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초여름의 프랑스 낭만주의 클래식 - 프랑스 로맨틱 음악의 향연

글 입력 2020.06.0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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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여름이 되어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일상이 익숙해지고 무기력감도 나의 일부가 되어가는 이때에도 어김없이 계절은 지나가고 또 다른 계절이 찾아왔다.


사실 올해 여름이 되면 무언가 달라져있을 줄 알았지만, 여전히 진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라니 슬프고 한편으로는 두렵다. 누구도 경험해보지 않았던 이 상황을 단연 지혜롭게 헤쳐나갈 방법이란 따로 없을 테지만, 그저 평소답게 나만의 템포로 살아가는 삶에 대해서도 요즘에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은 시의적절했던 것 같다.


*


코로나 역경을 딛고 공연 재개

함신익과 심포니 송,

프랑스 로맨틱 음악의 향연으로의 초대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예술 공연이 취소되고 있지만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리려는 예술인들의 의지는 끊기지 않고 있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은 코로나 역경을 딛고 공연을 재개한다.  5월의 봄날, 우아함과 세련된 아름다움을 가진 프랑스 작곡가 ‘생상’과 ‘포레’의 작품들로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오는 5월 2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프랑스 로맨틱 음악의 향연’에서 포레의 레퀴엠과 파반느 그리고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5번을 선보인다.


지휘자 함신익은 심포니 송의 예술감독이자 예일대 지휘과 교수로 23년 간 재직했다. 미국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비롯, 유럽과 남미 등지에서 오케스트라를 이끈 바 있으며 참신하고 도전적인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근대 프랑스 음악의 아버지라고 불리우는 포레의 가장 유명하고 사랑 받는 작품이며 죽음의 자장가라고도 불리우는 '레퀴엠'은 포레가 자신의 부친이 사망했을 때 작곡을 시작하여, 심판과 저주가 아닌 용서와 희망에 차있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다. 포레의 작품들은 소프라노 양지영, 바리톤 공병우, 그리고 국립합창단이 함께 한다.


*


사실 프랑스 로맨틱 음악이라고 했을 때, 여전히 ‘클알못’인 나는 어떤 공연일지 바로 감이 오지 않았다.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을 내가 들어본 적이 있던가? 생각하며 프로그램 북을 살펴보니 언뜻 들어본 듯한 작곡가의 이름이 적혀있긴 했다.


가브리엘 포레와 카미유 생상스는 사제 지간으로 프랑스 낭만주의 음악의 선두주자이자 당시의 트렌드와는 다르게 웅장하고 장엄한 음악보다는 섬세하고 서정적인 음악을 했다고 한다.



12월1일 롯데콘서트홀 (1417).jpg

 

 

Gabril Faure l Pavane in f# minor, Op.50

Camille Saint-Saens l Piano Concerto No.5 in F major, Op. 103 ‘Egyptian’

Gabril Faure l Requiem in d minor, Op. 48



1. Gabril Faure l Pavane in f# minor, Op.50

 

첫 번째로 연주되었던 포레의 파반느는 원래 피아노를 위한 곡으로 작곡되었다가 후에 관현악으로 편곡된 것으로, 파반느는 스페인어로 공작을 뜻하는 단어에서 따온 말이라고 한다.


섬세하고 서정적인 플롯의 멜로디가 특징적이라고 하는데 굉장히 차분한 선율로 시작하기 때문에 공연의 첫 순서로 정말 적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듯 편안하진 않았던 일상이 이 연주로 인해 차분해지길 바란다는 듯 가만가만 읊조리는 플롯과 그를 뒤따라오는 목관악기의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2. Camille Saint-Saens l Piano Concerto No.5 in F major, Op. 103 ‘Egyptian’

 

조금 짧았던 파반느 다음으로 시작된 생상스의 “이집트”는 그야말로 대리만족을 하는 기분이었다. 자세히 곡 설명을 읽어보지 않고 연주를 먼저 들었는데 곡이 회화적이라는 느낌이 가장 먼저 들었다. 햇살이 내리쬐는 한가한 시골의 모습이나 인상파 화가, 이를테면 모네나 르누아르의 유화가 떠오르는 부드러움과 온화함이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 곡은 생상스가 자식을 잃고 아내와도 이별한 후에 여행을 떠난 이집트의 아름다움에 대한 곡이라고 한다. 내가 작곡가의 의도를 잘 이해한 것일지 모르겠지만, 여행지에서의 설렘과 일상과는 다른 이국적인 곳에서의 낯섦도 이집트의 아름다운 정취와 잘 어우러진 듯 했다.


이집트를 가본 적은 없지만 한번쯤 여행하고 싶게 하는, 소나타의 전개와 곳곳에 숨어있든 이집트를 상징하는 소리들이 그가 집에서부터 먼 곳으로 떠나왔음을 암시한다.


생상스의 아픔을 이집트가 모두 달래주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잠시 동안의 휴식과 신선함을 주는 안식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보며 상황이 나아진다면 당장 떠나고 싶은 여행지를 머릿속으로 꼽아보았다.

 


연주사진 (123).jpg



3. Gabril Faure l Requiem in d minor, Op. 48


포레의 레퀴엠은 서양 음악사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베를리오즈와 모차르트의 레퀴엠과 함께 3대 레퀴엠으로 불리는 이 곡은 다른 진혼곡과는 다르게 용서와 희망의 메시지가 특징적이다.


진혼곡은 말 그대로 죽은자의 넋을 기리는 기능과 의무가 있는 음악으로 제식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장르라고 한다. (우리나라 전통 음악으로 대응시켜보자면, 결은 다르지만 궁중에서는 종묘제례악, 민간에서는 시나위나 굿 음악 등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작곡가 스스로 자신의 모든 종교적 망상을 담은 곡이라 말하며 영원한 안식, 곧 죽음이 평화라는 주제로 써내려갔다 고백한 레퀴엠에서는 세상이 끝난 듯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이전에 아무것도 없었고 이후에도 그럴 것이라는 듯 고요하고 거룩한 세상에서의 침묵과 어떠한 초월성마저 느껴진다. 죽음에 대해 누군가는 가장 먼저 두려움과 공포를 말하고 사후세계에서의 구원과 용서를 바랄 때에 자신은 죽음의 평화 속으로 어떤 망설임도 없이 조용히 걸어들어가겠다는 숭고한 의지가 보이는 듯 했다.

 

*


매번 경제나 정치적인 상황에 대해 논해왔던 것과는 결이 다른, 코로나19의 여파로 모두의 안팎이 바람잘 날 없는 요즘이다. 희망했던 2020년이 아닌 디스토피아의 해라고 혹자는 말하기도 한다.


어두워지고 가라앉기 쉬운 이 상황에서도, 그러나 적응하고 초연해지지 않으면 더 나아진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 마지막 곡에서의 메시지처럼 의연하고 견고하게 이 시기를 지내볼 수 있길 바라며 공연을 본 소감을 마무리해본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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