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끝나지 않을 유행, 레트로 [문화 전반]

현재가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트렌드 '레트로'에 대해
글 입력 2020.04.16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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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돌고 돈다. 이 말을 100% 체감 가능한 요즘이다. '복고주의'를 뜻하는 레트로, 그러한 레트로에 'new'를 접목시킨 뉴트로 등의 트렌드가 대세가 되었다. 이러한 트렌드에 가장 민감한 것은 역시 패션계. 각종 브랜드, 인터넷 쇼핑몰들은 서로 앞다퉈 트렌드에 걸맞은 레트로 감성을 담은 아이템들을 출시했다. 요즘 특히 자주 보이는 나비 관련 아이템과 스크런치, 일명 곱창 머리끈이 이에 해당할 것이다.


또, 과거에 '섀기 커트(샤기 컷)'이라고 불린, 층을 많이 낸 짧은 머리는 조금 더 부드럽고 다듬어진 느낌으로 '허쉬 컷'이라는 이름과 함께 돌아왔다. 터치폰의 등장 이후 스마트폰의 시대가 도래하고 옛 것의 상징이 되었던 폴더폰 또한 그렇다. 최근 삼성전자는 과거 폴더폰의 감성과 모양을 재현한 스마트폰 <갤럭시 z 플립>을 선보였다. 출시 전 기사를 보고, '과연 사람들이 다시 폴더폰을 찾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온라인상 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주위에서도 엄청난 화제의 중심이었으며,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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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트로'는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은 트렌드지만, 레트로의 경우는 지금에서야 성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응답하라>시리즈(이하 응답 시리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거나, 전혀 모르는 20, 30, 40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응답 시리즈의 첫 시작인 <응답하라 1997>의 성공과 함께, 후속작인 <응답하라 1994>와 <응답하라 1988>은 '개딸', '어남류/어남택', '웬열'등과 같은 신조어와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뜨거운 인기와 함께 시리즈를 완성시켰다. 응답 시리즈 역시 타 드라마와 다르지 않게 사랑, 가족, 우정 등의 주제에 이야기의 중심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응답 시리즈를 타 드라마들과 차별화한 요인은 '레트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각 시리즈의 제목에서 드러나듯, 응답 시리즈는 각각 97년, 94년, 88년에 배경을 두고 있다. 이전에 다른 드라마들에서 회상 장면 정도로 등장했던 시대가 극의 주된 배경이 된 것이다. 시리즈에서는 극의 흐름 중간중간 그 시절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배치하고, 인물들의 의상뿐만 아니라 소품들까지 그대로 재현해냈다.

 

그리고는 가끔씩 2010년대인 (방영 당시) 현재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전환해 나이 든 주인공들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그땐 그랬지'라는 공감을 얻으며 추억을 환기시켰다. 또 그 시절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전해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던 90년대의 생활을 알려줌과 동시에 경험한 적 없는 그 시절의 아련함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했다.


대중문화 중 패션과 TV 드라마에서만 레트로가 각광받은 것은 아니다. 학창시절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은 발랄한 분위기의 영화 <써니>부터, 잔잔한 감성과 설렘을 선사하는 영화 <건축학개론>, <유열의 음악앨범>까지. 모두 레트로적 요소가 가미되어 극의 분위기와 아련함이 증폭되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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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있어서도 레트로는 중요한 테마 중 하나이다. 대표적으로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 <꽃 갈피>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종영한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의 폭발적 인기를 얻었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특집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해당 프로그램 자체의 화제성이 높았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3차례를 거듭해 특집으로 기획했던 것을 보면 '그때 그 노래'에 다시 사람들이 얼마나 열광했는지 알 수 있다.


대중문화에 있어서 레트로의 트렌드는 한국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얻고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는 드라마의 중후반부까지 200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작중에서 시점이 과거라고 언급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80년대 풍의 패션과 소품들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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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전 세계 이곳저곳, 여러 분야를 막론한 레트로의 유행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그것은 아마 레트로의 의미인 '과거로의 회귀' 그 자체에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경험한 적 없는 시대에 대한 동경과 아쉬움일 것이다. 그래서 다양한 매체와 문화를 통해 그것을 향유하는 동안이라도 과거에 대한 향수에 파묻혀있고 싶은 것. 그것이 바로 사람들이 레트로를 찾는 이유다.

 

시간이 흐를수록 과거는 미화되기 마련이다. 원래 나쁜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기억만이 남아 더욱 크게 보이는 법. 그래서 레트로의 유행은 끝이 날 수가 없다. 그렇게 현재도 언젠간 과거가 되고, 지금의 것들이 복고가 될 것이다. 그러니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찌 되었든, 미래에서 현재를 추억할 나를 위해 치열하고 행복했던 기억을 남길 오늘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70년대의 음악에, 80년대의 영화에 촌스럽다던 비웃음을 던졌던 나를 반성하려 한다. 그 음악들이, 영화들이 그저 음악과 영화가 아닌 당신들의 청춘이었고, 시절이었음을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은 나이가 돼서야 깨닫는다.

 

(중략)

 

우리 참 멋진 시절을 살아냈음을, 빛나는 청춘에 반짝였음을, 미련한 사랑에 뜨거웠음을 기억하느냐고. 그렇게 우리 왕년에 잘 나갔었노라고. 그러니 어쩜 힘겨울지도 모를 또 다른 시절을 촌스럽도록 뜨겁게 살아내 보자고 말이다.


- 드라마 <응답하라 1994>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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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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