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프랑켄슈타인의 이면이 궁금하신가요?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 메리 셸리의 삶을 조명하다.
글 입력 2020.04.0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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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의 이면이 궁금하신가요?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은 세계문학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읽어보았을 책이다.


그 시대의 작가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독특한 괴물, 프랑켄슈타인은 확실히 읽은 뒤에도 여운이 길게 남을 만큼 인상 깊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사실 프랑켄슈타인 특유의 일기형식 문체 때문에 읽다가 중간에 덮은 적이 꽤 있다. 본격적으로 읽은 것은 대학교 1학년 때였고 인터넷으로 문학책을 구경하다 프랑켄슈타인의 어두운색 표지를 보자마자 사버렸기에 어쩔 수 없이 읽기 시작했다.

 

책을 다 읽고 하루 동안 여운이 가시질 않아 ‘와’라는 감탄사만 내뱉었던 날, 윤동주를 주제로 한 영화 ‘동주’도 있는데 메리 셸리를 주제로 만든 영화는 없을까, 라는 마음으로 홀린 듯이 영화를 찾아보는데 나에게 온 선물처럼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이 있었고 설레는 마음으로 몰입해 보기 시작했다.

 

영화의 초반에는 메리 셸리가 공동묘지에 앉아 글을 쓰는 장면이 나온다. 아늑한 장소를 놔두고 무서운 곳에서 쓰는 이유를 궁금해하겠지만 나는 메리 셸리의 기분 그리고 느낌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나는 글을 쓰려면 기본적으로 우울한 감정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무덤 혹은 스산하고 어두운 그래서 적막하고도 고요한 곳에서 글을 쓰고 싶지만 안타깝게 내 집 주변에는 그런 공간이 없어 영화를 보는 내내 메리 셸리가 부러웠다. 메리 셸리가 자주 글을 썼던 장소는 프랑켄슈타인 특유의 가라앉은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큰 역할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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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또한 19세기 여성 작가로서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재현한다. 시인 퍼시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우리가 드라마에서 흔히 보는 ‘사랑의 도주’를 하지만 생각보다 퍼시 그리고 퍼시와 함께하는 삶은 상상했던 것만큼 화려하고 행복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할 수 있는 갈등의 삶을 메리 셸리는 견디어 내려 노력하고 중간에는 모든 것을 놓아 버린 상태의 위태로운 삶을 살아간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메리 셸리의 상황 그리고 삶이 너무 비참하고 슬퍼서 계속 ‘메리 셸리는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는데 퍼시와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남자 때문에 기존의 행복하던 인생을 송두리째 잃었다.’라고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자신만의 신념이 있었던 메리 셸리는 점점 극한으로 치달아 가는 인생을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이고 퍼시에 대한 사랑을 다르게 정의하며 자신을 찾아간다. 그러다가 지루한 삶을 견디지 못하는 여러 명이 모인 모임에 들어가 이야기 쓰기 내기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 탄생한 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후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작가라고 당당하게 이야기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용기를 내라고 말하는 듯이 메리 셸리는 남편 퍼시의 지지에 힘입어 당당하게 책을 내고 작가로서의 인생을 살아간다.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은 다소 긴 상영시간으로 메리 셸리가 느끼는 감정선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세세하게 나타내며 긴 고뇌 끝에 작품이 탄생하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주기 때문에 ‘재미없고, 지루하다’라는 평이 많은데 감히 이야기해보자면 이 평가는 메리 셸리의 인생을 사랑해서 영화를 본 것이 아닌 단순한 재미를 위해서만 본 사람들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에 재미있는 순간만 있을 수 없고 영화의 제한된 시간에 고뇌의 순간을 다 담으면 영화의 재미가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들은 본래 이기적이어서 다른 사람의 인생에 대해 일정 부분을 넘어서 세세한 곳까지 알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를 다루고 프랑켄슈타인 그리고 대단한 괴물을 태어나게 한 여성 작가 메리 셸리의 일생을 다룬다는 점만으로 이 영화는 가치 있다. 프랑켄슈타인을 읽고 나처럼 한동안 프랑켄슈타인에 감탄한 사람이거나 혹은 프랑켄슈타인 창작의 이면을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메리 셸리의 생을 고스란히 담은 영화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을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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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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