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을 통해 보는 사랑,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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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을 세상의 모든 사랑지상주의자에게 바친다.’ 인생의 대부분을 사랑회의주의자, 사랑무관심주의자로 사는 사람들도 적어도 한때는 사랑지상주의자로 산다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사랑을 주제로 한 문학 작품이 굉장히 많은 것도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문학 외에도, 많은 예술작품의 궁극적 주제는 사랑인 경우가 많다. 길거리를 지나면 온통 사랑 노래들이 들려온다. 예술작품의 주제들이 사랑으로 치우친 것에 대해 거부감이 들기도, 아쉽기도 했던 적이 많다. 하지만, 도대체 사랑이 무엇이기에 그런 것인지 궁금한 마음이 든다.
나에게는 문학도 사랑도 어렵다. 그래서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라는 책의 제목을 봤을 때 책이 전하는 바를 내가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한 챕터 한 챕터 읽어가며, 사랑을 직접 해보는 것 외에 사랑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양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엮여있는 여러 인물의 관계와 감정선을 한 발 물러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시대에서 문학 작가들이 사랑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그것을 독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명작으로 배우는 사랑의 법칙’이라는 부제목과는 달리 사랑의 법칙에 대해 강하게 설파하려고 하거나, 사랑의 형태에 대한 작가 개인의 가치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랑을 다룬 문학 작품들을 소개한다. 작가는 문학 작품과 작가들에 대한 폭넓은 식견으로 그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사랑이 얼마나 많은 문학 작품에서 이야기 되어 왔는지, 사랑의 가치란 무엇인지 생각해보기 좋은 책이었다.
그렇지만 다양한 형태의 사랑 중 20개의 챕터에서 전체적으로 이성과의 에로스적 사랑을 주로 다룬 점은 조금 아쉬웠다. 부모님과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 동성과의 사랑 등 사랑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은 굉장히 많은데 말이다.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사랑의 양상들은 크게 다양하지는 않았다.
니체의 사랑관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를 읽으며 사랑은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기에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체의 아포리즘에 관한 챕터에서, 니체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상대편에게 결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결점을 스스로 고치려 한다고 주장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런 사람은 좋은 인간으로, 어쩌면 신과 비슷한 완전성에 끊임없이 다가가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즐거운 지식』)
- 130p
사랑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욕구는 사랑의 대표적인 순기능으로 작용할 것이다. 니체의 말대로 사랑을 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자신의 결점을 보완하며 완전성을 갖춘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니체는 ‘사랑은 초인이 되려는 자의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가 “사랑은 사람 안에 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을 계속 주시하려는 눈을 가지고 있다. 사랑은 사람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끌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라고 말한 데서 알 수 있다.
또한, 그는 제 일과 본분에 매진할 때도 사랑을 할 때처럼 절대적인 믿음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그의 초인사상을 뒷받침한다. 그는 사랑이 한 개인을 성장시키는 동력이라고 본 것 같다.
니체에게 사랑은 자기애로부터 출발하는 것이었다. 그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고독하다고 주장했으며,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힘만으로 무엇인가에 온 노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 역시 자기애가 바탕이 되지 않은 사랑은 무너져내리거나 곪아버릴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니체의 의견이 인상 깊었다.
‘안나 카레니나’를 통해 본 사랑과 삶의 필수 요소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는 서구문학사에서 대표적인 문학 작품이다.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사랑 외에도 인간 조건의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다루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 작품의 대표적인 주제는 사랑이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를 읽으며, 사실 안나의 이야기는 ‘타인을 위한 사랑만으로는 불충분함’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톨스토이는 사랑, 사랑 중에서도 가장 자극적인 불륜을 이야기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신앙을 이야기하고 있다. ‘사랑이 다가 아니다. 행복이 다가 아니다. 행복한 사람도 뭔가 부족하다. 부족한 2퍼센트나 0.2퍼센트는 신앙이다’는 아마 톨스토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 170p
사랑만으로는 불충분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요소. 톨스토이는 그것을 ‘신앙’으로 본 듯하지만, 나는 그것이 앞서 니체가 사랑의 출발점으로 보았던 ‘자기애’라고 생각한다. 자기애가 부족하면 그 어떤 사랑과 성취도 충분하지 않고, 온전할 수 없다.
불륜한 ‘여자’를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회적 분위기, 그녀를 손가락질한 사람들도 안나를 절망으로 몰아넣었지만, 그녀의 삶이 비극적으로 끝난 것은 결정적으로 자기애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안나는 브론스키를 열정적으로 사랑했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의 삶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뒷받침된 사랑은 아니었다. 그것이 안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그녀의 사랑과 인생이 안타까울 뿐이다.
톨스토이는 “신들은 어떤 사람들을 파멸의 길로 이끌 때 일단 그들을 미치게 만든다”고 했다. 저자는 사랑만큼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은 없다고 덧붙인다. 우리는 톨스토이가 경고한 대로 ‘사랑 제일주의’의 한계나 위험성을 주의해야 하며, 자기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만 타인을 올바르게 사랑하고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문학으로 사랑을 읽다- 세상의 모든 사랑은 운명적이다 -지은이 : 김환영출판사 : 싱긋분야인문규격133*203mm 양장쪽 수 : 296쪽발행일2020년 02월 14일정가 : 15,000원ISBN979-11-90277-25-9 (03800)
[송진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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