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선'의 경계를 넘어 잊지 말아야 할 우리의 역사를 조명하는, '선을 넘는 녀석들' [TV/드라마]

글 입력 2020.04.11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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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들어 나의 휴식 시간을 뜻깊고 확실하게 채워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MBC에서 방영하고 있는 역사 예능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이하 선녀들)이다. '선녀들'은 2018년, 세계의 역사를 중심으로 추진한 시즌1을 시작으로 시즌2 한반도 편을 거쳐 현재 시즌3 리턴즈 편으로 그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인 만큼 흥미로운 요소와 함께 탐사를 통한 무수한 지식까지 방출해주니, 그야말로 직접적인 역사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유익한 매체인 것이다.

 

출연진들은 우리 역사를 다시금 조명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자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다양한 선을 넘는다. 그들은 선의 경계 그 너머 우리의 아픈 역사가 자리한,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몰랐을 장소를 찾아 그곳에서 그때의 감정과 이야기를 공유한다. 그러한 감정은 고스란히 전해져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가슴까지도 먹먹하게 한다. 그렇게 그 때를 기억해야 할 이유는 수도 없이 나열된다.

 

당대의 현실을 겪어보지 않은 우리로서는 그 아픔이 마냥 멀게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역사는 불과 오래전 일이 아니며, 많은 교훈과 원동력을 줌으로써 우리를 살아가게 한다. 역사는 그 자체로 가치 있고,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기억과 마음속에 스며들어야 한다. '선을 넘는 녀석들'은 신선한 콘텐츠와 탄탄한 스토리적 구성으로, 오래전 선조들의 삶과 아픔을 불러와 상기시킨다. 일제의 통치 아래 있었지만, 그 상황 속에서도 결코 독립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 나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역사 선생님과 함께 떠나는 배움 여행으로 시간의 선을 넘어서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우리가 몰랐던 숨겨진 역사를 알아보는 발로 터는 탐사 여행 프로그램

 

이제는 '시간의 선'을 넘어서, 우리가 몰랐던 과거의 시간을 찾아 떠난다! '역사의 신' 설민석 선생님과 대한민국 최고의 '뇌섹 MC' 전현무, 반전 역사지식을 뽐내는 김종민과 유병재, 그리고 맞춤형 게스트가 함께 대한민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발로 터는 역사 배움 여행!

 

 

 

역사를 받아들이는 진정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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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시즌과 많은 특집들 중 가장 기억에 남은 회차는, 지난 시즌2 한반도 편의 '의거로드 in 도쿄'다. 출연자들은 항일운동의 역사와 숨은 영웅들의 가치 있는 희생이 담긴 실제 현장을 방문하였는데, 그중 당대의 일왕이 거주하던 고쿄고쿄(皇居)에는 독립운동가들의 빛나는 이야기가 여럿 담겨 있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의열단 단원이었던 김지섭 의사의 독립정신과 실천은, 호소력 있는 설쌤의 목소리를 통해 강렬하게 전해졌다. 그 내용은 이렇다.

 

1923년, 일본에 관동대지진이 발생했다. 그때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을 폭도로 몰아 6천여 명을 학살하는 악랄한 만행을 저지르고, 이에 분노한 김지섭 의사는 일왕을 폭살하겠다고 마음먹은 뒤 상하이에서 도쿄로 출발한다. 폭탄 3개를 보따리에 들고 출발한 그는, 배 밑창에 몰래 탑승해 무사히 일본에 도착한다. 그는 곧장 일본 의회로 가 폭탄을 던지려 하지만, 의회가 휴회 중이었기에 계획은 무산된다. 김지섭 의사는 그러한 상황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일왕이 살던 고쿄로 오지만, 삼엄한 일본 경찰의 분위기로 인해 왕궁에까지 들어가지 못하자 바로 앞에 있는 세이몬석교에 도착해 그곳만이라도 폭파시키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군중 속에 섞여 있던 그를 이상하게 여긴 일본 경찰이 다가와 손을 뻗고, 의사는 그 손을 바로 뿌리친 채 폭탄을 던지지만 모두 불발된다. 결국, 의거는 실패로 돌아가 그는 경찰들에 의해 연행되기에 이른다. 비록 성공에 그치진 못했지만, 김지섭 의사는 독립에 대한 강한 열정과 실천을 보여주신 분이었다. 많이 알려지지 않아 우리에겐 익숙하지 않은 인물일 수도 있지만, 그 이름 석 자는 대한독립의 역사에서 반드시 기억되어야만 한다.

 

설민석 선생님은 방송에서 위 이야기를 꺼내며, 역사를 받아들이는 우리들의 태도에 개선점이 있길 바란다고 하셨다. 간혹 수험생들 중에는 의외의 인물이 문제로 출제됐을 때, 격한 반응을 보인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수험생인 본인의 입장에 있어, 인물 한 명을 더 외우는 건 머리 복잡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스스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또한 한국사를 공부할 때 여러 인물을 외우며 복잡함과 어려움을 느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부정적인 태도가 아닌 깊이 있게 마음속에 담아내려는 '성숙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이렇게 '선녀들'은 우리의 역사를 넘어, 역사를 받아들이는 진정한 우리의 태도까지 성찰하게 한다.

 

 

 

소통하는 역사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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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는 초등학생들과 함께하는 '선을 넘는 아이들' 특집을 기획해 선보였다. 지원자만 해도 무려 10, 000명이 넘었던 특집이었다. 100:1의 경쟁률을 뜷고 당첨된 150여 명의 어린이는, 직접 출연진과 마주해 팀을 이루어 퀴즈를 풀고 소통하며 우리의 역사를 나누었다. 특히 그들은 보면서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성숙하고 올바른 한국사 지식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리 역사에 관한 지식이라면 척하면 척! 하고 답해 출연진뿐만 아니라, 시청자인 나 역시 놀라게 했다. 그들이 대단하고 기특해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러한 모습이 나의 부족한 역사적 지식과 열정을 반성하게 만들었다.

 

본 특집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지닌 높은 수준의 역사의식뿐 아니라, 가치를 지니는 소통하는 역사의 본보기 또한 보여주었다. 독립운동가들이 국내와 국외를 불문하고 독립을 위한 발걸음을 옮겼듯, 역사 또한 입과 말을 통한 우리들의 소통으로부터 기억되고 되새겨져야 한다. 어쩌면 끊임없는 '소통'이 지난 역사의 아픔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일지도 모른다. 같이 아파하고 공감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내 손톱이 빠져나가고, 내 귀와 코가 잘리고, 내 손과 다리가 부러져도 그 고통은 이길 수 있사오나 나라를 잃어버린 그 고통만은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만이 이 소녀의 유일한 슬픔입니다."


- 유관순 열사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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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시즌3까지 달려온 '선을 넘는 녀석들'은, 보다 더 정확하고 생생한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로그램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의 결론에는 항상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었다.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긴 정신과 실천적 행동, 조국의 독립을 위한 그들의 노력과 희생은 후대에도 끊임없이 전해져야만 한다. 그러한 의미로부터 '선녀들'의 존재 이유는 증명되며, 현재 우리가 반드시 봐야 할 프로그램이라 말하고 싶다.

 

최근 회차에서는, 조선 역사상 최대의 치욕을 남긴 '삼전도의 굴욕' 편을 방영했다. 청나라 황제 앞에서 세 번 절하고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는 치욕의 '삼배구고두례'를 행한 인조의 이야기와, 그 이후 청나라 황제의 강요로 세운 전승비인 '삼전도비'를 찾아 떠난 여정이었다. 어둡고 슬픈 역사를 다시 조명하며 리더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새기게 한 내용이었다. 이 회차는 국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들의 관심이 더해지면 더해질수록, 대한민국의 역사는 후대에까지 가치 있는 모습 그대로 계승되어질 것이다.

 

그 어디에도 없는 '선녀들'만의 독보적인 진행 방식과 역사적 메시지에 더한 흥미로운 이야기는, '역사를 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여러 차례 일깨워준다. 그렇기에 역사는 지루하고, 시험을 위해서만 공부해야 한다는 편견적 사고방식을 완전히 뒤바꾸어버린, 현 역사 예능의 선구자라 할 수 있다. '선녀들'을 통해 올바른 역사를 배우고 이해하면서, 앞으로의 우리가 살아가야 할 삶의 방향과 모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자신의 나라를 사랑하거든 역사를 읽을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나라를 사랑하게 하려거든 역사를 읽게 할 것이다. 영토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있어도 역사를 잃은 민족은 재생할 수 없다."


- 신채호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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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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