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각자의 숨으로 살아가는 사람들 - 물숨 [영화]

글 입력 2020.03.26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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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내 고향 제주에는 살기 위해 숨을 멈춰야만 하는 여인들이 있다.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드는 우도의 해녀들이 온종일 숨을 참은 대가는 이승의 밥이 되고, 남편의 술이 되고, 자식들의 공책과 연필이 되었다.


하지만 해녀들은 안다. 욕심에 사로잡히는 순간 바다는 무덤으로 변하고, 욕망을 다스리면 아낌없이 주는 어머니의 품이 된다는 것을…

 

삶이라는 거친 파도를 넘으며 바다와 함께 울고 웃었던 해녀들에게서 배우는 명쾌한 ‘숨’의 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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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숨이 다 있어.”

 

“숨이란 건 태어날 때

하늘이 주고 바다가 허락하는 것.”

 

 

숨이란 타고난 것이라 한다. 각자의 숨에 따라 해녀들은 바다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는다.


해녀에겐 계급이 존재한다. 상군, 중군, 하군으로 나뉜 해녀들은 평생을 그것에 따라 바다에 들어간다. 상군이라고 해서 높은 수익을 받는 것은 아니다. 중군이라도 좋은 해산물을 골라내어 그물을 가득 채우기도 한다. 상, 중, 하로 나뉜 이유는 그저 타고난 각자의 ‘숨’일 뿐이다.

 

영화에서 물숨이란 잘라내지 못한 욕망의 숨이다. 해녀는 자신이 잡은 해산물로 생계를 이어간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전복같이 잡기 힘든 것들을 욕심내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는 까다롭다.


전복 하나를 잡기 위해서는 삼 분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하고, 다시 숨을 마시고 바다로 들어가면 전복의 위치를 찾기 어렵다. 그런데도 전복을 잡기 위해 바닷속에 있다 보면 물숨을 넘어서고 자신의 숨을 잃게 된다. 여기서 욕심을 멈추고 욕망을 다스리고 나서야 채취한 해산물의 무게는 해녀의 목숨의 무게가 된다.

 

고창선 할머니는 평생을 해녀로 살았다. 영화에서는 고창선 할머니와 같은 해녀들을 “육지에선 병든 노인이지만 바다에서는 바다의 여인 해녀였다.”고 말한다. 할머니는 바다를 보면 들어가고 싶다고 한다.


항상 함께 해왔기 때문에 자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바다에 뛰어든다. 고창선 할머니는 결국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바다가 목숨을 빼앗아갔다고 하지 않고 우리가 바다에 목숨을 내어준 것이라 말한다.

 

할머니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날, 딸 강덕희 씨도 바다에 있었다. 해녀인 어머니를 따라 해녀가 된 그녀는 이제 바다의 어머니가 된다. 해녀는 물힘(물의 힘)으로 사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해녀들의 삶을 보며 우리에게 ‘바다’ 같은 존재는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영화에서는 “해녀”라는 특수한 직업을 7년 동안 목격하며 기록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보며 우리 삶의 보편성과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아이러니가 숨 쉬듯이 존재하는 것처럼 해녀의 삶에도 아이러니가 있다.


해녀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바다에서 숨을 멈춘다. 치열하게 숨을 쉬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그들은 숨을 멈춰야만 삶을 이어나갈 수 있다. 그들은 바다에서 삶을 일구고 바다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주어진 숨을 갖고 욕심내지 말 것. 해녀들의 치열한 삶을 기억하며 우리는 숨비(물속에서 숨을 참다 참다 끊어지기 직전 수면 위로 올라와 내는 소리)를 내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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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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