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다양한 사회문제를 글로 풀어내다 -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도서]

제 11회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을 읽고
글 입력 2020.05.1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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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째 출간되고 있는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읽는 데 부담도 없고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 따라 출간 후 1년 동안은 보급가로 판매하기에 가격부담도 없다. 가성비도 가성비지만 검증된 작가들의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전 작품이나 현대문학들은 미사여구와 서사가 다소 길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한정된 분량에 글을 담아야 하는 특성 때문인지 간결하고 깔끔한 서사가 주를 이룬다.

총 7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는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은 사회 어디에나 있지만 쉽게 대화 주제로 꺼내기 어려운 주제들을 다룬다. 예를 들어 가부장제 사회에서의 여성, 젠더(동성애), 임신중절 등과 같은 것들이다. 확실히 시선을 사로잡는 주제이면서도 생각거리가 많은 것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쉽게 말로 꺼내기 어려운 주제들을 이렇게 글로나마 세상에 내비치게 하는 기반이 있다는 것이 반가웠고 그것이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총 7권의 단편집이다. 모두 훌륭한 작품이었지만 난 이 책을 한 번에 내리읽었기 때문에 내용적인 측면이라든지, 가독성 부분에서 다른 작품과 서로 비교가 되기도 했다. 그 중 인상 깊게 읽었던 두 작품을 꼽아봤으며 아주 개인적인 시각으로 정리해봤다.


 

 

강화길<음복(飮福)>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



가부장적인 집의 며느리가 된 주인공은 시할아버지의 제삿날 시댁에서 자연스레 눈치껏 분위기를 파악하게 된다. 고모는 어떤 사람인지,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는 어떤사람인지와 같은 것부터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싫어하는지까지 말이다. 주인공은 한 번만 보고도 알 수 있는 집안의 분위기를 유교 문화와 가부장적 풍습의 권력자인 남편은 평생 모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첫 단락인 “너는 아무것도 모를 거야”는 미래의 자신의 딸은 이런 굴레의 희생자이지 않게, 남편처럼 아무것도 모르길 바라는 염원의 메시지이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의 여성의 희생을 말하고 있지만 나는 이 소설을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다. 뒤늦게 평론가의 해설을 보고 ‘그런 의미였구나’하고 깨달았던 부분이 한두 곳이 아니다. 나는 여자지만 소설 속에서의 남편의 시선이 내 시선이었고 오히려 주인공이 불필요한 생각이 많다고 생각했다. 우연히 <음복>을 본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나눠볼 기회가 있었고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의 여자들은 평론가의 글을 보기 전부터 공감했다고 했으며, 남자들의 대부분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토론을 한 결과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랐거나, or 남자 형제가 있고 없고의 차이로 빚어진 가정 분위기의 형성이라고 귀결 지어졌다. 그리고 비슷한 내 또래의 이들에게도 여전히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여성 차별적 문화를 겪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부장적인 문화를 우리 세대부터라도 끊을 수 있을까. 이 세상에서 차별의 피해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장희원 <우리(畜社)의 환대>


 

호주로 유학 보낸 아들이 있는 중산층 가정의 중년남성의 주인공은 아들을 보러 아내와 호주에 간다. 그러나 거기서 만난 아들과 그곳의 분위기는 어색하다 못해 불쾌하다. 덥고 끈적한 공기, 먹자마자 소리 지르며 뱉어버릴 정도의 맛없는 음식, 아들과 동거하는 흑인 노인 (흑인이라는 사실이 불쾌하다는 것이 아닌 그 노인과 연애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불편한 마음을 뜻한다) 더러운 물의 수영장이 그들을 맞이한다.


그곳에서 주인공과 아내는 철저한 외부인이며 낯선 존재이다. 노인과 아들, 그리고 민영, 셋이 사는 그 집에서 주인공은 적잖은 혼란을 겪게 되고 밤이 되어 아내와 묵을 숙소를 향해 떠나면서 생각한다. ‘아들을 잃어버린 것 같다고’, 그렇지만 그곳에 있는 아들의 모습이 너무 눈부시고 행복해 보인다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호주로 유학을 보낼 정도의 교육 자본을 가진 중산층 가정인 이 부부에게 처한 상황들은 다소 불편할 것이다. 동성애를 하고 있는 듯하며 늦은 나이에 대학을 다시 간다고 하는 아들도 이해되지 않는데 힘들게 방문한 호주에서 흑인 노인과, 갓 스무 살이 된 한국인 여성 민영과 아들. 알 수 없는 이 조합에 그들을 더욱 불편하게 하는 주변 환경까지. 안정적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아들은 이해 하려야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수의 독자는 아들보다 부부에게 공감했을 것이다. 그것은 단지 소설의 초점이 부부에게 주로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 아니라 한국의 사회문화적 관습과 규준들로부터 벗어나지 않을 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곧 선험적이고 암묵적인 합의의 공동체인 우리를 대표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평론가 김녕은 말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매우 공감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인정하려 한다. 그리고 자신의 틀 안에서 벗어나는 아들의 행복을 이해하려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것만으로 그들의 앞날은 지금보다 밝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모든 단편 글들이 한 편, 한 편이 기억에 남는다. 처음 접해보는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인데 뜻깊은 시간이었다. 짧지만 생각거리가 많은 글을 읽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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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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