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이 작품들의 한국 버전이 궁금하다. 리메이크 가상 캐스팅 [문화 전반]

취향을 담은 가상 캐스팅
글 입력 2020.04.10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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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리메이크는 대게 더 높은 잣대로 평가된다. 당연한 일이다. 검증된 평가 기준인 원작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개되기 전부터 쓴소리를 듣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나 또한 지레짐작하고 쓴소리를 한 적이 더러 있었다. 좋은 작품의 리메이크 소식을 들으면 물음표를 먼저 늘어놓았다. 그것이 꼭 좋아하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그랬고, 좋아하는 작품이었다면 말할 것도 없다. 원작을 신성시했다. 리메이크는 원작의 희소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했다.

 

다시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반응이다. 상대는 바라지 않는 일방적 의리라고 설명하는 게 맞다. 이 이상한 의리감이 편견이라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대 이상의 좋은 리메이크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책에서 영화로, 외국 드라마에서 한국 드라마로, 영화에서 드라마로. 그 방향이나 형태는 큰 장벽이 되지 않았다.

 

재탕과 재건을 구분해야 한다. 리메이크에 대한 편견이 자리를 비우자 건강한 의리감이 그 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원작의 강고한 원료로 재건된 새 작품이 궁금하다. 좋아하는 작품이 국내외의 새로운 틀 안에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번 글에선 이러한 개인적인 의견에 개인적인 취향을 담아 보려고 한다. 재밌게 본 외국 작품 중 한국에서 리메이크되었으면 하는 작품들을 고르고, 가상 캐스팅을 해보았다.

 

 


1. 드레스메이커 (The Dressm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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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레스메이커>는 동명의 소설이 영화로 리메이크된 작품이다.


주인공 틸리(케이트 윈슬렛)의 고향은 말도 안 되는 차별의 장이다. 그런 고향에서 누명을 쓰고 홀로 쫓겨난 어린 틸리는 훗날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된다. 그리곤 자신의 과거를 망친 고향을 다시 찾아간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훌쩍 성장한 틸리와 달리, 고향은 그대로다. 사람들은 뻔뻔하고 양심은 바닥을 친다. 이런 고향을 딛고 틸리는 반동한다. 피 튀기는 총살극은 없지만, 최선의 복수는 시작된다.

 

이 영화가 한국을 배경으로 리메이크된다면 시기는 1960년대가 적당할 것이다. 1960년대는 대중문화의 출현과 함께 패션이 다양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한복과 서구 의복의 경계에서 서구 의복이 일상복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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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틸리 역할로는 김혜수 배우가 바로 떠올랐다. 틸리는 강인함과 유함을 모두 가진 인물이다. 후천적인 외강내유라고 표현하고 싶다. 마냥 평온하게 살 수 있는 성격으로 태어났지만, 환경이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는다.


구석으로 몰아넣고, 가시밭길로 안내한다. 이런 환경을 지나오며 틸리는 강인해진다. 환경이 부수지 못한 본인이기에, 본인이 환경을 부순다. 이러한 틸리의 이미지는 김혜수 배우와 들어맞는다. 강인한 이미지와 따뜻한 눈빛을 가진 김혜수 배우의 틸리가 궁금하다.

 


 

2. 그레이스 앤 프랭키 (Grace and Frank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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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그레이스 앤 프랭키>는 갑작스러운 이혼을 맞이한 두 가정의 이야기를 담는다. 각 가정의 남편들은 사실 그들이 불륜 관계였다는 것을 밝히며 결혼할 것을 선언한다. 신혼을 맞이한 두 전남편, 그리고 충격 속에 동거를 시작한 그레이스(제인 폰다)와 프랭키(릴리 톰린). 성향이 너무 다른 그레이스와 프랭키는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지지대가 된다. 그렇게 <그레이스 앤 프랭키>는 자신이 주가 되는 노년의 삶, 활기찬 노년의 삶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두 주인공을 소비하는 방식은 유희를 넘어 유의미하다. 이렇게도 왁자지껄한 노년의 삶이라니. 기존의 미디어는 노년을 보통 두 가지 방식으로 조명했다. 관념의 시계가 멈춘 고집쟁이, 혹은 현명한 조력자. 어느 쪽이건 권력관계와 무관하게 부수적인 역할에 배치되는 것이 예사였다. 하지만 <그레이스 앤 프랭키>는 다르다. 유쾌한 사건들을 노년의 모습으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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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을 보며 그레이스 역할로는 윤여정 배우가, 프랭키 역할로는 나문희 배우가 떠올랐다. 그레이스는 여러 사회적인 규범을 이행해온 인물이다. 그에 반해 프랭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가치관을 갖는다. 정형적인 그레이스는 깔끔하고 예리한 이미지의 윤여정 배우와 결을 같이 한다. 그리고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를 이미 몇 차례 선보인 나문희 배우의 프랭키는 어렵지 않게 상상된다. 노년의 삶에 진진한 빛을 비추는 이 작품이 리메이크되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3. 오펀 블랙 (Orphan Bl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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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펀 블랙>은 복제 인간인 주인공 새라(타티아나 마슬리니)가 자신의 생물학적 자매들을 찾고, 복제의 근원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복제인간을 주제로 하므로 주연 배우인 타티아나 마슬라니는 일인다역을 한다.


주도적이고 겁 없는 새라, 박식함으로 자매들을 돕는 코지마,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앨리슨, 종교에 세뇌당해 자매들을 공격하는 헬레나 등등.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우의 연기가, 변화무쌍한 모습이 재미있어서 계속 보게 되는 작품이었다. 새라와 자매들은 서로 너무나도 다르지만, 타티아나 마슬리니는 이 모든 인물을 안정적으로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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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배우라면 이 인물들을 확실하게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우선 전도연 배우의 연기력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연기력만큼이나 캐릭터에 따라 변하는 외형적 이미지도 그 간극이 넓다. <밀양>의 전도연과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전도연만 봐도 그렇다. 단순한 스타일링의 변화로는 설명되지 않는 분위기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런 그가 일인다역을 하는 모습은 <오펀 블랙>의 리메이크가 아니더라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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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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