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유튜브한테서 내 일상 지키는 법 [사람]

본격 시간 도둑 유튜브와 잘 지내보기
글 입력 2020.04.2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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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아이돌 그룹을 좋아하기 시작한 지 어느새 3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그 아이돌을 좋아하기 시작했을 때를 잊을 수 없다. 늦덕이 이래서 무섭다고 하는 것인지, 내가 그들의 존재를 알기 전부터 쌓여온 영상들을 보느라 거의 매일 새벽 3~4시에 잠이 들었다. 학창시절에도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여럿 있었지만 사진을 모으고 라디오나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게 전부였는데 요즘의 덕질은 우리의 시간을 끝없는 알고리즘의 세계로 안내한다.

 

어느덧 내 새벽시간을 온전히 '오빠'들에게 바치지 않아도 되는 성숙한 덕후가 되었지만 돌아보니 이미 내 일상은 유튜브에게 삼켜진 후였다. 구독하는 유튜버의 숫자는 늘어갔고 좋아요 표시한 동영상들은 일정한 기준 없이 내 계정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보기 좋은 10분, 20분짜리 영상들은 또 다른 영상들을 안내하였고 나는 손쉽게 1시간, 2시간을 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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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3년 동안 내가 유튜브에 바쳤을 시간을 상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일만 시간의 법칙이 사실이라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도 남을 시간일지도 모르겠다. 시간을 세기 두려운 것을 보면 아마도 나는, 그리고 우리는 멍하니 수많은 영상들과 함께한 시간과 함께할 시간들에 대해 내 삶에게 불투명한 자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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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유튜브에게 잠식되어 버린 것이 다가 아니다. 유튜브 영상과 더불어 인스타그램 스토리, 틱톡과 같이 시간이 아주 짧은 '숏폼' 동영상들이 인기를 끄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이 온전히 집중력을 가지고 즐길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워낙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는 여러 OTT서비스들을 구독하고 있는데도 두 시간짜리 영화를 시작하기가 망설여져서 자주 그 대신 유튜브를 틀기 일쑤이다.

 

많은 시간을 영상 감상에 소비하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의 큰 문제처럼 보인다. 그러나 처음에 문제로 치부되었던 현상들은 그저 새로운 시대와 세대의 변화였던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새로운 바람을 성급하게 문제라고 칭하고 원래대로 바꾸려 들고 싶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꼰대가 되어버리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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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중요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내 시간은 더 중요하다. 트렌드고 뭐고, 이 아주 매력적인 시간 도둑들한테서 내 시간을 지켜내야 한다. "시간 정해놓고 보기"와 같은 전통적인 해결책은 해보지 않아도 실패할 것을 안다. 그렇기에 콘텐츠를 배척하지 않고 함께 살아갈 몇 가지 대책을 생각해 보았다.

 

1. 침대에서 책상으로

식사 후 잠깐 휴식을 취한다는 명목으로 태블릿과 함께 침대 속으로 들어가 하루를 버려 버린 경험이 있다면 한 번 해 볼 만한 방법이다. 블랙홀의 또 다른 이름인 침대와 유튜브를 함께 사용하면 그들의 시너지에 우리는 져버릴 수밖에 없다.

 

영상 감상 공간을 책상으로 바꾸면 생각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감상하는 자세도 좀 더 적극적, 생산적으로 바뀐다. 영상을 보는 동안 메모를 하거나 미뤄둔 것들을 정리할 수 있고 또 좀 더 해야 할 일을 일찍 시작하게 될지도 모른다.

 

2. 유튜브의 다른 역할 찾기

단순히 여가시간으로만 유튜브를 활용하는 것 같다면 좀 더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콘텐츠의 바다인 만큼 우리는 그 속에서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역사나 과학을 더 재미있게 배울 수 있고, 언젠가 해보고 싶었던 취미를 쉽게 시작할 수도 있다.

 

더불어 유튜브의 최대 장점은 우리가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주제들을 교묘하게 잘 소개해 준다는 점이다. 취향 넓히기는 다른 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된다.

 

3. 유튜브 넘어서기

아무래도 부동자세로 감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너무 수동적으로 느껴진다면 직접 그 생태계에 뛰어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새로운 취미 또는 투잡이라는 거창한 목표 때문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관리하고 운영하다 보면, 그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윤곽이 보이기 마련이다. 우리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는 것에서부터 유튜브와의 싸움에 승산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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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홍수 속에서 내 일상과 기준을 지켜내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의 소중한 시간에 딱 맞는 콘텐츠를 단번에 골라내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자꾸만 억울하게 허공으로 사라지는 내 시간들을 이제는 적극적으로 구해내 보려고 한다. 쏟아지는 유혹을 현명하게 즐길 수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추희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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