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눈가를 더듬어 보면, 나는 안대를 착용하고 있다 ①

조주빈은 악마라고 불리길 원한다
글 입력 2020.04.05 11:26
댓글 2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연일 ‘N번방 사건’이라고 통칭되는 SNS 텔레그램 관련 범죄들에 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매일 새로운 국면이다. 텔레그램 측은 해당 사건 관련 채팅을 삭제하는 것 이상의 협조를 하지 않고 있고, 최소 용의자가 약 26만명 정도로 추정됨에도 100명 단위로 검거가 진행되고 있다. 수많은 공무원을 포함한 공범이 구속되고 있으며, 살해모의 정황까지 포착되었다.

 

조주빈(남, 24) 일당은 배후 존재가능성과 함께 더 많은 범죄에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는 사이, 또다른 SNS 카카오톡에는 ‘오픈채팅’이라는 기능을 통해서 텔레그램 범죄 관련 신상을 삭제해준다는 익명채팅이 활성화되기도 했다. 이것은 처벌을 회피하기 위한 단 하나의 수단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극악’하다는 범죄자들에 가려진 대다수의 일상 속 용의자들이 잊히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26만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토론을 하기도 하는데, 이것 또한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결과이다. ‘일간베스트’ 즉 ‘일베’와 유사한 그룹이라는 수식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들을 특이한 소수의 그룹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사실 일베의 회원수가 그렇게 소수인지도 모르겠다.)

 

코리아중앙데일리 유튜브.jpg
코리아중앙데일리 공식유튜브
  

범죄는 결코 눈에 띄게 ‘이상해왔던’ 사람들에 의해 자행되는 것이 아니다. 그룹화하는 것이 용의자에 대한 울타리를 그려놓음으로써 자신을 배제시켜 안정감을 취득하는 것에 불과한 좁은 시야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사회정의 구현에 써야 할 힘을 엉뚱한 곳에 빼는 아둔함을 놓아줄 필요가 있다.

이제 알 때도 됐건만, 범죄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방식을 놓지 못하고 있는 르포가 나날히 업로드 된다. 이런 흐름은 두가지 효과를 가져온다. 피상적 평범함에 대해 의심하게 만들거나(다시 말하자면, ‘나’의 주변을 아무도 신뢰할 수 없는 상태이다.), 당사자 이해를 통한 사건 축소화로 갈라진다.

그러나 친밀함의 개념을 생각해보자. 후자의 효과가 더욱 크다. 내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이는 이해해보려 하는 생각회로가 자동화되어 있다. 범죄의 경중 판단에 다른 개념이 개입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잦은 노출은 대중을 피로하게까지 한다. 특히나 한국은 '냄비현상'을 주의해야함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러한 보도플로우에 변화가 없다면 여타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자극적인 ‘악마성’에 대한 보도로 본질은 계속 흐려지고,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한 것에 조명되지 못하는 것은 여전할 것이다. 집중해야 할 것은 범죄자 개인의 ‘유언’보다, 피해 정도와 범죄에 걸맞는 처벌 수준이다. 조주빈은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사과한 적이 없다.

 
Photo Illustration by Elizabeth BrockwayThe Daily Beast.jpg
Elizabeth Brockway, The Daily Beast



조주빈은 악마에 대한 언급을 스스로 꺼내고 있다. “멈출 수 없었던 악마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 “악마는 갑니다.”, “PD님이 보기에 저는 악마입니까?”와 같은 발언에서 악마의 타이틀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 드러난다. 체포까지의 시간동안 조주빈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한 많은 공부를 했던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 추측한다.

“내 안에 악마가 한 짓이다.” 9건의 살인과 16건의 강도로 무기징역으로 복역중인 정두영이 체포 당시 한 말이다. ‘지존파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김현양도 “난 인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힘으로 제어할 수 없다는 책임회피와 동시에 본인은 다른 사람과 달라 특별하다는 주장을 내포하며, 너희 인간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조주빈을 포함한 이들은 ‘인간’의 법과 본인과의 관련성을 제하며 신을 자주 언급한다. “인간이길 포기했다.”라는 말은 덤이다. 조주빈은 “법의 영역보다 신의 영역으로서 나는 죽어야한다는 것도 인정합니다.”라 했고, 이와 유사하게 유영철은 스스로 “신에게 버림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철저하게 자의로, 철저한 계획의 범죄를 실현했다.

실제로 지존파의 김현양은 조직 내에서 유일하게 인육을 섭취했는데, 비상식적인 행동을 실천할수록 조직 내 위상이 굳어지며, 나이가 많은 편이 아니었던 김현양이 행동대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행동대장이었다는 것은 그런 김현양의 행위를 ‘본받을 만한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my jewish learning.jpg
My Jewish Learning



이번 텔레그램사건도 마찬가지 아니었는가? 몇십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박사’와 ‘갓갓’을 추종했다. 조주빈을 무기징역, 사형과 같은 법정 최고형의 범죄자와 비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더더욱 우쭐할지도 모르겠다.

그들과 동일시되는 것이 조주빈이 원하던 바였던 것은 아닌지 나는 의심한다. 실제로 조주빈의 ‘유서’라고 알려진 문건에서 그는 조두순을 언급하기도 했다. 조두순보다 한발 더 나은 자신을 표현했다. 범죄를 거짓 확장해서 진술하는 것도 이런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그들은 타인을 상해할 의도를 가졌으며, 타인을 통해서 물적, 심적 안정을 취하고자 했던 삐뚤어진 ‘인간’일 뿐이다. 그들에게 주어져야 할 것은 ‘탈(脫) 인간’의 신격화가 아닌 범죄행위에 응당하는 처벌이다. 자칭의 ‘악마’라는 자극적인 말에 휘둘리는 것은 우리 사회에 또다른 피해와 공포감을 주는 그들을 용인하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을 봐야 하는가?

 
Groundbreaking (Picture Harmonia Rosales).jpg
Groundbreaking, Harmonia Rosales

 

 

Tag.jpg

 




[박나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46569
댓글2
  •  
  • 강아지
    • 양은냄비처럼 반짝 이슈화가아니라 끝까지 추적해서 처벌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 1 0
    • 댓글 닫기댓글 (1)
  •  
  • OUN오운
    • 강아지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범죄자를 '소비'하기보다 처벌에 집중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0 0
 
 
 
 

등록번호 : 경기, 아52475   |   E-Mail : artinsight@naver.com
발행인/기사배열책임자 : 박형주   |   청소년보호책임자 : 박형주
Copyright ⓒ 2013-2020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