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내 컴퓨터로 만나는 예술 - 넷 아트 [시각예술]

‘집콕’ 생활. 인터넷 주소창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예술을 만나볼까?
글 입력 2020.04.09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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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바깥 활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온라인을 통한 문화 향유 방식이 사람들 사이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여러 문화예술 기관들이 휴관에 들어가게 되면서, 기관들은 온라인으로 교육과 전시, 공연, 도서 등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국립극단, 세종문화회관 등의 공연센터들은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공연을 업로드하고 있다.


시각예술 전시 역시 온라인을 통한 감상이 나름의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온라인으로 전시를 보고 도슨트를 듣는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바라캇컨템포러리는 주요 전시의 현장감을 VR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다양한 미술 기관들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획전을 업로드하고 있으며 아트바젤 홍콩과 2020화랑미술제와 같은 미술시장도 온라인으로 작품을 선보이고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직접 보는 것과 모니터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다르다. 채워질 수 없는 아쉬움이 남는다. 가상현실과 동영상을 이용하면서 현장감을 담으려 노력하지만, 실제 눈으로 보며 질감을 느낄 수 없다는 아쉬움은 떨칠 수가 없다.




넷 아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예술가의 영역도 확장했다. 그중 관람자의 참여가 필요한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상의 미술과 컴퓨터 기반 미술을 지칭하는 ‘넷 아트’가 있다.


작년에는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월드와이드웹 30주년을 기념해 1990~2000년 사이에 있었던 웹 아트와 넷 아트의 흐름을 정리하는 전시《웹-레트로》 전이 열리기도 했었다. 작품 사이를 거니는 일반적인 예술 경험과 다르게, 이곳은 컴퓨터와 모니터로 전시장이 채워져 있어 관람객이 직접 마우스를 움직이며 화면의 여러 요소들을 클릭하는 것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었다.


각 작품의 인터넷 주소로 들어가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집에서 컴퓨터만 있으면 감상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유의 개성 때문에 영향력이나 관심이 적은 예술 분야였지만, 지금의 상황과 연관해 생각해보면 ‘집콕’ 생활에 신선한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는 예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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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윤, <기억장치>, 1999.


 

정성윤의 <기억장치>는 알 수 없는 경로로 구성된 페이지를 제공한다. 이것저것 누르다 보면 낯선 느낌의 다양한 사진과 어딘가 서늘하고 긴박한 음악이 흘러나와 긴장되기도 한다.


불안한 분위기를 선사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어딘가 작가와 관련된 요소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게 된다. ‘기억장치’라는 작품의 이름처럼 작가 본인을 기억하는 작품처럼 느껴진다. 작가의 어린 시절 사진을 발견 할 수 있으면서도 작가의 아주 사적인 영역이 드러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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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은아, <설은아닷컴>, 1999.



설은아 자신에 대한 인트로 영상으로 시작되는 <설은아닷컴>은 설은아를 표현하는 단순한 개인 홈페이지가 아니다. 단순히 글이 있고, 그것을 관람자가 읽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관람자는 버튼을 누르며 질문에 대해 답하기도 하고 클릭에 따라 작가의 생각과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홈페이지는 한국 최초의 웹아트 공모전인 <제1회 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 We=Link: Ten Easy Piec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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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센터 나비는 중국 상하이 크로노스 아트센터와 공동 주최로 온라인 특별 전시 《 We=Link: Ten Easy Pieces 》 전을 지난 30일부터 개최 중이다. 여러 문화예술 기관들의 폐쇄와 기약 없는 휴관이 계속되는 지금, 해당 전시는 혼란 속 연대를 통해 희망을 전하고자 한다.


전시의 이름처럼, 네트워크로 연대하는 공동체의 움직임을 전하고자 하는 이번 전시는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편하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다. 전 세계의 여러 작가가 참여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 작가인 양아치 작가를 포함해 총 10팀이 참여한다. 현재 전시는 아트센터 나비 홈페이지에서 링크로 관람 가능하다.


작품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해주는 여러 온라인 전시 속에서 웹 아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전시가 나타났다는 점은 흥미롭다. 게다가 대부분이 현 상황을 생생하게 담고 있는 최근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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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 <전자정부>, 2003(재제작 2019).


 

2003년 제작 이후 변화된 기술에 맞춰 2019년에 새롭게 제작한 <전자정부>는 페이지에 들어가면 관람자에 대한 질문이 차례로 등장한다.


관람자는 연속되는 질문들에 따라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의 이름과 성별, 생일,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입력하게 되고, 그 정보는 점점 더 사적인 것으로 발전해간다. 그리고 마지막엔 수집된 자신의 개인정보가 전자정부 회원이라면 누구나 돈을 내고 이용 가능한 데이터로 입력되었음을 알게 된다. 개인이 데이터를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디지털 사회인 지금, 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 <전자정부>는 정보기술을 통해 식민지화를 목표로 하는 국가와 기업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어디에나 있는 CCTV로 우리는 항상 감시받고, 데이터로 남게 되는 이동의 경로로 통제당하고 있다. 양아치 작가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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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가 브레인 & 샘 라비느(Tega Brain & Sam Lavigne), < Get Well Soon > , 2020.


 

< Get Well Soon >은 20만 개가 넘는 독특한 희망 메시지로 구성된 거대한 전자 카드다. 질병과 고통에 대한 상투적인 언어가 가득하다. 금방 나을 거야. 건강 조심해. 반복되는 단어들이 자주 보인다. well, love, hope, sending 같은 단어들이다.


이 메시지들은 의료 기금 모금 행사에 게재된 논평들을 모은 것이다. 판데믹이 선포된 지금, 사람들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의료 체계는 무너졌다. 영리 의료 시스템에 대한 원조 기록물이며, 작가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아카이브’라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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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푸나(YE Funa),<닥터 코로나 온라인>, 2020.


 

<닥터 코로나 온라인>은 대화형 작품이다. 닥터 코로나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해 야기되었을지도 모르는 문제들을 대답하고 해결하는 인공 지능 의사다. 질문을 던지면 닥터 코로나는 답변을 주는데, 그 답변들은 인터넷의 헤드라인, SNS 속 토론과 트위터, 그리고 널리 퍼져있는 인용구에서 가져온다.


사실 질문에 대한 답으로 정말 옳은 처방전이 주어지거나 참고할만한 조언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람자는 이 처방을 SNS에 공유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또 다른 논의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런 참여와 공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

 

2001년에 <코리아 웹아트 페스티벌>이 개최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넷 아트란 인식이 거의 없었고 정책이 부재함에 따라 일회성으로 그쳤다고 한다. 이제는 그때보다 넷 아트에 더 집중할 수 있으며, 그래야만 하는 때가 아닐까?


상호작용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 작품들은 늘어나고 있고 디지털과 미디어 시대인 지금은 넷 아트가 시류를 타고 떠오르기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넷 아트 특유의 특이한 상상력과 문제의식 역시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단순 웹 코딩을 사용하는 컴퓨터를 넘어 스마트폰이나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예술 작품도 등장하며 새로운 모습의 예술이 계속해서 확장될 수 있음을 생각해볼 수 있다. 뉴미디어 시대에, 비디오와 컴퓨터를 넘어 더 무궁무진해질 수 있는 예술의 진화가 기대된다.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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