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베아트릭스 포터와 피터 래빗 [시각예술]

글 입력 2020.04.04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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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처음 듣는 이름일 수도 있고 어릴 적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익숙한 이름일 수도 있다. 만약 익숙하다면, 문구류와 세면도구 등에서 피터 래빗을 마주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전 세계의 토끼 중 가장 유명할지도 모르는 피터 래빗은, 20세기 최고의 아동문학으로 손꼽히는 '피터 래빗과 친구들'의 주인공이다.


장난꾸러기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피터 래빗과 동물들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이번 오피니언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움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간직하고 있던 추억을 다시금 회상하는 기회로써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랑스러운 캐릭터, 피터 래빗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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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은 자연, 동물들과 함께하는 삶의 가치를 추구했던 한 작가로부터 탄생하였다. 그 작가는 바로, 그 누구보다도 동물을 사랑했던 베아트릭스 포터다. 그는 18세기 후반, 자신이 기르던 토끼를 의인화하여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그림책 안에 실었다.

 

1882년, 열여섯 살 소녀였던 베아트릭스는 영국의 호수 마을인 레이크 디스트릭트로 가족 여행을 떠났다. 자연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여행에서 본 풍경, 동물, 낡은 집 등을 스케치하며 자신만의 소중한 기억을 저장했다.


훗날 이 장소는 그에게 중요한 장소로 여겨진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베아트릭스는 '피터'라는 이름을 가진 토끼를 키우게 되고 스코틀랜드에서의 가족 여행에도 데려갔다. 그는 그곳에서 가정 교사의 아들인 노엘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그때 위로 차원에서 보낸 그림 편지 속 등장하는 토끼가 바로 '피터 래빗'이었다.

 

플롭시, 몹시, 코튼테일, 그리고 주인공 피터까지 총 네 마리의 토끼가 등장하는 <피터 래빗 이야기>는 마침내 1902년, 책으로 나오게 된다. 사실, 여성인 작가가 남성 중심이었던 당대의 영국 사회에서 그림책을 내고 활동한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때까지의 예술계의 흐름을 봐도 알 수 있듯, 그 중심에는 남성, 그리고 백인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런 체계가 더욱 강했던 과거로써는 그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예술 분야가 많지 않았던, 그야말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노력에 더하여 재능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본 출판계는, 피터 래빗의 출간을 물심양면으로 도우며 캐릭터의 세상 밖 진출에 힘써주었다. 그렇게 출판된 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베스트셀러가 됐고, 100년 동안 전 세계에 30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이렇게 세상에 널리 알려진 피터 래빗의 이야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천진난만한 웃음과 함께 위로와 교훈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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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이 하나의 공동체가 되어 살아가는 세상은 어떨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려 해도 언어, 생활 모습 자체부터가 다르기에 우리는 그저 상상으로만 그들의 삶을 추측해볼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작가는 그들의 삶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인간 세상을 이루는 희로애락의 감정은 동물들의 삶에도 조금씩 스며들어 있다. 상상에서 끝마치지 않고 현실화를 통해 타 생명체들의 삶을 세상에 보여준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세계에는 넓게 펼쳐진 동물들의 세상이 자리 잡고 있다.

 

 

엄마의 당부를 어기고 맥그래거 아저씨네 정원으로 몰래 숨어드는 장난꾸러기 꼬마 토끼들!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토끼, <피터 래빗 이야기>

 

 

그림책의 특성상, 의인화된 동물 캐릭터의 이미지는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독자들을 마주해야 한다. 아이들이 주 독자이기에 그래야 할 필요도 있다. 자칫하면 동물도 사람도 아닌, 그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모호한 생명체로 남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베아트릭스는 작업에 있어서 특히 그 부분에 집중했다. 동물의 습성을 파악하고 그것을 인간의 정형화된 행동에 치밀하게 불어넣는, 그러면서도 동물의 기본적인 형태나 특성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그렇게 쌓아온 능력은 그림책 작가들에게 귀감이 되었고,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가져온 관찰의 태도와 작업에서의 노력은 피터 래빗의 가치를 드높였다.

 

 

 

베아트릭스 포터를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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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릭스 포터는 피터 래빗을 통해 세계 그림책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 베아트릭스는 텍스트에 자세히 묘사되지 않은 부분도 그림 이미지를 통해 보완하면서,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완벽한 그림책을 완성시켰다. 상호보완적으로 맥락의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이러한 기법은 이후의 아동문학 도서에 있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의 그림체와 동물을 의인화한 방식은, 현대의 그림책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만큼 정교하고 탄탄한 구성을 지닌다. 피터 래빗의 출간 기점으로부터 한 세기가 흘렀지만, 그의 작품은 여전히 기본서로써 그림책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작가가 피터 래빗을 통해 그림책 장르의 가치를 높이고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그의 탁월한 재능과 노력이 충분히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전으로 돌아가 일차원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베아트릭스는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자 하던 일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을 좋아하고 스케치하는 행위도 즐기던 그의 모습이 미래의 행보에 투영된 것이다. 그러나 그 길은 분명 쉽지 않았다. 초반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예술가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출판계로부터 거부당하는 일 역시 다반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절망적인 상황이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아도 결코 낙담하거나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는 인정받기 위해 많은 희생을 감수했고, 다른 사람이 뭐라 하든 본인만큼은 자신의 행보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베아트릭스 포터는 꿈을 위해 어떻게든 길을 개척해나가 불가능을 가능케 한 사람이었다. 그 용기가 책의 역사를, 더 나아가 세상의 흐름을 바꾼 것이다.


 

"피터 래빗과 동물 친구들의 캐릭터는 상상으로 창조된 게 아닌 저의 농장에서 그대로 옮겨온 것 뿐입니다."

 

 

 

피터 래빗의 기나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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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래빗' 탄생 150주년 기념주화의 스페셜 에디션


 

2016년은 피터 래빗의 탄생 150주년이 되던 해였다. 이를 맞이해 영국 왕립조폐국에서는 기념주화를 발행해 선보였다. 아동 그림책의 캐릭터가 주화로써 발행된 건 첫 사례이기도 해 더욱 큰 의미를 선사하기도 했으며, 1만 5000개가 한정 발매되어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예술계에서는 세계 곳곳의 전시회를 통해 피터 래빗의 기나긴 역사를 축하하기도 했다.

 

20세기 초 영국 문화발전의 한 축을 이끌었던 베아트릭스 포터, 그는 지금까지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속에 남아있다. 베아트릭스는 힘들었던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고 꿈을 이뤄 어린이들에게는 재미와 교훈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되돌아갈 시간을 잠시나마 선물해주었다. 우리의 기억 어딘가에 반드시 자리하고 있을 피터 래빗, 그리고 베아트릭스 포터의 가치 있었던 삶을 기념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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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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