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문학에 빠질 준비가 되어 있는 당신에게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글 입력 2020.03.29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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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소설은 모든 문제를 더 복잡하게 생각하도록 이끈다.”


- 11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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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속의 문학들은 모두 저명하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본 제목과 작가. 서점에서 세계문학 전집을 기웃거린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익숙할 문학들이다. 나는 그 ‘어디서 들어본’ 지식은 많지만, 실제로 읽어본 경험은 없는 사람이다. 읽었다 해도 학생 때 청소년을 위해 간략하고 쉬운 문장으로 소개되었던 책들뿐이다. 세계문학은 두껍고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고, 한국문학만 읽어도 충분히 행복한 까닭이었다.


잠깐 세계문학의 매력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대학교 3학년 때, ‘세계문학론’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소설 이론 수업이 궁금하기도 했고, 어렵고 과제가 많다는 수업에 대해 괜한 자신감이 생겼던 때였다. 아마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세계문학에 대한 잡다한 지식은 이때 생겼다. 윌리엄 포크너, 제임스 조이스, 토마스 만, 보르헤스 등 그들의 문학을 읽고 공부했다. 그리고 때마침 당시 좋아하던 친구가 세계문학을 좋아했다. 내가 전공도 그렇고 책을 많이 읽으니 그 친구도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을 얘기하곤 했다. 그건 보통 세계문학이었고 나는 한국문학을 주로 읽어서 잘 모르면서도 괜스레 읽은 척, 아는 척을 하곤 했다.


그때 알게 된 사실은, 세계문학은 ‘알고 읽으면 더 재밌다’는 것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때는 참 새삼스럽게 느꼈다. 수업 전에는 도통 이해하지 못했던 작품이 수업 후 가장 좋은 작품이 되기도 했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더 찾아보고 생각도 더 많이 하면서 작품에 대한 감정이 바뀌기도 했다.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는 10개의 장으로 99편의 글이 나뉘어있다. 450쪽이 넘는 이 두꺼운 책의 차례를 한 번 쭉 둘러보면,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소설도 있고 아주 익숙한 소설도 있다. 이 수많은 소설이 몇 페이지 안에 아주 짧은 서평으로 정리되어 있다. 작품 소개와 핵심 주제로 간략하게 요약한 해설들을 읽다보면 아는 소설은 반갑고 모르는 소설은 궁금해진다.


‘문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1장을 시작으로 문학 전반의 태제를 둘러보고 뒤이어 영국문학, 미국문학, 프랑스문학, 독일문학, 러시아와 남미문학, 일본과 중국문학을 지나 마지막 10장에서는 한국문학을 다루고 있다.


세계의 문학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누구나 아는 셰익스피어도 만날 수 있었고 어릴 때 닳도록 읽었던 『어린 왕자』도 있었다. 앞서 말한 좋아했던 친구와 서로 ‘읽어보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서 아직 못 읽은 책’으로 꼽았던 책인 토마스 만의 『백 년의 고독』도 있어서 반가웠다. 한국문학도 『무정』을 시작으로 강병융의 『나는 빅또르 최다』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에 놀라기도 했다.

 


“톨스토이를 모르는 독자는 거의 없지만 그를 제대로 읽었다고 말할 수 있는 독자도 많지 않다.”


- 285p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고, 알고 싶으면서도 엄두가 나지 않아 못 읽은 책이 많지 않을까? 제인 오스틴이나 괴테, 톨스토이, 카뮈의 이름은 다들 익숙하게 알지만 그들의 소설을 ‘잘’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나만 해도 그들의 작품을 나열할 수는 있어도 정확한 줄거리와 핵심을 묻는다면 잘 대답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미 읽은 책도 마찬가지다. 읽고 꼼꼼히 돌아보며 생각을 하고 글로 정리하는 책도 있지만, 그저 재미로 읽고 다시 펼쳐보지 않는 작품도 물론 있다. 나는 예전에 세계문학을 곧잘 그런 식으로 읽었다. 글로 정리해보지 않는 책은 내 것이 되지 않았고 금방 잊어버렸다. 그럴 땐 다른 사람이 쓴 서평만 봐도 금방 그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다시 읽고 싶어진다. 이번에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를 읽으며 이런 경험을 아주 톡톡히 했다.

 

 

“여하튼 『벤허』는 아주 뒤늦게 우리에게 왔다. 그것도 미더운 번역자의 손을 거쳐서 탄탄한 모양새의 책으로. 더 나아가 ‘우리가 읽기 전에는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말하자면, 『벤허』는 이제야 비로소 실재하는 책이 되었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말이다.”


- 124p

 


이 책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번역을 짚고 넘어간다는 점이다. 세계문학과 뗄 수 없는 번역에 대해 짤막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출판사별 문장을 비교해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수많은 번역본이 출간된 『그리스인 조르바』를 둘러싼 ‘번역 전쟁’의 모습을 잠깐 설명해준다. 작품 자체의 내용과는 별개로 번역가에 따라 바뀌게 되는 세밀한 차이를 보기 좋게 비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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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바다는 너무 크고 넓다. 망망대해 같은 이곳에서 나침반 역할을 해줄 책이다. 영화 소개 프로그램을 보며 볼 영화를 고르는 것처럼,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를 읽으며 세계문학을 고를 수 있다. 평소 궁금했던 소설을 맛보기처럼 훑어볼 수 있다. 각 작품마다 글도 길지 않으니 부담도 없다.


나는 이제 이 책을 잘 보이는 곳에 꽂아두고 작품을 하나씩 골라 읽어보려고 한다. 지금은 『댈러웨이 부인』과 『비곗덩어리』에 표시를 해두었다. 잠시 잊고 있던 세계문학에 대한 생각에 다시 설레기도 한다. 나처럼 세계문학에 손을 대고 싶지만 무엇을 먼저 읽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때 이 책을 추천한다. 무작정 서점에 가면 펼쳐져 있는 문학 전집의 바다에서 무엇을 집어야 할까. 그 바다에 빠져 볼 준비가 되어 있는 당신에게, 빠져 죽지 않도록, 이 책을 추천한다.

 


“아마도 사십 년 전쯤 문학에 처음 눈을 뜨고 책의 세계로 뛰어들던 무렵에 느꼈던 경탄과 흥분을 나는 아직 잃지 않고 있다. 비록 이 책에 적은 문장들이 그런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말이다. 어느 땐가 이런 책을 내가 발견했다면 매우 기뻐하며 흥미롭게 읽었을 것이다. 이제 막 그런 독자의 길로 들어선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


- 「책머리에」에서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 -


지은이 : 이현우

출판사 : 교유서가

분야
인문

규격
140*210mm (무선)

쪽 수 : 468쪽

발행일
2020년 03월 03일

정가 : 20,000원

ISBN
979-11-90277-29-7 (03810)



 

 



[진수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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