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평범하지만 고귀한 우리들의 삶 - 예술과 나날의 마음 [도서]

글 입력 2020.05.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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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는 인간의 삶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다. 우리는 깊은 사유를 통해 한 번도 마주해보지 못한 새로움을 만나기도 하고, 내면에 자리 잡은 그 무언가를 더욱 더 발전시키기도 한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우리는 오랜 고찰 끝에 비로소 값진 사유의 결과를 얻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은 꽤 철학적인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예술을 통해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을까?' 또한, 그렇다. 우리의 삶은 철학과 연결되어 있고, 철학은 또다시 예술과 긴밀히 연결된다. 그것은 바로 '예술학'이며, 역사 속에서 끊임없는 가치를 생산해온 예술에 대해 증명한다.

 

저자가 초점을 맞춘 미학과 앞서 제시한 예술학은 분명히 구분되는 분야이지만, '철학'과 '예술적 증명'을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맥락을 같이한다. 따라서 문광훈의 미학에세이 '예술과 나날의 마음' 역시, 예술학적 관점이 일부 가미된 듯 보인다. 저자가 제안한 '예술로 생각하기'는 철학의 여정이자 우리가 살아가야만 하는 세상에 대해 예술이 건네는 일종의 방법론이다.

 

그는 '예술은 나날의 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고, 또 나날의 마음속에 자리해야 한다'라는 본인만의 신조를 프롤로그에 담았다. 이는 오늘날 동시대적 예술의 흐름이 추구하고 있는 방향인 동시에, 앞으로도 계속해 나가야 할 이상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그러한 면에서 이 책은 예술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포괄하는 범위에서 그것의 역할을 서술하고 있으면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우리의 방식에 깨달음을 선사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바뀌지 않을 답답한 현실의 출구,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을 이겨낼 한 줄기 빛은 바로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통해 소소한 기쁨을 향유하는 일이다. 따라서 저자는 예술은 거창하고 고상하기만 한 것이 아닌 "나날의 생활 속에 자리한 것이며, 또 나날의 마음속에 자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범한 것들의 고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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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메이르 <우유 항아리를 든 하녀>, 1658-60

 


제2장, 평범한 것들의 고귀함에서는 우울함과 갈등으로 점철된 하루일지라도 평범한 일상은 그 자체로 고귀한 것이며 지속되어야 한다면서 반복되는 삶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누릴 방법에 대해 말한다. 그러한 주제에 따라 제시된 여러 작품 중, 페르메이르의 <우유 항아리를 든 하녀>가 선사해주는 평범한 일상의 고귀함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아 소개해보고자 한다.

 

 

해가 드는 창가의 허름한 탁자, 그 위에 놓인 바구니와 여기에 담긴 딱딱한 빵 하나, 하얀 우유를 따르는 하녀의 어깨와 두 손과 얼굴과 모자. 끝없이 이어지는 나날의 일과 가운데 잠시 정적이 찾아든다.


 

페르메이르는 작품 제작에 있어 지극히 평범하고도 일상적인 장면과 그에 맞는 인물들을 배치해 묘사하는 작가로 유명하다. 이 작품 역시 그러한 특징을 지니고 있으며, 그림 속 하녀는 자기 일에 몰두한 채 서 있다. 그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에 집중해보자. 작은 탁자에는 빵과 그 조각들이 놓여 있고, 특히 빵 껍질에 붙은 낱알 곡식의 묘사는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에 반해, 그림의 중심부에 있는데도 하녀의 옷과 모자에는 장식적인 요소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눈을 돌려 배경을 보아도, 그저 단순하고 사치스런 부분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간단하게 묘사된 모습이다. 저자는 이러한 페르메이르의 작품을 '일상성'과 연관 짓는다. 보잘것없고 값비싼 사치 또한 찾기 힘든, 그렇게 흔한 모습이 곧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다.

 

항상 좋은 것만은 누릴 수 없는 삶은 평범하고 지겨울지 모르나, 우리는 그러한 일상을 계속해서 반복하며 살아가고 그 속에서 고귀하고도 값진 가치를 찾아낸다. 여기에서 말하는 '고귀하고도 값진 가치'란 무엇일까? 페르메이르는 그것을 '빛'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그림에서 명시된 빛은 창가 왼편 그늘에서 벽의 오른편으로 갈수록 점점 밝아진다. 밝음은 이면에 드리우지 않고, 현상 자체를 비추며 나타난다.

 

그 빛은 하녀의 반복적이고 답답할지도 모르는 삶 자체를 훤히 비추어 긍정적인 활력을 부여한다. 미묘하고도 치밀한 계산에 의해 슬며시 자리 잡은 빛은, 삶의 공간을 조용하게 밝혀준다. 하녀의 진실한 마음은 고요한 분위기에 휩싸여 드러나지 않기에 그녀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우리는 저자가 제시한 '평범한 것들의 고귀함'이라는 명제를 온전히 파악 가능하다. 예술과 나날의 마음에서 저자가 말해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한 부분이 채워진 듯한 느낌이 드는 대목이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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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터블 <올드 새럼>, 1834

 


저자는 본인의 개인적인 일상을 언급하며,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한 담론을 이어나간다. 아름다운 것은 왜 떠나가는 것일까. 꽃이든 나무든 사람이든, 왜 아름다운 순간들은 시들거나 사라지거나 끝나고 마는 것일까 하고 말이다. 그는 이러한 질문에 대해 가장 설득력 있는 답변을 준 사람은 칸트라고 말한다.

 

칸트는 아름다움을 판정하는 일을 '취미'라 불렀다. 즉, 아름다움이란 대상 자체가 가진 성격과 그 때문에 행해지는 객관적인 평가가 아닌 개개인의 주관성에 좌우된다는 '취미 판단'의 이론이다. 그러나 그러한 주관성은 동시에 '일반적이고 보편적'이기도 하다. 내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대상에 대해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동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렇게 형성된 미적 감각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시각적인 행복함과 즐거움을 얻는다.

 

아름다움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 아름다움을 보고 있는 나조차도 그렇다. 모든 것은 유한하고 끝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 매 순간을 가치 있게 살아가야 한다. 남들이 보았을 때 가치 있는 게 아닌, 소소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진정으로 나에게 가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우리의 끝이 정해져 있는 것도, 그러한 일상의 나날을 보다 의미 있게 영위하라는 본질적인 메시지로써 표명된 게 아닐까.


 

 

예술을 향한 마음은 곧 사랑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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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 <고독, 비겐의 회상>, 1866

 


예술은 나날의 생활 속에 자리하고 있고, 또 나날의 마음속에 자리해야 한다. 그것이 주는 미학적인 가치는 우리의 삶을 더욱 빛나게 한다. 때로는 감동을 주고, 또 때로는 위로를 주며 우리의 곁에 자리하는 예술은 없어서는 안 될 일생 일부분이다. 문광훈 저자는 그러한 깨달음을 미학에세이 <예술과 나날의 마음>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찬찬히 되짚어준다.

 

책을 읽으며 그가 개척해놓은 미적인 철학의 여정을 함께할 수 있었다. 쉽지만은 않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마음 속에 머금어가다 보면 느림의 미학까지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우리의 삶 또한 다른 이들에 비해 느릴지라도 한 발자국씩, 자기가 목표한 대로 내딛으면 된다. 생각지도 못한, 참 많은 메시지를 직접 전해주는 책이라는 걸 느끼게 된 순간이다.

 

그가 제시한 일련의 깨달음의 과정을 함께 되짚다 보면, 우리는 비로소 느낄 수 있게 된다. '예술을 향한 마음은 곧 사랑의 마음이다'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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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한 마음은 곧 사랑의 마음이다. 그것은 선에 대한 갈망이기 때문이다. 더 넓고 깊은 삶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도 무의미할 것이다."


- 문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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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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