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밥이 먼저, 도덕이 먼저? '비건 세상 만들기' [도서]

<비건 세상 만들기>
글 입력 2020.04.1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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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스스로를 ‘비건 지향인’이라고 소개하는 이유는, 100% 비건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집에서는 100% 비건식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붉은육, 달걀, 우유, 치즈, 해산물,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러나 집 밖에서 다른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는 붉은육만 먹지 않는 페스코, 비건 지향이라고 소개하거나, 해산물만 먹는다고 이야기한다. 동물성 음식이 들어가지 않는 식당을 찾는 것이 너무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고, 때에 따라 달걀이나 우유가 들어간 샌드위치를 먹게 되는 날도 있기 때문이다.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나 한 명을 위해 식물성 음식이 있는 식당을 찾는 것은 꽤 미안한 일이었다. 그날은 아무도 저녁을 먹지 못한 밤 9시였고, 차가운 바람이 불고, 모두들 오랜 회의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다. 게다가 사람들은 그럴 때일수록 고기를 먹고 싶어 한다. 우리가 미리 알아둔 카레 집은 문을 닫았고, 3곳의 식 당 문을 시무룩한 얼굴로 닫고 나오면서 결국 우리는 생선초밥을 먹기로 했다.

 

위기는 언제나 있다. 오전과 오후에는 일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약속은 저녁에 잡는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늦어지면 식당들은 하나 둘 문을 닫는다. 저녁일수록 알맞은 식당 찾기가 더욱 힘들다. 눈에 보이는 건 강렬한 색으로 번쩍거리는 ‘고기’ ‘쭈꾸미’ ‘곱창’ 간판들이다. 먼저 들어가 있겠다고 말한 친구를 찾아 도착한 파스타 집의 메뉴들에는 치즈가 없는 것이 없었다. 토마토 스파게티 위에 뿌려진 치즈가 없는 쪽의, 면 위에 올려진 베이컨을 모두 골라낸 뒤에 힘든 식사를 마쳤다.

 

‘때에 따라’라는 말이 무책임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고기 안 먹는다고 해서 샌드위치를 사 왔다는 친구의 말에 달걀이 잔뜩 들어간 빵을 그냥 베어 물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렸다. 두유인 줄 알고 샀던 콩을 갈아 넣은 우유나, 순두부찌개 바닥에 깔려 있던 달걀을 발견했을 때는 나의 완벽하지 못함에 마음이 불편했다. 고기를 빼달라고 부탁했던 비빔밥 위에 올려진 달걀을 보고 아차 싶었고, 집에서 만든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그 속에 발린 토마토소스에 고기 가루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발견하기도 했다.

 

완벽하게 될 수 없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생각했다. <비건 세상 만들기>에서 말하 듯, 기다란 줄 위의 양 극단에 ‘독단주의‘와 ‘무분별한 실용주의‘가 있고, 그 앞의 왼쪽과 오른쪽 각각에 ‘이상주의‘와 ‘실용주의‘가 있다면, 나는 ‘이상주의‘에 더 가까운 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내가 비건 지향적인 삶을 결심할 때 가장 큰 이유로 작용했던 것은 윤리적인 것이었다. 땅 위에 사는 이들의 고통은 생각하면서, 물속의 이들의 고통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건 모순이었다. ‘복지’ ‘달걀’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국내 최초 동물복지 인증’ ‘스트레스 1도 없는’ ‘치킨’이라는 광고에 분노했다.

 

연구에 따르면 과거 베지테리언, 비건이었던 사람들의 63%가 자신의 식단 때문에 집단에서 튀는 것이 싫었다고 한다. (…) 동물성 제품 소비가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것을 계속 보게 되면 실제로 느끼고 있을 애매한 불편함을 믿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 이미 동물성 제품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내면화한 베지터리언, 비건일지라도 이런 의심의 순간은 찾아올 수 있다.

1장 <위치 파악>, 39쪽

 

남아프리카 출신 작가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존 맥스 웰 쿠체는 소설 속의 베지테리언 주인공 엘리자베스 코스텔로의 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그들 모두가 이 거대한 범죄의 참여자라는 사실이 가능할까? 전부 내 환상인가? 내가 미친 게 틀림없어! (…) 나는 스스로에게 말한다. 진정해, 넌 별거 아닌 일을 너무 크게 생각하고 있어. 이게 인생이야. 너 말고 모두가 받아들이는데 너는 왜 못하니? 너는 왜 못해?”

1장 <위치 파악>, 40쪽

 

 

서론: 비건촌을 향한 먼 길

 

1장 위치 파악: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에 있을까?

 

2장 행동 유도: 무엇을 요구할까?

 

3장 논거: 어떻게 변화를 유도할 것인가?

 

4장 환경 조성: 더 쉽게 만들기

 

5장 지지: 매 순간 힘이 되어 주는 것

 

6장 지속가능성: 계속해서 계속하기

 

결론: 비건 운동의 전략과 소통 방식의 미래

 


내가 페스코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이유는, 내가 (실수이든 고의이든) 여전히 동물성 음식을 먹고 있다는 사실과 죄책감 때문이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복잡한 이유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비건’이라는 단어를 말함으로써 나에게 돌아오는 시선이, 어떠한 판단의 뉘앙스가 없다고 해도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 자체가, 어딘가 마음을 두렵게 한다는 거였다. ‘오늘은 돈가스가 먹고 싶다’라는 말에 내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시켜줘야 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고, 내가 꼭 분위기를 망치러 온 사람 같았다. 게다가 나는 사람들과 음식을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순간을 좋아한다. 시간이 늦어서, 속이 좋지 않아서 등의 핑계를 대고 집에 가버리기엔 너무 아쉬웠다.

 

<비건 세상 만들기>는 ‘98%, 99% 비건은 과연 비건일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자신이 비건이 될 수밖에 없는, 되어야만 하는 이유를 스스로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 이어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모든 동물성 음식을 먹지 않으려고 시도했다가 너무 힘들어서 지금은 붉은육만 먹지 않는다', '페스코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나가고 있다'고 말하는 친구들을 정말 많이 봤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그리고 비건을 유지해나가는 매 순간, 나는 여전히 갈림길 위에서 흔들린다.

 

이 두가지 입장은 ‘고기 없는 월요일’ 찬성 혹은 반대라는 두 가지 전혀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이상주의자라고 해서 반드시 효율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 이상주의자들은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해야 최상의 결과에 도달할 수 있고, 반대로 옳지 않은 일은 효과적일 수 없다고 믿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1장 <위치 파악>, 50쪽

 

실용주의자와 이상주의자 모두 효율성과 정당성 (결과와 원칙)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단지 집중하는 부분이 다를 뿐이다. (…) 극단적인 실용주의자가 아니라면 누구나 절대로 어기지 않는 원칙을 갖고 있다. 극단적인 이상주의자가 아니라면 상황에 따라 때로는 원칙을 내려놓고 결과를 우선시하는 것에 동의한다.

1장 <위치 파악>, 50쪽

 

“’그들은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는가?’ 혹은 ‘말을 할 수 있는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은 고통받고 있는가?이다.” 실질적 도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위 격언을 살짝 바꿔보았다. “’나는 옳은가?’ 혹은 ‘이것은 나의 진리인가?’는 중요한 질문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것은 효과적인가?’이다.”

5장 <지지>, 178쪽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비거니즘을 향해 노력하고 있는 사람을 완벽한 비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척하는 것보다는 ‘우리’ 그룹에 포함시키는 것이 더 고무적이라는 사실이다.

5장 <지지>, 225쪽

 

스스로 비건이라고 하든 잡식주의자라고 하든, 모든 사람들은 이 스펙트럼 어딘가에 있다. 당신은 스테이크, 요거트, 크림을 먹지 않지만 꿀, 카세인, 각종 첨가물에는 덜 세심할 수 있다. 스테이크는 먹지만 개구리, 개, 돌고래, 고래, 참새, 코끼리에는 선을 그을 수도 있다.

5장 <지지>,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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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세상 만들기>에서 토바이어스는 우리에게 ‘상당한 비중의 실용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의 경우에도 ‘비건이 되어야 겠다’라고 생각한 뒤, 하룻밤 사이에 모든 식생활 습관을 뜯어고친 것이 아니다. 인지부조화, 그러니까 나의 생각과 행동이 서로 모순되는 상황을 몇 번이나 겪으면서 자책하기도 하고, 스스로를 다그치기도 했다. 내 생각과 행동을 합리화하는 순간도 많았다. 그 속에서 내가 계속 비건 지향적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했던 것은 그가 말하듯, 상당한 비중의 실용주의적 생각과 그로 인해 형성된 주변 환경이었다.

 

토바이어스는 예시로 ‘글루텐 프리 현상’을 가져온다. 건강을 위해서 글루텐이 없는 빵, 밥, 쌀, 면을 먹으라는 이야기는 나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글루텐은 밀가루 반죽에 탄력성을 주고 면의 쫄깃함을 위해 넣기도 하는데, 이는 특히 만성 소화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글루텐 프리가 유행하면서 글루텐이 없는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아졌고, 만성 소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삶에도 어떠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채식 옵션 메뉴를 새로 개발하는 식당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롯데리아에서 새로 출시한 비건 버거를 먹었다. 이전에도 비건 버거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 당시에는 동물성 재료가 들어간 버거를 ‘비건 버거’라고 소개했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번에는 빵, 각종 재료는 물론, 소스까지 완전한 식물성 버거였고 맛도 예상한 것과 달리 아주 좋았다.

 

토바이어스는 이 같은 상황이 글루텐 프리 현상과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분명 이 버거를 먹는 사람 모두가 비건은 아닐 것이다. 또한 완전히 비건만을 겨냥하고 메뉴를 개발한 것도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채식, 건강, 기후 등 여러 수요와 인식이 높아졌다는 사실이 많은 식당으로 하여금 채식 옵션을 추가하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비건의 메뉴 선택지를 늘리고, 많은 채식지향인과 비건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더욱 채식에 가까이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만성 소화 장애가 있는 이 여성이 제시하는 또 다른 관점이다. 모든 가짜들 덕분에, 그는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전혀 구할 수 없었던 다양한 글루텐 프리 제품을 매장과 식당 모두에서 고를 수 있게 되었다.

2장 <행동 유도>, 66쪽

 

‘비건이 되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어떻게 하면 비건을 할 수 있는지 해결책을 알려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그중 한 가지는 비건이 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밖에서도 편안하게 채식을 선택할 수 있다면, 선택지를 변경하는 단순한 변화로도 비건을 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고 해서 많은 사람이 채식을 결심하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접근에 대한 문턱이 낮아질 것임은 확실하다.

 

내 경험에 비춰봤을 때 비건 지향적인 삶을 유지해나간다는 것은 분명히 많은 어려움을 동반한다. 특히 집단 속에서 똑같은 한 가지의 식단을 먹게 될 때, 많은 경우는 비건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곳의 식단을 준비하는 단체와 많은 식당들이 채식 옵션을 고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향의 방법이 있다. 토바이어스는 그들이 변화한 이유가 건강, 기후 위기, 또는 (윤리적인 이유가 아닌) 다른 여러 이유로 시작했다고 해도 결국에는 ‘동물의 고통을 최대한 줄이는 것’, ‘살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는 우리의 목표로 나아가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이 책의 많은 독자들이 베지테리언, 비건인 것도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다수의 채식 지향인 집단이 무의식적으로 길을 닦아준 덕분이다. (…) 채식을 지향하는 일은 개인적 변화의 구현은 아니지만, 사회적 변화에서 중요해 보인다. 그리고 사회적 변화는 개인적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2장 <행동 유도>, 68쪽

 

나는 축소주의적 행동 유도가 비건 행동 유도와 상호보완적이라고 본다. 사람들에게 ‘비건이 되어라!’고 제안하면 ‘절대’ 안 된다는 말이 아니다. (…) 나의 주장은 “비건이 되어라!”라는 메시지와 축소주의적 메시지를 모두 사용하되, 설득 대상에 따라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78 2장 <행동 유도>, 78쪽

 

완전한 거부 또는 소비 철폐 대신에 축소를 요구하는 것을 많은 비건, 동물권 운동가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2장 <행동 유도>,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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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대부분 태도가 행동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토바이어스는 행동이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이것은 우리가 원하는 비건촌을 만들어가는 일에도 적용 가능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확실히 내 경우에도 그랬다. 내가 비건을 시작할 때 큰 거부감이 없었던 이유도, 채식이 결국 내 미각에게 즐거움을 주고, 건강 또한 더 맑게 해주리라는 것을 이미 행동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건’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던 시절, 나는 ‘자연 속에서 펼쳐지는 음악 페스티벌’이라는 말을 듣고 한 달 동안 함께 비건 페스티벌의 구성원이 되었던 적이 있다. 그곳에 있는 동안 채식을 했다.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맛의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맛있었고 속이 편안했다. 그곳의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새로 만난 친구들과 대화하는 것이 즐거웠다. 그때의 경험은 내가 비거니즘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하고, 태도를 배워나가는 것에도 분명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흔히 채식하면 떠올리는 ‘건강해지는 맛’ 다시 말해 ‘쓰고, 밍밍하고, 맛 없는’ 음식이라는 편견이 나에게는 애초부터 부수기 쉬운 것이었다. 행동을 통해, 몸으로 깨달은 무언가가 있었다.

 

나의 행동 변화는 주변 이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내가 항상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것에 감동받았다며, 이제 자신도 텀블러를 항상 들고 다닌다고 말해주었던 친구가 있다. 그것은 행동이 태도까지 바꾼 경우였다. 주변인의 행동을 보고 자신도 행동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곧 태도가 되었다. 분명 환경, 동물권에 대한 인지가 있다고 해도, 그것을 행동으로까지 이어가기는 쉽지 않다.하지만 일단 행동하기 시작하면, 그에 따른 태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연구에 따르면 (…) 다섯 명의 베지테리언 (비건을 논하는 것도 아니다) 중 한 명만이 단번에 잡식주의자에서 베지테리언이 되고, 비건들의 삼분의 이는 베지테리언에서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의지가 없을 때 첫 걸음을 내딛도록 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베지테리언이나 비건 음식을 먹는 성공적인 경험은 그 자체로 중요하다.

2장 <행동 유도>, 88쪽

 

보통 대부분의 운동가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면 사람들의 행동이 바뀔 것이라는 전체로 움직인다. (…) 그러나 연구가 진행되면서 행동과 태도의 연관성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고 실제로는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는 결론이 나왔다.

102 3장 <논거>, 102쪽

 

새로운 행동(비건 음식을 먹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고 즐거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그 순간 방어 기제가 사라지면서 도덕적 논거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게 되고 공감 능력이 향상된다.

3장 <논거>, 111쪽

 

우리는 현실 세계에 살고 있다. 시간의 효율과 편리함을 최고의 가치고 여기며 매 끼니를 식당에서 해결하는 바쁜 직장인, 부모, 전문직들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 말이다. 기억하라, 우리의 임무는 비거니즘을 ‘더 쉽게’ 만드는 것이다.

4장 <환경 조성>, 132쪽

 

이윤 추구는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이다. 현재 많은 양의 돈이 동물성 제품 대체재 개발에 쏟아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많은 돈이 다시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더 나아가 기존의 사회 질서를 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비건・동물권 활동가로서 이와 같은 상업적 동기를 규탄하고 멀리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전략일 수 있다.

4장 <환경 조성>,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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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실용적인 관점에서 비건을 바라본 적이 없다. 그것은 내 스스로가 금기시하는 것이었다. 오로지 윤리적인 이유와 완벽한 도덕성만이 비건 세상을 만들고 유지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토바이어스는 우리에게 왜 실용적인 관점이 필요한지, 비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 그에 따른 부작용이나 걱정거리들에 대해, 차분하고 탄탄한 문장으로 논리를 쌓아간다. 개인부터 정부, 기업, 학교, 단체에서는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또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서술한다.

 

내가 듣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것이었다. ‘왜’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자 했으나, ‘어떻게’에 대한 이야기가 더 필요했다. ‘어떻게’에 대해 이렇게 탄탄하게 서술한 책이 있었나 싶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비건을 이미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이제 막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겠다. 당신이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대해 알고 싶다면, <비건 세상 만들기>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에 ‘비건촌’이 마냥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사실에 당신은 안도하고,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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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미출판사 X 낫아워스

비건 의류 기업 ‘낫아워스'와의 협업

피터 싱어와 멜라니 조이, 토바이어스 리나르트의 열렬한 지지자인 비건 의류 기업 ‘낫아워스'가 <비건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와 함께합니다.

 

저자 소개

벨기에 출신 비건 운동가 토바이어스 리나르트는 EVA(윤리적인 채식 대안)의 공동 창립자이자 전 소장이다. 중앙 정부의 구조 기금을 받은 첫 베지테리언•비건 단체인 EVA가 토바이어스의 관리 아래 성공적으로 캠페인을 시작한 결과, 헨트는 매주 ‘채식의 날'을 공식 지원하는 첫 도시가 되었다. 토바이어스는 CEVA(효과적 비건 운동을 위한 센터) 소속으로 멜라니 조이와 함께 전 세계에서 동물권 운동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그는 2040년까지 동물 소비의 50% 감소를 목표로 하는 비건 식품에 대한 인식 재고 단체, 프로베지 인터내셔널(ProVeg International)을 공동 설립했다. 현재 토바이어스는 헨트에서 동반자와 개 두 마리, 고양이 여섯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옮긴이 소개

전범선

밴드 ‘양반들’ 보컬. 2012년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을 읽고 채식을 시작했다. 동물권 단체 ‘동물해방물결’ 자문위원, 사찰 음식점 ‘소식’ 대표를 맡고 있다. 책방 ‘풀무질’과 ‘두루미출판사’를 운영하는 문화기획사 ‘두루미’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현재 해방촌에 살고 있다. 미국 다트머스 대학교 역사학 학사.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대학원 역사학 석사.

 

양일수

대전에서 태어나 싱가포르, 보스턴, 베이징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유럽 여행을 하던 중 비거니즘에 대해 알게 되었고, 비건 생활을 지향한 지 3년이 지났다. 여행에서 돌아와 비거니즘 팟캐스트를 1년 동안 진행하였고, 현재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제안하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터프츠 대학교 중어중문학 전공.


 

[장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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