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눈처럼 흩어진 영웅 이야기 - "설원의 음유시인" [게임]

차원의 도서관 에피소드 <설원의 음유시인>
글 입력 2020.04.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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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나는 눈을 좋아했다. 그래서 몸을 움직이기 싫을 정도로 매서운 추위가 와도 눈이 내리는 겨울을 좋아했다. 하얗고 예쁜 눈송이가 하늘에서 내리는 게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눈이 오는 날이면 눈을 비비며 일어나 밖으로 나가   눈을 뭉쳐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을 하고, 아무도 밟지 않은 곳에 발자국 남기고 뿌듯해하며 눈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봤다. 지금, 눈이 좋으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다. 눈 쌓인 길을 밟는 낭만은 무슨, 눈 오는 날은 불편하기만 하다. 사고라도 나지 않을까 조심스레 길을 걷지만, 힘겹다. 이젠 눈싸움을 하기도, 눈싸움을 만들지도 않으니 눈은 그저 불편한 존재다.

 

그래도 겨울이 오면 눈이 내리길 바란다. 괜히 창문으로 구경하며 겨울을 감상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눈이 오는 날은 특별한 날처럼 느껴진다. 눈이라는 존재가 겨울을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것 같다. 겨울에 눈이 오기 때문에 다른 계절과 구분되게 하는 거니까. 그래서 눈이 항상 내리는 곳을 환상적이라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은 환상적이기보단 모든 게 얼어버린 곳일지도 모른다.

 

<설원의 음유시인>의 배경이 되는 눈의 마을 엘나스가 바로 그곳이다. 지겹도록 내리는 눈보라는 이미 불행을 불러일으키는 징조가 되어버렸고, 끝나지 않는 전쟁, 기근과 기아가 만연하여 난민이 죽어간다. 눈보라가 눈을 가려 희망조차 볼 수 없는 곳이지만, 어떤 이는 눈은 ‘사랑’이라고 말한다. 평생 눈을 겪은 이가 눈을 좋아한다는 게 의아할지 모르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그 이유가 밝혀진다. 눈에 얽힌 사랑, 그리고 전해지지 못한 영웅의 이야기를 <설원의 음유시인>에서 풀어낸다.


 

 

떠돌이 음유시인


 

겨울처럼 건조하고 담담한 독백. 주인공은 세상에 대한 미련을 초월한 듯 무관심해 보인다. 용병단의 대장인 그는 전쟁 중 어떤 소년에게서 하프를 산 일을 계기로 하여 대장 자리에서 물러나 자취를 감춘다. 전쟁을 뒤로한 채, 사람이 없는 설원에서 생활을 이어간다. 설원 생활 중, 그는 생명의 초월자인 ‘알리샤’를 만난다. 자신을 생명의 초월자라고 말하는 이는 어딘가 엉성해 보인다. 겨울에 맞지 않는 옷차림, 앳된 얼굴은 신에 가까운, 신이라고 불리는 초월자라고 하기엔 어리고 부족해 보인다. 게다가, 동물에게 오히려 공격을 받을 뻔하지만, 주인공의 도움으로 초월자는 위기를 모면한다. 이렇게 주인공과 생명의 초월자인 알리샤와 인연이 시작된다.

 

종말이 다가온 지금 이때, 그는 방주에 태울 동물들을 찾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인간을 꽤 싫어하는 모습이다.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게 해를 가하는 존재일 뿐, 서로 싸우다가 결국 자멸할 거라며 인간 혐오에 가까운 생각을 거침없이 말한다. 종말에 대비해 동물을 방주로 데려가기 위한 수고를 들이지만, 인간은 그 종말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건 상관없다는 뜻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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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이 도래할 거라는 초월자의 말, 사자왕의 성에서 타오르는 불꽃. 주인공과 일행은 세계의 종말이 곧 일어날 것임을 직감으로 느낀다. 그 직감이 확신으로 바뀌기까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주인공과 그의 동료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 성안으로 들어간다. 수많은 병사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 바닥에 쓰러져 있었고, 그 자리를 몬스터가 대신하고 있었다.

 

사자왕과 무녀, 성 안에는 두 명의 생존자만 남겨져 있었다. 그들은 성안의 모든 병사를 말살하고 다음에 거행될 말살을 논의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화를 숨어 듣고 있던 주인공은 둘에게 발각된다. 죽어버린 병사처럼 사자왕은 주인공을 처리하려고 한다. 퇴로가 막힌 주인공은 사자왕과 검을 맞대며 싸우지만, 그를 대적하기에 역부족이었다. 결국, 초월자의 도움으로 성안에서 빠져나왔지만, 주인공은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평생을 전쟁터에서 지낸 자신도 종말에 한몫을 했으리라. 순진했던 시절, 선의를 위해 싸웠다고 믿었지만 결국 종말로 귀결된다는 것, 그리고 자신도 사자왕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에 괴로워한다.

 

 

“꿈을 꾸었다. 나는 끝없는 설원을 걷고 있었다. 전장에 남겨진 자들… 내가 만든 죄악들이 하나 둘 몸을 일으켰다. ‘가련한 자여… 그대가 만든 참상을 보라.’ 너는 무엇을 위해 싸웠지? 결국 죽고 죽이기를 반복할 뿐인데.”

 

 

용서받을 수 있을 거라는 말은 사자왕이 아닌 자신에게 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자왕이 말했던 것처럼 용서를 바란다면 위선이라는 말도. 전장의 참상은 살아나 자신에게 달려든다. 보고 싶지 않던 광경이 재현되고 있었다. 절대로 마주하고 싶지 않아 검을 버리고서 라도 벗어나려 했던 그 장면이. 몇 년 전 꼬마에게서 하프를 산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그 꼬마는 어떻게 되었을까 생각해보지만, 낙관적인 미래를 그리기엔 눈에 보이는 풍경은 처참하다. 이제서야 그는 도망쳐도 소용없다는 걸 깨닫는다. 자신의 과오를 용서받기 위해서 다시 전장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평범한 인간인 나는 눈 앞의 것이 아니면 볼 수 없으니까. 그래서 나는 눈앞의 일에 매달리기로 했다.”

 

 

세계에 위험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드래곤 마스터라는 자는 엘나스 어딘 가에 탑을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드래곤 마스터, 초월자…. 재앙을 대비해 탑을 짓고,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방주에 태울 동물을 찾아다니는 그들은 미래를 예견하고 각자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행동이 세계에 어떻게 작용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자신은 당장 다음이 어떻게 될 건지를 알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이라는 걸 깨닫는다. 절망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주인공은 마음을 먹는다. 눈앞의 일에 매달리는 것. 초월자, 드래곤 마스터라는 자들과는 다르게 현재를 살아야 하는 주인공이 할 수 있는 다짐이다.

 

봉화를 발동하기 위해선 강력한 마력이 필요하다. 마력을 따라 적군이 몰려들 것이며, 그 적군을 막아내야 봉화를 작동시킬 수 있다. 군인들을 모아두긴 했지만,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무장한 적군에 맞서 봉화를 지켜내야 한다. 대장으로서 부담감과 절대로 져서는 안 될 싸움이라는 부담감에 주인공의 어깨가 무겁다.

 

무엇보다 주인공은 마음 한 켠에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한 군인이 주인공을 향해 덕분에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는 말을 하며 자책하지 말라고 하지만, 죄책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의 마음은 알리샤와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인간을 도와주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며, 인간에게 악감정을 내비친 알리샤에게 지나가는 말로 서운함을 내비친다.

 

‘매정한 어머니’. 아이들은 엇나가기도 하고 방황하기도 하기에, 그러니 우리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 달라는 말에 알리샤는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돌아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에게는 결국, 보듬어 안아줄 어머니가 필요한 법이니까.” 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다. 그 생각도 잠시, 계속되는 전쟁, 부족한 물자와 병력으로 주인공은 기진맥진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지원을 다닌다. 적의 병력을 파악하고 돌아온 헤이즈는 내일이면 적의 본대가 도착 할거라 말한다. 결국, 종말이 눈 앞으로 다가왔다.

 

 

 

눈처럼 흩어져버린 이름들


 

 

 

“마지막으로 울어본 것이 대체 언제였던가. 얼어붙은 볼 위로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내렸다. 거센 바람에 금세 사라지고 말았지만, 그 뜨거움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만 같았다.”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는 주인공의 모습 뒤로 외로움, 허무함이 느껴진다. 그는 탑 옥루에서 눈으로 뒤덮인 풍경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한때의 꿈이었던 음유시인처럼 하프를 연주한다. 알리샤를 처음 만났을 때 연주했던 음악과 같은 멜로디지만, 옥탑에서 연주하는 음악은 현재 마음을 대변하듯 서정적이고 아련하다. 잊혀진 이름들, ‘Forgotten Names’라는 제목처럼, 멜로디는 눈보라 속으로 사라진다. 기록되지 않아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이름을 위해 음악을 연주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대장이라는 호칭으로 대체되어 유저는 그의 이름은 알 수 없다. 사자왕이 그의 이름을 물었을 때도, 그는 ‘세상에 남기고 싶지 않은 이름’이라며 거절한다. 눈보라 속으로 사라지는 멜로디처럼, 어차피 자신도 사라질 거라 생각한 걸까. 착잡한 마음을 잠재우려 하프를 연주하지만, 쓸쓸함을 잠재울 수 없다. 알리샤에게 남은 힘으로 인간을 도와 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와도 그 말을 뱉지 못한다. 대신, 하프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렇게 작별 인사를 한 후, 알리샤는 탑을 떠난다.

 

 

 

신의 이름으로


 

‘왜 그녀는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신이 인간을 버렸다’는 원망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힘이 부족한 거라며 애써 신경 쓰지 않으려 한다. 몰려드는 적군을 막으며 고군분투를 하지만, 결국 성벽이 뚫려버린다. 그 틈으로 몬스터 군단이 몰려든다. 설상가상으로, 발파조에 문제가 생겨 신호가 잡히지 않는다. 가망이 없다. 후퇴해야 모두가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주인공은 마일러에게 영창을 그만하라고 하지만, 마일러는 그만둘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알리샤가 떠나기 전 주인공에게 남긴 이야기를 전한다.

 

 

“모든 생명의 어머니로서, 나 초월자 알리샤가 말하노라. 신의 이름으로 그대를 용서한다. 그러니 이제 자책은 그만둬, 대장.”

 

 

남은 힘을 봉화를 작동시키는 마일러에게 모두 주고 떠났다고 한다. 알리샤는 앞으로 한 시간이면 봉화를 작동시킬 수 있을 만큼의 힘을 인간에게 주고 떠났다. 초월자라고 전지전능한 것도 아니며, 방주에 동물을 태우느라 힘을 써버려 작은 인간의 상태가 되어버린 알리샤가 마지막 힘을 짜내 인간을 도왔다.


 

 


독백과 어울리는 음악이다. 아마 <설원의 음유시인>이라는 한 편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극적이다. 초반에는 잔잔한 선율이, 중반부부턴 고조되는 감성이 듣는 이를 사로잡는다. 주인공 마음속에 응어리진 어떤 감정이 마지막에 가서야 터지는 듯 격렬하게 요동친다. 마치 주인공의 죄책감을 표현하는 것처럼 말이다.  Nowhere. 흔히 이상향, 유토피아를 의미하는 단어로, 철자를 뒤집으면 어느 소설의 제목처럼 ‘Erehwon’ 이라는 유토피아의 세계가 펼쳐진다. No-where, 그리고 Now-here의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 단어는 철학적으로 의미를 해석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는 이야기 안에서 의미를 찾고 싶다.

 

이 음악은 주인공의 독백과 함께 처음 등장한다. 맨 처음은 세계의 종말을 다시 목격하고 5년 전 자신에게 하프를 판 소년을 기억하면서 이어지는 독백의 배경음악으로 쓰인다. 절망과 허무감에 몸서리치며 난민들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조그만 소리로 독백 아래 깔리는 음악이라 잘 들리지 않지만, 담담한 독백에 감정을 불어넣는다.

 

두 번째는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탑루에서 하프를 연주하면서 뱉는 독백에 음악이 함께 나온다. 바로 전에 발파조에서 7명을 잃었다는 소식이 복잡한 심경에 불을 지핀다. 알리샤가 방주에 주인공을 위해 자리를 비워 놓았다는 말을 듣지만, 또 이렇게 도망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알리샤의 애정 어린 제안에도 예전 자신이 했던 행동을 반복하지 않으려 거절한다. 그리고 마지막, 후퇴를 명하기 위해 영창을 하는 마일러에게 그만두라는 장면에서 알리샤의 용서와 함께 음악이 터져 나온다.

 

용서와 함께 등장하는 배경음악이 주인공의 요동치는 마음을 대변하듯 격렬하게 움직인다. 움직임이 조금 멎고서 낮게 깔리는 첼로가 우는 목소리처럼 동그랗게 말린다. 주인공은 자신의 과오를 용서해줄 자가 없어 방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신이 저질렀던 참상을 용서받지 못해 죄책감을 안고 있었다. 그렇지만, 바로 여기에서 주인공은 용서를 받고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어디에서도 용서받지 못한 이 과오를 지금 여기에서 씻어낼 수 있었다.

 

알리샤가 인간에게 보여준 사랑은 인간을 변화시켰다. 받은 사랑에 보답하려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전쟁터로 가서 각자 맡은 일을 완수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신이 인간을 버린 거라며 원망하던 헤이즈는 직접 화약을 들고 직접 발파하려 떠나고, 마일러는 봉화를 작동시키기 위해 온몸을 불사 지르고, 주인공과 군인들은 몬스터 군단을 막으려 목숨을 다한다.

 

 

 

눈을 좋아해


 

발파조의 발파 성공에 눈사태가 일어난다. 눈은 몬스터 군단과 타오르는 불꽃, 세상에 묻은 얼룩을 덮어버린다. 그 여파로 주인공도 눈에 파묻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의 정신력이 겨우 목숨을 붙들고 있다. 눈사태에도 그는 전열을 유지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가진 것 없는 인간들의 처절한 싸움에 거대한 눈은 전쟁이 막을 내리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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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좋아한다며 나긋이 말하던 주인공의 모습이 떠오른다. 폐허가 된 마을을 바라보며 죄악감에 사로잡혔을 때 눈이 하얗게 덮어주는 걸 보곤, 눈이 그에겐 사랑으로 느껴졌다고 한다. 신이 인간을 벌하려 내린 눈조차 사랑한 주인공은 인류를 종말로부터 지켜냈다. 처절한 사랑은 생명의 초월자를 변화시켰고 생명의 초월자는 알리샤의 인간을 품어주었다.

 

 

 


사자왕이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순간 봉화가 터져 나온다.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때를 알리는 순간은 음악과 함께 찾아온다. 느린 멜로디는 검 자루를 쥐고 있는 류드의 모습처럼 애절하다. 도입부 나지막이 울리는 관악기는 진혼곡 느낌이 들게 한다. 용병들의 넋을 기리듯 장엄하다. 이어서 현악기 멜로디가 이어진다. 관악기가 주는 무거움과 장엄함과는 달리 애절하다. 이 음악의 절정은 맨 끝부분이라 생각한다. 맨 끝부분에서 비브라토가 처절하게 떨린다.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어 떠나지 못하고 멜로디를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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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인간이 가진 긍지를 보여주었고, 세상은 눈으로 그에게 답한다. 눈사태로 몬스터 군단이 전멸하게 되고, 군단을 이끌던 사자왕은 쓰러진 주인공 앞에 나타나 항복을 선언하고 그를 인정한다. 그리고 그의 이름을 묻는다. 그의 이름은 ‘류드’, 눈보라처럼 흩어져 버린 그의 이름은 류드다. 다른 에피소드의 용병처럼 이름을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그의 이름이 나와버렸다. 류드… 알리샤가 만든 해저 탑에서 얻을 수 있는 류드의 검의 주인이 <설원의 음유시인>의 용병이었다는 걸. 검에 숨겨진 수수께끼가 이번 에피소드에서 풀린다.

 

몇 년 후, 알리샤는 탑으로 되돌아온다. 탑 앞에서 주저앉은 류드를 향해 봉화 작동 후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웅들이 검은 마법사를 봉인했다는 소식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간 동료들의 소식을 전한다. 직접 폭약을 들고 뛰어든 헤이즈, 봉화를 작동시키려고 생명력을 모두 소진한 마일러의 소식. 이젠 편히 쉬라는 말을 듣자, 류드는 검을 놓고 고향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

 

이번 에피소드가 유저들을 많이 울렸다고 한다. 거친 전장과 어울리지 않은 시적인 표현, 담담한 주인공의 독백, 그렇지만 누구보다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선은 유저들에게 울림을 준다. 주인공이 닥친 시련을 헤쳐 나가는 모습은 처절하고, 숭고하다. 용서를 갈구했던 그가 신에게 거대한 사랑을 받을 땐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면 쓸쓸한 적이 있었다. 먼 길을 내려온 눈이 땅에 닿자 마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모습이 허무하다. <설원의 음유시인>을 보면서 류드의 모습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 같다고 생각했다. 그의 몸짓은 눈이 맨땅에 몸을 내던지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을 희생을 했는지 혼자 속상해했다. 그래도 류드의 흔적은 차원의 도서관, 알리샤가 갖고 있는 검, 하프와 악보 몇 장으로 남았다는 것에 위안으로 삼는다. 그의 영혼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검, 하프와 악보 몇 장은 세계에 남아있다. 그리고, 차원의 도서관에 그의 일화가 기록되었으니 누군가는 기억해 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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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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