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 없이도 사랑스러운 영화 - 썸원 썸웨어 [영화]

<썸원 썸웨어> 리뷰
글 입력 2020.04.2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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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파리지앵 로맨스 <썸원 썸웨어>

 

영화 <썸원 썸웨어>는 불과 5m 거리의 ‘썸’세권에 살고 있는 ‘레미’와 ‘멜라니’가 어딘가 있을 사랑을 찾아 나서는 이웃집 파리지앵 썸로맨스다.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 <사랑을 부르는, 파리> 등 아름다운 도시를 배경으로 사람 간의 소통을 섬세하게 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난 세드릭 클라피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또한, <썸원 썸웨어>는 감독의 전작 <부르고뉴, 와인에서 찾은 인생>에도 참여한 두 배우 프랑수아 시빌과 아나 지라르도가 다시 한번 뭉쳐 감독과 배우 간의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메인 포스터.jpg


 

※ 다수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봄이다. 유난히 이른 더위에 고개를 갸웃하다 급격히 찾아온 꽃샘추위에 다시 두꺼운 외투를 입던 게 불과 엊그제인데, 다음 주면 또다시 20도를 웃도는 날씨가 찾아올 전망이다. 사계절 중 가장 썸세포가 생겨나는 봄, 머나먼 파리에서 시작된 썸이 한국에 찾아왔다.

 

본격적인 리뷰를 작성하기에 앞서 강력한 스포일러를 먼저 하자면(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스포를 싫어하는 분들은 더 이상 읽지 않기를 권한다), ‘썸세권’이라는 단어를 창조하면서까지 로맨스 영화임을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두 남녀 주인공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제외한 그 어떤 장면에서도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옆집 주민으로서 길거리나 마트 등에서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 서로는 서로에게 ‘행인1’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가 아닌가? 두 명의 남자와 여자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이 마침내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암시로 미루어보아 로맨스가 아니라고는 말하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관람 후 미묘했던 것도 사실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로맨스 영화와는 분명 차별화된 점을 지니고 있는데, 단순히 ‘로맨스’로만 포장되어 홍보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던 탓이 크다(물론 마케팅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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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영화 이야기를 하자면, 두 주인공 레미와 멜라니는 한 마디로 사랑에 상처받았지만 그래도 사랑을 하고 싶은 인물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이성부터 가족까지 모두를 아우른다. 다만 치유되지 못한 상처는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내며 그들을 괴롭게 만든다. 정신적 고통은 물론, ‘잠’이라는 인간의 기본권마저 빼앗으며 육체적 고통까지 선사하는 것이다(레미, “잠을 잘 수 없어요,” 멜라니, “잠을 너무 많이 자요.”).

 

영화를 이끌어가는 큰 틀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두 사람의 정신과 상담 장면이다. 두 사람은 각자의 공간에서 각기 다른 증상을 품고 다른 의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일상을 꾸려나간다. 그렇다. 두 사람은 공통점이란 없는, 너무나도 다른 ‘두 사람’일 뿐이다. 그리고 그들을 옥죄고 있는 과거는 그들이 머무르는 지금,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스스로의 침묵에 갇혀 고개를 들지 못한다면 바로 옆에, 이미, 오래도록 존재했던 사람마저 인지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레미와 멜라니는 바로 옆집에 살았고, 시시때때로 서로를 스쳐 지나갔지만 서로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 상담을 통해 과거를 털어놓고, 조금씩 묻었던 상처를 마주할 때에야 ‘옆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듣’거나 ‘버려졌다고 착각한 (레미의) 고양이를 키우는’ 등 외부로 시선을 돌리고, 마음을 열게 된다.

 

극복의 마지막 단계는 ‘행동’이다. 스스로의 침묵을 깼다면, 타인의 침묵 또한 깨야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기 마련이다. 두 사람의 대사는 역시나 각기 달랐지만(레미, “부모님의 침묵이 힘들어요.” 멜라니, “엄마, 나예요.”)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오랜 침묵을 깬, 즉 과거를 벗어나 소통을 시작했다는 공통점은 두 사람의 완벽한 연결고리를 말한다.

 

“과거는 잊어버리고 지우는 것이 아닌

간직하는 것이다.”

 

영화의 핵심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레미가 겪은 여동생의 죽음도, 멜라니가 겪은 연인의 변심도 결국은 모두 과거다. 이미 존재하는 과거를 부정하려고만 했으니, 그 기억은 마치 ‘이물질’처럼 불쾌하고, ‘작은 불꽃’처럼 은근히 거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이물질을 접해야만 비로소 항암치료가 가능해지고(멜라니), 작은 불꽃부터 시작해야만 비로소 엔진이 움직일 수 있듯이(레미), 과거는 단단한 현재를 위해 간직해야만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거창한 문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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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영화는 두 남녀 주인공이 만나 함께 사랑을 가꾸며 상처를 극복하는 뻔한 클리셰가 아니다. 로맨스 영화임에도 로맨스의 공식을 과감하게 비틀어버린다.


모든 변화가 그렇듯, 호불호는 많이 갈릴 것이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때로는 사랑이 아닌 방식으로도 ‘나’를 채워갈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랑 없이도 사랑스러운 이 영화에 호(好)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위한 긴 시간을 채운 후, 두 사람은 마침내 만나 함께 춤을 춘다. 좋아하는 노래 가사를 인용하자면 “긴긴 서사를 거쳐 비로소 첫 줄로 적”힌다. 과거를 기반으로 나의 현재를 똑바로 마주한다면, 이미 어디엔가(somewhere) 존재하고 있는 인연의 누군가(someone)를 마침내 만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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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하얀 고양이 너겟이 영화의 사랑스러움을 배로 끌어올린다. 전국의 집사들이여, 당장 출동하기를.

   

 


 

 

썸원 썸웨어

(Someone Somewhere)

 

장르 : 멜로/로맨스

개봉: 2020.04.29

상영시간 : 110분

등급 : 12세 관람가

감독: 세드릭 클라피쉬

주연: 프랑수아 시빌, 아나 지라르도

 

 

STORY

 

소심한 연애 세포를 가진 남자 ‘레미’

구 남친 극복이 과제인 여자 ‘멜라니’

 

각자의 사연으로 쉽사리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지 못하는 두 사람은

한 발자국 옆집에 살고 있지만 서로를 모르는 사이!

 

하지만 어느 날부터 운명처럼

계속 스치는 두 사람에게

인생을 바꿀 특별한 기회가 찾아오는데…

 

태어나지도 않은 줄 알았던 내 연인

혹시 5m 옆 당신인가요?

 

 

[주혜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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