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품들은 아무런 상징도 없는 이미지들이다. 그것들은 미스터리를 만들어내고, 그렇기에 누군가가 내 그림을 한 점 본다면 '이게 무슨 의미지?' 하고 물을 것이다. 그건(내 작품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미스터리 또한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알 수 없을뿐이다.“ - 르네 마그리트
언어보다 이미지를 더 중요시 생각했던 마그리트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복제품 또한 원작과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의 작품에 대해 특별한 해석 없이 자유로이 즐기기를 바람과 동시에 한 편의 시로 여겨지길 원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그가 그린 작품이 VR과 비주얼아트로 새롭게 재해석된 현대미술 전시였다. 수많은 마그리트의 작품들이 다양한 형태로 전시장을 화려하게 채웠다. 원화를 감상하는 것 과는 또 다른 매력의 체험형 전시였기 때문에 나는 전시장을 이리저리 누비며 즐겁게 즐겼다.
앞서 말했듯이 마그리트는 복제품 또한 원작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여겼는데, 만약 2020년에 자신의 작품들이 현대적인 방식으로 복제되어 멀티미디어 아트로 전시될 것이라는 걸 알았다면 상당히 흥미로워 했을 것이다.
마그리트 특별전은 ’마그리트’라는 화가에 관해 지금껏 알려진 사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가장 놀라웠던 건 마그리트의 초기작들이 그가 그렸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화풍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유행했던 그림의 화풍을 따라 추상도 그려보고 이것저것 마그리트의 시도들을 엿볼 수 있었다. 마그리트 같은 거장도 처음부터 자신만의 그림 분위기와 느낌이 나온 것이 아니라 많은 시도들 끝에 비로소 자신만의 그림을 찾았다는 것을 알고서, 현재 내가 내 그림을 찾기 위해서 하고 있는 많은 시도들이 힘들지만 헛되이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전시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그림은 마그리트가 1928년에 그린 ‘연인들’이라는 작품인데 이 작품은 마그리트가 지녔던 다양한 상상의 원천을 가지고 여러 가지 시각으로 볼 수 있다.
베일에 가려진 얼굴 모티브는 어머니의 자살 사고와 연관되어 해석이 되곤 한다. 강에 빠져 자살한 어머니의 시신에서 얼굴이 잠옷으로 덮여있었고 그 순간을 마그리트가 목격했다는 설 때문이다.
다음으로 마그리트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팡토마스’ 소설에서 주인공이 천막이나 스타킹으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하는데 거기서 영감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한다. 또한 가장 가까운 연인에게조차 자신의 모든 걸 들키지 않으려고 하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있다.
한 가지의 그림에서 마그리트의 상상의 원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고 과연 그 원천은 저 세 일화 중에 있을까 아니면 다른 이유일까 하는 궁금증도 생겼다.
진실은 마그리트만이 알겠지만.
마그리트의 작품들 속 사물들은 그림에서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미스터리함의 비밀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대상인 담배, 파이프, 돌, 중절모, 새 등 친숙한 것들을 예기치 않은 환경 속에 낯설게 배치함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상식을 깨는 사고의 일탈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법을 ‘데페이즈망(Depaysement)’이라고 부른다.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그림이 증강현실과 AR로 다가오니까 마치 내가 그림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마그리트의 그림 속 사물들 중 하나가 되는 체험을 해볼 수 있었다.
르네 마그리트는 예술에 관하여 생전에 이렇게 말했었다. “예술은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미스터리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그리트는 항상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렇기에 초현실주의의 거장으로 불리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화가가 된 것이 아닐까? 이번 전시는 마그리트의 미스터리하고 신비로운 공간을 마음껏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이다. 화가의 그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