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보이차를 몰라도, 경제사를 몰라도, 편하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글 입력 2020.05.3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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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대로 절차와 형식을 갖춰 차를 마셔본 적이 거의 없다. 차에 관심을 가져본 적도 없었다. 내가 아는 차의 종류는 카페에 가서 쉽게 주문해 먹을 수 있는 얼그레이나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정도가 다였다.


보이차 역시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한번도 실제로 보거나 마셔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라는 이름의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저자의 프로필이 매우 특이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중문학을 전공한 뒤, 보이차의 매력에 빠져 운남 농업 대학교의 다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그곳에서 차에 대한 지식과 정보들을 공부했을 뿐 아니라, 산에 들어가 농민들과 함께 차를 재배하기도 했다.


직접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에 방문해 봤는데, 차 제작 과정을 영상과 내레이션으로 상세히 설명하는 포스팅이 많았다. 차를 잘 모르는 이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상들이었다. 차의 ‘ㅊ’ 자도 모르면서 몇 개의 포스팅을 꽤 집중해서 본 끝에,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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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되어 있다. 차를 생산하기 시작했던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그리고 있다. 역사와 차 이야기를 함께 들으며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니, 내용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신중국과 보이차’, ‘보이차의 화려한 귀환’ 이었다. 운남 사람들이 발효 차를 제작해 수출하고, 새로운 흐름이 등장하면서 차 시장이 요동치는 그 부분. 차라는 것에 이렇게 많은 국가와,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너무나 신기했다.

 


대만 사람들은 홍콩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활차로 마시던 보이차에 화려하고 현란한 ‘문화’의 옷을 입혔다. 오래되어도 마실 수 있는 차, 오래될수록 가치가 상승하는 차, 그래서 ‘마실 수 있는 골동품’이라고 불리는 차는 대중의 호기심과 동경을 이끌었다.

상인들은 그 환상과 동경을 이용해 오래된 보이차는 투자가치도 있다며 소비자들을 자극했다. 그러나 그렇게 몇십 년 된 차는 본래부터 많지 않았다. 상인들은 이제 차를 익히기 시작했다.

- 「보이차 시장에 뛰어든 대만 사람들」 중에서


특히 보이차 시장에 상인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차에 이미지를 입혀 소비자들이 차를 구입하도록 했다는 점은 참 놀라웠다.


차로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찻잎에 물을 뿌린 뒤 미생물을 이용해 익히기 시작했다는 부분은, 그 당시 차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면서 세계사 시간에 들은 내용이 생각났다. 서양의 상류층들은 중국의 차를 중국에서 만든 도자기에 담아 마시곤 했다는 이야기. 그 강의를 들을 때는 ‘설마. 정말 그랬을까?’ 하며 반신반의 했었는데, 차가 단순히 여유롭게 향유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로 경제사를 풀어주는 책, 어려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책을 덮고 나니 먹어본 적도 없는 보이차를 한 잔 하고 싶어졌다. 언젠가 좋은 자리에 가서 보이차를 만나게 되면, 이 책 생각이 날 것 같다.

 





처음 읽는 보이차 경제사
- 보이차, 역사의 무대로 -


지은이 : 신정현

출판사 : 나무발전소

분야
요리 - 역사/에세이

규격
신국판(152*215)

쪽 수 : 368쪽

발행일
2020년 04월 20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86536-68-1 (13590)





저자 소개


신정현
 
이화여대에서 중문학을 전공했다. 녹차에서 시작해 청차, 홍차를 마시다 보이차의 매력에 빠진 후에는 운남농업대학교 다학과에 진학해 차의 역사와 화학성분 등을 공부했다. 중국차 수입업체 '죽로재'를 운영하며 봄마다 차산으로 들어가 현지 농민들과 함께 보이차를 직접 만들어 왔다. 지은 책으로 <보이차의 매혹>, 번역한 책으로 <보이차 과학>, <고궁의 미-옛물건>, <고궁의 미-옛그림>이 있다. 네이버 블로그(구름의 남쪽)에 차에 관한 포스팅을 계속해 오고 있다.
 

[김보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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