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의 만남 - 뮤지컬 최후진술

100분동안 선보이는 즐거움과 감동
글 입력 2020.03.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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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에 대하여



뮤지컬 <최후진술>을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생의 마지막 여행길에 오르고, 그곳에서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면서 대화를 나누며 마지막에는 갈릴레이의 최후진술로 무대를 끝마치는 창작 뮤지컬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최후진술을 보기 전에는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의 만남이라는 설정이 무대에서 어떤 매력을 보여줄지 전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필자에게 기억된 갈릴레이의 이미지는 과학 교과서에 지동설과 관련한 그의 이론, 그리고 그 이론 옆에 붙어있는 이미지 속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망원경(혹은 책)을 잡고 있는 갈릴레이의 초상화가 전부였다. 기억을 더듬어 보아도 지동설, 천동설에서 더 나아가서 다른 학자들의 이론과 별의 겉보기 등급과 절대 등급, 그리고 별의 거리를 재는 방법 등을 공부하며 머리를 싸맸던 기억이 안타깝게도 전부인 것 같다.

 

그에 대해 가지고 있던 생각으로는 지동설을 그 시기에 알아내고 주장한 그의 두뇌에 대한 동경과 고배율 망원경을 제작한 것에 대한 놀라움 정도였달까. 그리고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그가 로미오와 줄리엣, 리어왕, 햄릿 등의 대작을 남긴 극작가였다는 사실과 깃털펜을 우아하게 잡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옷을 입고 생각에 잠겨 어딘가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는 초상화 속의 모습 정도만 어렴풋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뮤지컬 [최후진술]을 보기 전까지, 이 뮤지컬이 무언가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내용을 중점적으로 다뤄서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막연한 걱정을 안고 극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무대를 보면서 그간 나의 걱정이 괜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전보다 편한 마음으로 뮤지컬에 빠져들 수 있었다.


물론 무대에서도 가볍게 갈릴레이가 저술한 책을 언급하긴 했지만, 여기서 지동설과 천동설은 단지 인물 간의 상황과 대화, 노래를 어우러지게 도와주는 재료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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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다역의 매력을 품은 <최후진술>


 

<최후진술>을 보러 예스24 스테이지에 들어갔을 때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무대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최후진술을 처음으로 본 날이라 몰랐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2017년부터 공연을 이어온 만큼 최후진술을 사랑하는 팬들도 많은 것 같았다.

 

필자가 관람했던 날에는 갈릴레오 갈릴레이 역은 노희찬 배우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역은 유성재 배우가 공연을 맡았다. 무려 23개의 넘버를 두 배우가 공연 내내 인터미션 없이 소화한 것이 대단했고, 특히 윌리엄 배우는 코페르니쿠스, 윌리엄, 프레디, 밀턴, 프톨레마이오스 등 다역을 의상을 바꿔가며 서로 다른 인물을 자연스럽게 연기하여 필자를 포함한 보는 이의 시선을 한눈에 끌었다. 하지만, 1인 다역의 아쉬운 점도 있었다.

 

한 배우가 여러 인물로 나오는 만큼, 다른 인물이 나오기 전에 갈릴레이와 셰익스피어가 어디까지 대화를 했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이전 인물 간의 관계를 머릿속으로 정리하며 보아야 해서 집중하며 봐야 했고, 상황과 흐름을 기억해 내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도 했다.


그렇지만 윌리엄 역의 유성재 배우가 여러 캐릭터로 변신하며 보여준 다양한 매력들은 1인 다역이 아니었다면 보지 못했을 소중한 시간을 선사해 주었으며, 소극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값진 경험을 안겨다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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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에서 보여준 인물들의 캐릭터는 필자가 생각했던 모습과 매우 달랐다.


근엄하고 조용히 사색에 잠겨있을 것만 같았던 갈릴레이와 성서와 고전을 꿰뚫고 점잖게 의자에 앉아 오로지 펜만 움직일 것 같았던 셰익스피어가 무대에서 만나서 ‘넘버원 팬’ 노래를 부르며 각자에게 서로의 책을 읽은 팬이라고 말을 건네며(여기까진 상상했던 영역 안이었다.), 우린 같은 64년생이니 편하게 말 놓자며 기뻐하고, ‘이제야 만났어, 잘 죽었어~’ 라며 노래를 부르면서 서로를 얼싸안고 손뼉을 치며 춤을 추는 장면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윌리엄과 갈릴레오뿐만이 아니다.

 

극 중간에 갈릴레이 앞에 나타난 신의 캐릭터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무겁고 엄중한 목소리의 노래와 함께 신이 등장할 줄로만 알았지만, 신은 자신의 이름이 프레디라고 소개하며 화려한 노란색 옷을 입고 등장했다. 어깨에는 검은 새를 단 채로. 그리고 뒤이어 나오는 신나는 노래에 맞추어 치명적인 표정으로 춤을 추는 프레디의 모습에 한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갈릴레이, 윌리엄, 그리고 코페르니쿠스 등의 역사적인 인물을 이렇게 재미있고 유쾌하게 설정하여 공연을 이끌어 나가다니 참으로 재밌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뮤지컬 <최후진술>은 100분의 시간 동안 즐거움과 감동, 창작 뮤지컬의 매력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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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진술>

-final testimony-


장소 : 예스24 스테이지 2관

공 연 기 간 : 2020.3.13 ~ 5.31

 

공 연 시 간 : 화, 목, 금 오후 8시 / 

수 오후 4시, 8시/

 토 오후 3시, 7시 /

일 오후 2시, 6시 (월 공연 없음)

 

티 켓 가 격 : R석 66,000원 / S석 44,000원

 

러 닝 타 임: 100분

 

관 람 연 령: 만 8세 이상

 

출  연  진

-갈릴레오 갈릴레이 : 이승현, 김순택, 백형훈, 노희찬

-윌리엄 셰익스피어 : 유성재, 최성욱, 현석준, 최민우

 

예  매  처 : 예스24 티켓

기획 | 제작 : 장인엔터테인먼트 / 극단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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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수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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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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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현
    • 갈릴레오와  세익스피어가  동시대인줄은  특히  촐생년도까지  같다는  새로운  지식을주네요  두위인의  나라가 상이하여 나란히  생각도  할수도 없었을사실을  깨우쳐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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