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또 한 번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노래들 [음악]

리메이크 곡들에 대하여
글 입력 2020.05.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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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는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필자는 느낀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요가 특히 더 그렇다. 매일매일 다양한 장르의 새로운 노래들이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쏟아져 나오지만, 개인적으로 더욱 특별히 느껴지는 몇몇 노래들이 있다. 그 노래들의 특징은 모두 '리메이크'곡이라는 것이다.


과거에 큰 사랑을 받았거나, 이대로 잊히는 것이 아쉬운 곡들이 재탄생함으로 만들어진 리메이크 곡. 리메이크된 노래들이 아무리 신나고 경쾌하더라도 '아련함'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리메이크 곡은 애틋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사를 가진 것들이 많다.

 

진한 감성이 느껴지는 노래를 좋아하는 내가, 처음 들은 순간부터 좋아하게 되고 계속해서 듣게 된 '사랑'을 주제로 한 리메이크 곡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사랑 그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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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그건 사랑이었을거야

희미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이제야 그 마음을 알아 버렸네

그대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을

...

사랑 그것은 엇갈린 너와 나의 시간들

스산한 바람처럼 지나쳐 갔네

사랑 그것은 알 수 없는 너의 그리움

남아있는 나의 깊은 미련들



2008년, 영화 <과속스캔들>의 흥행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노래, <아마도 그건>. 리메이크 곡이지만 발매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은 노래이다. 몇 년 전, <슈가맨>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명곡으로 등장해 다시 한번 리메이크 되기도 했다. 그만큼 아직도 찾는 사람이 많고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노래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지나간 사랑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담은 가사를 담고 있지만, 멜로디는 경쾌하고 발랄하기 그지없다. 그래서일까? 이 노래를 처음 접했던 그 시절에는 마냥 밝은 노래로 생각하고 흥얼거리곤 했다. 그러나 어른이 되고 자연스레 깨닫게 되었다. 이 노래에는 지나가버린 그 사람과의 흐릿했던 그때의 감정은 사랑이었음을 이제서야 알게 된 아쉬움이 묻어있다는 것을.

 

 

 

사랑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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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인가요 

그대 나와 같다면 시작인가요 

맘이 자꾸 그댈 사랑한대요 

온 세상이 듣도록 소리치네요 

왜 이제야 들리죠 

서로를 만나기 위해 

이제야 사랑 찾았다고

...

다신 내 곁에서 떠나지 마요 

짧은 순간조차도 불안한 걸요 

내게 머물러줘요 

그댈 이렇게 많이 

그토록 많이 사랑하고 있어요 이미


 

원작이었던 만화도, Perhaps Love (사랑인가요)가 ost로 삽입되었던 드라마도 몰입해서 보았던 작품, <궁>. 원곡은 각각 남성과 여성이 부르는 파트가 뚜렷했지만, 리메이크가 되며 번갈아 부르는 형식으로 살짝 달라졌다.

 

그때 그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 노래를 들으면 향수에 젖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아는 '동년배' 친구들은 다들 그렇게 말했다. 이제 와서 보니 드라마는 너무 오글거리고 어색해서 다시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었지만, 노래만은 명곡으로 남아 아직도 마음을 설레게 만들어주는 노래라고.

 

나는 이미 그때 작품의 등장인물들, 심지어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의 당시 나이보다 훨씬 나이가 많아졌고 그 사이에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일을 겪었다. 이 노래도 그만큼 더 세련되어지고 트렌드에 맞게 변했다. 하지만 이 노래를 들을 때, 나는 그 사이의 모든 간극과 변화를 잊고 어느새 그때의 내가 하던 생각을 똑같이 하게 된다.

 

여담으로, 이 곡은 프로듀서 박근태에 의해 프로듀싱 되고 리메이크 된 노래이다. 박근태 pd가 탄생시킨 노래는 많지만 그 많은 노래 중 오늘의 주제에 맞게 추천하고 싶은 곡은 <내 입술 따뜻한 커피처럼>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샵의 원곡과 분위기는 아주 많이 다르지만, 원곡을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이 노래 역시 좋아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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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처음 사진으로 본 그날
구십구년 일월 삼십일일
그날 이후 지금 이 순간까지
나 하나만 기다려준 너를

...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우리 처음 만난 그날에
시간 속에 희미해지는 사랑에
그대가 흔들린대도
그땐 내가 잡을게요 그대처럼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요즘 최고의 인기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삽입곡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이다. 사실 <슬기로운 의사 생활>의 ost는 모두 리메이크 곡으로, 매 화마다 공개되는 노래들은 모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노래를 바탕으로 짜인 듯 가사와 맞는 주인공들의 러브라인,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주연 배우가 부른 드라마 삽입곡 등등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가사의 중의성에 있다.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제목이자 계속해서 반복되는 가사이다. 과연 이 가사가 담고 있는 의미는 무엇일까? '처음 너를 본 날부터 너를 사랑하게 될 것 같았는데, 역시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되었네.'와 '처음 너를 보았을 때, 내가 너를 사랑하게 될 줄 알았는데 결국 사랑하지 못했네.'라는 솔직하지만 애틋하거나 잔인한, 상반되는 내용을 담은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 작사가의 의도야 정해져있겠지만, 해석은 듣는 이가 각자의 생각에 따라 정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

 

'옛날 노래가 좋았지'라는 종종 어른들이 하던 말을 이해하기 힘들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우연히 라디오에서 옛날 노래가 나오면 볼륨을 높이던 어른들을 보고 '촌스럽기만 한데, 뭐가 좋다는 거지?'하며 어서 아이돌 노래가 나오길 바라던 그런 시절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노래를 들을 때 가사까지 음미하는 어른이 된 지금의 나는, 그때 그 어른들의 말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리메이크 곡들은 편곡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있지만, 가사와 감성은 그때 그대로 남아있어 노래를 들으면 마치 소설 한 권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늦여름 밤 쌀쌀한 공기를 맡으면 다시 돌아올 가을을 떠올리듯이, 새내기 시절 혹은 어딘가를 여행할 때 들었던 노래를 들으면 그날의 날씨와 경험들이 생생히 떠오른다. 리메이크 곡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도 같다. 10년 전, 15년 전 지금보다 무르고 어렸던 시절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떠오르기 때문이다.

 

가요가 가진 특별한 힘이 바로 그것이다. 이미 엄청나게 오래전부터 들어온 클래식과 시시때때로 들리는 동요와 달리, 가요는 '그 해'의 기억을 담고 있다. 힘들었던 그때, 즐거웠던 그때, 눈물을 흘렸던 그때, 행복했던 그때... 이미 많은 시간이 흘러버려 많이 변화한 내가, 그때와 같지만 조금은 다른 노래를 듣는다는 것.


누군가는 원곡이 낫다고, 누군가는 리메이크 곡이 낫다고 취향에 따라 이견이 생길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본질을 따지자면 두 곡은 원래 하나이기에, 결국 둘 다 같은 노래를 사랑하고 있고 같은 감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때 그 노래를 좋아했던 사람도, 지금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도. 그렇게 누군가가 리메이크 곡을 들으며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어떤 이는 그 곡을 새로이 접하고 들으며 나중에 탄생할 또 다른 리메이크 곡을 듣고 떠올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에디터 홍혜민.jpg

 


[홍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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