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를 존중하며 버티기 – 어드리프트 [도서]

글 입력 2020.05.15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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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일간의 표류, 태평양 한가운데서 살아남은 강인한 여성의 이야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단순하다. 이 책이 집에만 처박혀 ‘방콕’하는 나에게 신선함을 불어넣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에선 소소한 일상과 극한의 삶이 함께 존재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소중함’, ’존중하며 버티기’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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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요트 배달을 위해 태평양을 건너다가 크나큰 허리케인을 만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혼자 표류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 태미는 성인이 되면서 집에서 나와 바다에 살다시피 한 당돌하고 사랑스러운 여자다.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다가 삶의 극한까지 겪고 하와이의 작은 섬 근처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후, 그녀는 겨우 24살이었다. 사실 처음 이 이야기를 읽을 때, 그녀가 하자나 요트를 타기 전까지의 그녀의 일상도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난파된 이야기보다 그녀가 하는 일, 사는 일상이 더 믿기지 않았다. 갓 스무 살 된 친구가 대학에 가지 않고 이렇게 바다에서 일을 배우고, 배를 타면서 생활하고 그렇게 인생을 꾸려나가는 것조차 낯설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인생을 다 바칠 수 있을 것 같은 남자 리처드를 만나서 사랑한 것도 믿기지 않는데 하자나 요트를 끌고 태평양을 건넌 것도 더해지며 그녀의 이야기가 팩트보다는 픽션에 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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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히려 주변에는 없는 인물, 상황,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순식간에 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재미있게 행복하게 파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갑판에서 저녁노을, 아침 햇살, 동트는 일출을 평화롭게 바라보는 그들의 삶이 부럽기만 했다.


인생을 바칠 수 있을 만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쉽지 않은데 그렇게 극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도 나에게 전부 소설 같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아직 그녀의 이야기가 실화일까? 묻게 된다. 그녀가 느꼈던 일상의 행복함과 소중함이 글에 고대로 녹아 고스란히 전해졌고 그만큼 그녀의 고난과 불행 또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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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한바탕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에 거의 다 망가진 요트에 혼자 남게 되어 제일 가까운 육지, 섬에 가고자 방향타를 잡고 이 가혹한 현실을 이겨낸다. 비축해둔 통조림, 생수를 먹으며 끈질기게 버티며 어떠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녀의 또 다른 목소리일지도, 리처드의 목소리일지도, 그녀의 엄마의 목소리일지도, 그저 신의 목소리일지도 모르는 그 목소리와 대화하며 싸우고 힘든 감정을 표출하고 살아간다. 41일 동안 죽고 싶은 충동과 후회, 두려움에 힘들어할 때마다 문득 리처드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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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구성 또한 그녀가 리처드를 만나게 된 시작부터 그와 쌓은 추억 이야기와 허리케인에 휩쓸러 리처드가 사라지고 그녀 혼자 난파선을 몰고 육지를 향해 몰고 가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된다.


그녀가 혼자 남겨졌을 때 하나둘씩 떠올렸을 리처드와의 기억을 표류 사이 사이에 써 내려간다. 그녀가 41일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그녀의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와 기억, 수많은 감정 덕분이다. 강인한 마음과 사랑하는 사람과의 추억을 통해 힘을 얻으며 삶을 놓지 않고 끝까지 살아간다.

 


그때가 마지막이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를 꽉 껴안고 마지막으로 서로의 몸을 느끼며 바다 저 아래로 장렬히 전사했을 것이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라는 약속처럼 서로의 품에서 생을 마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 P.132


 

초자연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단둘이 아무도 보지 않는 바다에서 오로지 서로를 느끼며 서로를 생각하며 지내다가 하루아침에 혼자가 된 태미는 온갖 감정을 느낀다. 차라리 내가 죽거나 함께 죽음을 택하는 게 나았다며 울부짖지만 결국 그와 함께했던 달콤한 시간을 기억하며 방향타를 잡는다.


비밀스러운 폭포 사이에 들어가 둘만의 시간을 보내고, 함께 맥주를 마시며 소소한 일상을 즐기던 그 모습들을 다시금 하나하나 느끼며 일어서는 그녀를 보며 그냥 무심코 지나가 버릴 수도 있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값진 순간들의 연속인지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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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에 대해선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평생 통틀어 배를 타본 적도 손에 꼽을 정도니까 요트를 타고 항해, 일주하는 꿈을 꾸는 것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는 낯선 이야기였고 멀고 먼 이야기의 주인공이 내가 될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무런 지식,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 그 큰 바다에 표류하게 된다면 나도 태미처럼 ‘존중하며 버’틸 수 있을까? ‘난 수영도 못하고,, 바다를 무서워하는데..’ 이런 생각부터 들어 이 상황을 피하기만 할 것 같다. 결국 마주해야 하지만 뒤로 미루면서 현실을 외면할 것이란 생각에 그 대신 그녀를 응원하면서 그녀가 그녀 두 발로 부드러운 모래 위에 서길 간절히 빌면서 책을 읽었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것은 나뿐이었어.


- P.245


태미의 사건에 비할 바는 못 되어도 우리가 평소, 갑자기 힘든 시기를 맞게 되면 자연스럽게 내가 애정하는 사람들과의 일이나 농담거리, 그 웃음들을 떠올리면서 힘든 시기를 존중하며 버티지 않나.


책을 덮고 처음 든 생각은 ‘존버하는 사람이 승리한다’였다. 무서운 자연 앞에서도 살아내는 게 인간이니까, 우리도 과거의 소중한 기억을 곱씹고, 미래의 행복한 상상을 꿈꾸며 현재를, 나를 존중하며 버텨야 하지 않을까? 결국 나를 구원하는 건 오직 나 자신이기에.

 




어드리프트
- Adrift -


지은이
태미 올드햄 애쉬크래프트
 
옮긴이 : 신솔잎

출판사 : 빌리버튼

분야
외국 에세이

규격
140*200mm

쪽 수 : 312쪽

발행일
2020년 05월 01일

정가 : 14,500원

ISBN
979-11-88545-83-4 (03840)





저역자 소개

  
태미 올드햄 애쉬크래프트
 
바다 위에서의 삶을 사랑하고, 사랑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1983년 10월 12일, 스물세 살의 나이로 연인과 '하자나'라는 이름의 요트를 타고 타히티에서 샌디에이고로 향하던 중 허리케인을 만나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조난당했다. 통조림으로 버티며 네비게이션 시스템 없이 약 2,400킬로미터를 직접 배를 몰았다. 41일째 되던 11월 22일 하와이 힐로에서 구조되었다.
 
살아 돌아온 그의 이야기는 미국 전역에 크게 소개되었다. 이후 그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100톤 범선 항해사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강연을 다니며 그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 디즈니 <모아나> 시나리오팀이 '바다 위에서 펼쳐지는 로맨스' 이야기를 찾던 중 작가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디즈니의 긴 설득 끝에, 2018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사랑한 바다>가 개봉되어 많은 이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신솔잎
 
프랑스에서 국제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 중국, 국내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번역 에이전시에서 근무했고 숙명여대에서 테솔 수료 후, 현재 프리랜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며 외서 기획 및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외국어를 접하며 느꼈던 언어의 섬세함을 글로 옮기기 위해 늘 노력한다. 옮긴 책으로는 《민감한 사람을 위한 감정 수업》《반대의 놀라운 힘》《죽음을 생각하는 시간》《최강의 인생》《유튜브 레볼루션》《내 마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 《나는 직원 없이도 10억 번다》《직장인의 말연습》《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이 삶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기다리는 마음》 등이 있다.



 

 

 

[이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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