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리고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 '출판저널' 516호

글 입력 2020.04.1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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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로망이 있었다. 휴일이면 퀴퀴하게 먼지가 내려앉은 책더미 속에 파묻혀서 하루종일 책을 읽어야지.

 

어느덧 이런 로망은 빠르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과는 다소 동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게 됐다. 유튜브, SNS 등 스마트폰만 켜면 재밌는 것들이 차고 넘치는 2020년에, 이전의 낭만은 사라진지 오래다. 책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SNS 등을 통해 활자와 글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흔히 지금의 시대를 일컬어 ‘책의 위기’가 찾아왔다고 한다. 손으로 슥슥 넘기면 전혀 다른 컨텐츠들이 곧바로 펼쳐지는 뉴뉴미디어의 세상에서, 우리는 어느덧 단번에 우리를 사로잡는 짧고 직관적인 문장들에 익숙해지고 있다. 매체 자체의 변화와 그 변화에 따라 사람들이 익숙해지는 텍스트의 양식이 변하게 되면서, 종이책이 가지던 기존의 위상은 확실히 이전과는 달라졌다.


과연 오늘날 우리 삶 속에서 책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여전히 책을 찾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아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책을 읽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까. 그리고 무엇보다 책이라는 것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일까. 무거운 종이 덩어리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태블릿 하나로 수많은 책을 읽을 수 있는 e북(전자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시대에.


1987년 창간된 ‘책문화 매거진’ <출판저널>이 품고 있는 고민이다. “출판의 본질은 독자를 만드는 데 있다”라고 말하는 정윤희 발행인의 칼럼으로 시작하는 <출판저널> 516호는 오늘날의 책이 우리 삶에 녹아들 수 있는 방법과 그 위치를 고민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출판과 독서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도서 시장의 현 이슈, 책문화와 관련한 현장 전문가들의 칼럼, 그리고 작가와의 인터뷰 등의 다양한 글을 통해 그 어떤 매체보다 ‘책과 출판’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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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출판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출판의 새로운 도전



<출판저널> 516호는 ‘출판이란 무엇인가’라는 코너에서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는 현장 전문가의 목소리를 직접 전한다. 팬덤북스 박세현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금 내게 분명한 것은 대중의 손에서 기존의 책은 멀어지고 있지만, 손 안의 스마트폰에 영화관, 만화방, 음반가게, 오락실, 여행지 등이 여전히 존재하는 한 디지털 콘텐츠의 출판 작업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27)


 

그는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출판콘텐츠는 다양한 매체와” 싸울 것이 아니라 서로 상호작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종이책의 약화는 책의 몰락이 아니다. 물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나의 감성에서, 나는 아직도 종이를 한 장 한 장 넘기는 손맛이 좋다. 종이 위에 펜으로 꾹꾹 나의 흔적을 남기는 것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나와 같은 독자들은 남아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독자들 역시 책을 떠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세계를 찾는다. 이전에 종이책이 그 세계로의 매개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혹은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면, 지금은 다른 매체와의 공존을 통해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역할을 할 차례다.


‘출판이란 무엇인가’에 실린 팬덤북스 박세현 대표의 칼럼와 함께 읽기 좋은 글은 이은호 씨의 칼럼 ‘생존을 위한 도서의 품격’이다. 새로운 세대의 출현에 대응해 “저자에서 독자까지 모든 출판 생태계의 새로운 변화와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은호 씨는, 이번 <출판저널> 516호에 '출판의 새로운 도전' 시리즈의 마지막 글, ‘생존을 위한 도서의 품격’에서 좋은 도서를 만들기 위한 노력으로부터 출판의 미래가 밝혀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도서들 틈에서, 독자들은 오히려 좋은 책을 찾지도, 찾아내는 방법도 알지 못하고 있다고 있다고 말하는 이은호 씨는 이 시점에야말로 오히려 ‘좋은 도서’를 출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도서의 다양성보다는 도서의 품질에 맞춰 콘텐츠를 생산하고, 문제가 있는 도서를 선별하여 제공할 수 있는 환경과 노력이 필요하다. 출판사나 유토아는 고객에게 좋은 도서를 제공할 의무가 있으며, 고객은 필요한 도서를 선택할 권리가 있다. (54)




2. 그리고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


 

‘책의 위기’라고 불리는 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무엇보다 잊어선 안될 것들 하나.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독자의 요구와 취향, 소비 패턴, 매체 속에서 책의 미래, 출판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출판저널>과 함께, 우리는 ‘책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 고민을 계속할 것이다.


<출판저널> 516호의 ‘서점의 미래’와 ‘도서관 이야기’ 코너에는 여전히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책방에 오는 손님들의 순수한 마음, 꿈을 지켜주는 책을 판매하고 싶은” 책방 ‘버찌책방’, 그리고 <저는 비정규직 초단시간 근로자입니다>(산지니, 2019)를 쓴 석정연 작가의 사서로서의 경험, 두 이야기 모두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혹은 누군가의 삶을 살아있게 할 수 있는 책의 힘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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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면, 여전히 우리는 이야기를, 새로운 세계를 사랑한다. 나와 같이 책이라면 침 자국과 볼펜 자국을 남겨가며 읽어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독서 방식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디서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연재글/카툰을 좋아하는 사람, 부담 없는 무게로 틈틈이 글을 읽을 수 있는 e북을 좋아하는 사람 등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롭고 다양한 독자들 역시 점차로 생기고 있다.

 

앞으로 이뤄져야 할 수많은 고민들은 늘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책을 사랑할’ 사람들에 대한 생각 위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중요한 고려를 놓지 않는, <출판저널>의 따뜻한 고민 덕분에 나는 앞으로도 책을 계속해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장은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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