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 - 웹툰 '데이빗' [사람]

데이빗은 사람일까 돼지일까?
글 입력 2020.06.0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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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즐길 수 있는 웹툰은 요즘 사람들의 편리한 취미 중 하나일 것이다. 나 또한 등하교 시간이나 혼자 길을 걸어갈 때 웹툰을 보곤 하는데 얼마 전 내 눈을 사로잡은 웹툰을 발견했다.


검정색, 흰색만을 사용한 그림은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지고, 화려한 모험들이 만연한 웹툰의 색감들 사이에서도 특유의 분위기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은 바로, 연재를 시작한지 딱 한 달이 되어가는 <데이빗>이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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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까지 연재된 이 웹툰은 특이하게 돼지가 주인공이다. 시골농장에서 태어난 데이빗은 식육돼지로 삶을 마감할 운명이었으나,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그는 샬롯의 거미줄에 나온 돼지처럼 생각할 줄 알고, 또 심지어는 사람의 이야기를 할 줄 알며, 똑똑하기까지 하다. 데이빗은 자신이 인간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된다.


사람들은 데이빗을 좋아하는데 ‘말하는 돼지’로서의 가치만을 인정할 뿐, 데이빗을 하나의 인간으로 봐주지는 않는다. 여기서, 독자들은 데이빗의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면서 “사람은 무엇으로 정의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사실, 웹툰의 초반을 읽다보면 무엇이 문제일까 싶다. 작품의 바깥에서 이를 읽어나가는 독자에게 데이빗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마치 도덕적으로 옳은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 더 읽어나갈수록 그렇게 가볍게 이해하고 넘어갈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인권을 인정하면, 그는 우리와 같은 환경에서 교육, 권리, 심지어는 결혼과 같은 관습, 규칙들도 모두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제공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솔직한 심정으로는 내심 불쾌하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라는 표현 또한 데이빗과 인간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 웹툰을 읽다보니, 책 두 권이 생각난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과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이다. 보통 아이들이 주인공인 글들은 다른 책들에 비해 귀엽고 잔잔하며 지극히 사랑스럽다. 하지만 <파리 대왕> 속 아이들은 우리의 생각과는 조금 다르게 비춰진다.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 나름의 규칙과 질서를 만들어가며 생존하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점차 갈등이 생기고 다양한 주장들이 마찰하기 시작하면서 아이들은 문명인으로서 지켜오던 기존 사회의 관습들은 잊기 시작한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12살 미만의 어린 아이들이 나오기에 순수하지만 그만큼 더 잔혹하게 비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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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같은 존재인 인간을 서로 죽이기도 하고 진심을 다해 좋아하기도 하고 필요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숨길 수도 있는 오묘한 존재이다. 고립된 섬 속 생사를 확신 할 수 없는 나날들 속 사회에 아직 완벽히 물들지 않은 아이들은 인간의 불안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아이들을 통해, 도시 속 회색 빛 시멘트에 꽁꽁 숨겨져 있던 인간의 모습이 드러나는데서로의 시선들에 어우러지는 모습을 갖추기 위해 감춰버린 본심을 지니고 사는 모습들을 보며 과연 이러한 모습까지 인간으로 정의해도 되는 것인가 라는 고민이 든다.


사실, 매일매일 흘러나오는 뉴스 속 살인사건들. 이 책 속의 사건들보다 더 극적이고 현실과 가까운 일들. 매일 아침, 저녁 듣고 보며 아무런 감흥 없이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이 우리의 본성을 대변해 주는 소수의 범죄자들에게 동조와 쾌감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섬뜩하고도 묘한 생각이 든다.

 

어떠한 근거없이 “무엇보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이야기가 보편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사람의 범위를 어디까지라 말할 수 있을까. 겉모습? 아니면 사고의 여부? 도덕성? 그러면 우리 자신에게 물어보자. “우리는 데이빗보다 더 인간다운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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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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