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열광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아무튼 시리즈' [도서]

글 입력 2020.05.11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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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광이 취미인 사람들에게! '아무튼 시리즈'


 

좋아하는 작가의 수필에서 책  『아무튼, 비건』이 언급되었던 적이 있다. 그는 『아무튼, 비건』을 읽고 자신의 큰 부분을 바꾸는 결심을 내렸다. 책에 있어서는 툭하면 열광하는 나에게 하나의 책이 사람을 바꾼 일은 어떤 것보다 근사한 일이었기 때문에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 넘어간 그 문장이 꽤 인상 깊었다.


그렇게 <아무튼 시리즈>를 알게 된 나는 '코난북스', '위고', '제철소'가 함께하는 이 기획 시리즈의 팬이 되었다. '아무튼'은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에세이 시리즈이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한 가지에 대한 이야기를 내내 책에서 말한다. 자신에게 활력과 용기와 즐거움을 주는, 그리하여 사랑해 마지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시리즈의 책들이 많아질수록 나의 관심사도 함께 쌓여가는 것을 느낀다. 게 중에서도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 두권을 추천하려 한다.



 

1. 『아무튼, 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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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책은 재밌다.


재밌다고 말하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테니 자세히 말해보자면 난 저자의 '쪼'가 너무 웃겼다. 비유를 하자면 '하는 얘기가 하나같이 다 재밌어서 귀를 쫑긋하게 되는데, 가만히 듣자 하니 이야기 자체도 재밌지만 그걸 전달하는 말투와 표현 방식이 기발하고 재치 있어서 계속 더 말해줬으면 하는 언니들의 말' 같았다. 저자는 매 챕터마다 자연스러운 유머를 구사했고 나는 제대로 취향 저격을 당해 자주 껄껄 웃었다.


책에 초반부는 다양한 잡지와 함께했던 저자의 에피소드가 담겨 있고(현실 웃음이 많이 터진다), 중반부는 온라인 매거진에서 일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잡지를 만드는 과정과 잡지사 구조의 문제점 등을 다루며 (피를 말리는 마감 현장을 엿볼 수 있다), 후반부에는 저자가 퇴사 후 프리랜서가 된 현재의 이야기가 쓰여있다.


저자는 프리랜서가 된 후 프리랜서 친구들과 함께 <일하는 여자들>이라는 온라인용 인터뷰집을 만들었는데 이 부분은 단단한 용기를 준다.

 


성공한 남성들 이야기는 굳이 이렇게 책으로 묶어내지 않아도 어디서든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tv를 틀어도 여느 책과 잡지를 펼쳐도 내가 어떻게 성공했는지, 지금 얼마나 잘 나가는지 알려주겠다는 남자들이 등장한다. '그럼 성공한, 일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더 크게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아무튼, 잡지』 황효진


 


2. 『아무튼, 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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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가득한 이곳에서 슬픔에 익숙해지지 않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잘 살펴보지 않은 우는 얼굴은 또 얼마나 비슷하게 느껴지는지.


슬픈 세상의 기쁜 인간이 되고 싶었다는 정혜윤 pd의 글은 마음을 찌른다. 팟캐스트 <세상 끝의 사랑>을 제작해 사회적 참사로 소중한 이를 잃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후에 인터뷰에서 유족들을 향한 자신의 마음이 깨끗한 감탄과 존경심이라고 말했던, 정혜윤 pd의 글은 그의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의 발언처럼 따뜻하고 사려깊다.


이런 어른이 있구나. 이런 마음을 가진 어른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쓴 글이 많은 이들을 서글프게, 기쁘게 했구나. 그가 말하는 꿈과 몸을 읽으며 마땅히 슬퍼하고 깨끗이 존경하는 마음을 배운다. 슬픔을 억누르고 피하는 사회에서 마땅히 슬퍼하는 사회로의 전환을 상상한다. 헤테로토피아는 바로 그곳이 아닐까.


‘나의 내일을 만들어줄’ 메모에 대한 책으로 접했지만 그것보단 정혜윤을 시작하는 책으로 읽혔다. 이렇게 멋진 어른이 여전히 열렬하게 자신의 일을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위안을 준다.

 


이탈로 칼비노의 말이 떠오른다. “해답이 아니라 경이로움을 즐기라.” 나는 지칠 때면 속으로 이렇게 말하곤 했다. ‘지금 어디선가 고래가 숨 쉬고 있다! 지금 고래가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고래처럼 깊게 숨을 쉰다. ‘나는 너와 함께, 너처럼 힘을 낼 거야.’ 고래처럼 물 밖으로 솟구쳐 태양을 향해 뛰어오를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무튼, 메모』 정혜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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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성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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