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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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바반에서 교육을 받게 된 아이들은 자신들이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는 행복감도 있었지만 그와 동시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다소 엄격한 교육 생활을 따라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다.

또한 학교에서의 생활과 불우한 고향과의 괴리감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느끼는 시기를 겪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좋은 교육을 받으며 선택받은 환경 속에서 자라지만 집에 돌아가면 가난한 동네 사람들과 병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의 차별적인 시선과 더불어 세속적인 계급과 전통을 지키라는 가족들의 요구에 끊임없이 충돌하고 갈등을 겪는다. 학교에 남아서 꿈을 펼칠 것인지, 집으로 다시 돌아가 생계를 도울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들에게는 매일의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속해서 이어져야만 한다. 아이들은 작지만 분명한 희망을 가지고 자신만의 꿈을 지켜나간다. 많은 제약과 고통을 마주하지만 자신을 사랑해 주는 한 사람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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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주인공, 텐모지(4살)



다큐멘터리 주인공들의 삶을 보고 있자면 그들이 당면한 일상과 사회, 국가적 환경이 한없이 불평등하게 느껴져서 괴롭다. 어쩌면 사회적 불평등은 영원히 종식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불평등이 통인 되어서는 안 된다. 적어도 같은 인간이라면 교육을 받을 기회, 그리고 꿈을 꿀 수 있는 기회는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권리가 누군가에게는 뼈아픈 희생과 위험을 감내한 대가로 얻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하는 이유다.
 
"모든 대안에는 대가가 따른다"라는 샨티바반의 한 여학생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자신에게 낙인된 '불가촉천민'이라는 계급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고통과 혼란을 묵묵히 견뎌내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어쩔 때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초라하고 무력해지지만 그럼에도 또 다른 내일을 위해 살아나가는 모든 샨티바반의 학생들에게 희망의 기도를 전한다.
 
샨티바반 졸업생들은 현재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하게 직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서로에 대해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진 않지만 나는 그들과 일종의 친밀감과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결국 모두 같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지구 어디에선가 자신의 운명을 바꾸어 나가는 샨티바반의 학생들을 기억하며 많은 차별 받는 사람들의 슬픈 아우성을 떠올린다.
 
특정 인간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결국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남는다. 그렇기에 많은 인종, 국가, 문화의 경계를 구분 지으며 서로를 '틀리게' 만드는 우리들의 오랜 사고방식과 태도를 깨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어야만 할 것이다.
 
 
[김지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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