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3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그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늦덕이 이래서 무섭다고 하는 것인지, 내가 그들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쌓여온 영상들을 보느라 거의 매일 새벽 3~4시에 잠이 들었다. 학창시절에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여럿 있었지만 사진을 모으고 라디오나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의 덕질은 우리의 시간을 끝없는 알고리즘의 세계로 안내한다.
어느덧 내 새벽시간을 온전히 '오빠'들에게 바치지 않아도 되는 성숙한 덕후가 되었지만 돌아보니 이미 내 일상은 유튜브에게 삼켜진 후였다. 구독하는 유튜버의 숫자는 늘어갔고 좋아요 표시한 동영상들은 일정한 기준 없이 내 계정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보기 좋은 10분, 20분짜리 영상들은 또 다른 영상들을 안내하였고 나는 손쉽게 1시간, 2시간을 내어주었다.

일상이 유튜브에게 잠식되어 버린 것이 다가 아니다. 유튜브 영상과 더불어 인스타그램 스토리, 틱톡과 같이 시간이 아주 짧은 '숏폼' 동영상들이 인기를 끄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온전히 집중력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워낙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여러 OTT서비스들을 구독하고 있는데도 두 시간짜리 영화를 시작하기가 망설여져서 자주 그 대신 유튜브를 틀기 일쑤이다.
많은 시간을 영상 감상에 소비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의 큰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처음에 문제로 치부되었던 현상들은 그저 새로운 시대와 세대의 변화였던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새로운 바람을 성급하게 문제라고 칭하고 원래대로 바꾸려 들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꼰대가 되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중요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내 시간은 더 중요하다. 트렌드고 뭐고, 이 아주 매력적인 시간 도둑들한테서 내 시간을 지켜내야 한다. "시간 정해놓고 보기"와 같은 전통적인 해결책은 해보지 않아도 실패할 것을 안다. 그렇기에 콘텐츠를 배척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몇 가지 대책을 생각해 보았다.
1. 침대에서 책상으로
식사 후 잠깐 휴식을 취한다는 명목으로 태블릿과 함께 침대 속으로 들어가 하루를 버려 버린 경험이 있다면 한 번 해 볼 만한 방법이다. 블랙홀의 또 다른 이름인 침대와 유튜브를 함께 사용하면 그들의 시너지에 우리는 져버릴 수밖에 없다.
영상 감상 공간을 책상으로 바꾸면 생각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감상하는 자세도 좀 더 적극적, 생산적으로 바뀐다. 영상을 보는 동안 메모를 하거나 미뤄둔 것들을 정리할 수 있고 또 좀 더 해야 할 일을 일찍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2. 유튜브의 다른 역할 찾기
단순히 여가시간으로만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 같다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콘텐츠의 바다인 만큼 우리는 그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역사나 과학을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취미를 쉽게 시작할 수도 있다.
더불어 유튜브의 최대 장점은 우리가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주제들을 교묘하게 잘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취향 넓히기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
3. 유튜브 넘어서기
아무래도 부동자세로 감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수동적으로 느껴진다면 직접 그 생태계에 뛰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취미 또는 투잡이라는 거창한 목표 때문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관리하고 운영하다 보면, 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윤곽이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 것에서부터 유튜브와의 싸움에 승산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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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홍수 속에서 내 일상과 기준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에 딱 맞는 콘텐츠를 단번에 골라내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자꾸만 억울하게 허공으로 사라지는 내 시간들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구해내 보려고 한다. 쏟아지는 유혹을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