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좀비물의 고전 -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영화]

글 입력 2020.04.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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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어두운 교실에서 불도 켜지 않은 채로 엎드려 있으면 선생님들은 우리를 '어둠의 자식들'이라고 부르곤 하셨다. 하루하루 생기를 잃어가던 우리에게는 '썩은 동태 눈깔', '시체' 혹은 '좀비'라는 수식어가 심심치 않게 붙여졌다. 학창시절 우리는 오컬트 그 자체였다.


좀비의 나라 한국은 <부산행>(2016) 을 통해 한국 좀비의 무서움을 세계에 알렸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시즌2까지 공개된 <킹덤>은 동양 시대극과 좀비물의 결합으로 독특한 매력을 뽐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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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는 생기가 없고, 느리게 움직이며,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발을 질질 끌고 걸으며 죽여도 죽지 않는 우리에게 익숙한 좀비의 모습은 1968년 조지 로메로의 작품에서 시작됐다. 조지 로메로 감독의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은 시체들이 움직이는 공포물로 좀비 영화의 고전이자 전설이 된 작품이다.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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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매인 바바라(주디스 오디)와 조니(러셀 스트라이너)는 아버지의 기일을 맞아 묘지로 향한다. 투덜거림을 멈추지 않던 조니는 묘지에서 동생 바바라를 겁준다. 바바라가 실제로 시체에게 공격당하자 조니는 시체와 싸우다 쓰러진다.


바바라는 시체를 피해 버려진 농가까지 가까스로 도망친다. 그곳에서 만난 벤(듀에인 존스)이라는 남자에게 도움을 받는다. 농가의 지하실에 숨어 있던 톰(키이스 웨인)과 주디(주디스 리들리) 커플과 해리(칼 히드먼)와 헬렌(마릴린 이스트먼) 부부는 벤의 지휘 아래 트럭을 타고 안전한 대피소로 갈 계획을 세운다.

 

어떻게든 시체들과 싸워 살아남고자 하는 벤,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바바라, 벤을 도와 싸우려는 톰, 그런 톰이 걱정되는 주디, 지하실이 가장 안전하다고 여기는 해리, 아픈 딸이 걱정인 헬렌, 그리고 의식을 잃어가는 딸 캐런까지. 아침이 올 때까지 살아남아 이곳을 탈출해야 한다.

 

 

 

인간과 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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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속 좀비는 부두교 주술사의 주문으로 되살아난 존재와 식인을 하는 악령인 구울, 뱀파이어 등 괴물들의 설정을 섞어 놓은 존재다. 되살아난 시체들은 인육을 먹는다. 오직 자신들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 움직인다. 이미 한번 죽었던 존재이기에 매우 느리게 움직이며 머리를 공격당하면 더는 움직이지 못한다.

 

영화 속 좀비가 어떻게 탄생한 것인지 그 원인은 불분명하게 묘사된다. TV와 라디오의 뉴스에서는 방사능을 원인으로 추측하지만 무엇하나 확실하지 않다. 원인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게다가 어떤 정부 기관도 이 사태를 해결하기는커녕 설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수많은 좀비들 사이에서 홀로 살아남은 벤은 아침에 도착한 자경단에 의해 이마 한가운데 총을 맞고 죽는다. 왜 확인해 보지도 않고 총을 쏘는가 따지고 싶지만, 사실 그들에게 아무 상관 없다는 것을 안다. 자경단은 좀비를 죽이는 것을 즐겼고, 그들에게 '우리'가 아닌 것은 좀비든 살아남은 사람이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좀비를 물리친 구원자이며 끝까지 살아남은 생존자다.

 

결국 좀비들은 물리쳤지만 우리는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그보다 더한 인간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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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널 잡으러 올 거야, 바바라."

 

 

극의 초반에 등장한 조니의 이 대사에서 '그들'은 시체였지만, 영화의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그들'은 시체가 아닌 인간에 대한 두려움으로 확장된다.

 

 


60년대의 분노 그리고 혁명


 

조지 로메로가 영화를 찍고 있던 60년대 후반의 미국은 베트남 전쟁과 인종 차별로 말미암은 분노의 에너지가 사회에 감돌고 있었다. 인종차별을 견디다 못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거리로 나왔다.

 

어떤 이들은 영화 속 좀비를 보며 거리로 쏟아져 나온 흑인들을 향해 분노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자경단을 보며 인종 차별주의자들에게 분노했을 것이다. 영화는 양쪽의 분노를 담아 서로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이에 더해 뉴스 보도를 통해 최초로 중계된 전쟁인 베트남전은 혼란과 불신을 증폭시켰다. 사람들은 TV를 통해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다. 이 모든 분노와 혼란의 에너지는 영화 속에 그대로 응축돼 박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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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 차별의 갈등이 극심했던 이때 작품의 주인공인 벤이 흑인 배우 듀에인 존스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 사실이다. 강하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인 벤의 캐릭터는 당시 흑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벤은 심지어 백인 여성의 뺨을 때리고 백인 남성을 총으로 쏴 죽이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이 작품의 마지막은 충격적이면서도 가장 적절한 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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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들이 살아 돌아오는 게

바로 혁명이었죠."

 

 

사실 하나하나가 혁명적인 작품이다. 괴물의 설정부터 부모를 죽이고 먹는 아이의 모습, 영웅적인 주인공의 죽음 등 당시의 영화적 고정 관념을 해체해 버렸다. 27살의 조지 로메로 감독은 당시로써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과감한 공포영화에 도전했고, 그 작품은 전설이 되었다.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이라는 영화 그 자체도 혁명이었지만, 영화를 제작한 제작진과 배우, 스태프들이 더욱 혁명적으로 느껴진 작품이다.


 

[김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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