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삶에 의미를 던져줄 문학 작품 찾기 -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도서]

글 입력 2020.03.2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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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발전할수록 책을 읽는 일은 점점 힘겨워진다. 정보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 더욱 쉽게 찾아낼 수 있고, 영화나 드라마 혹은 게임은 우리가 원할 때 항상 우리 수중에서 진행된다. 이러한 정보와 오락은 시각적, 그리고 청각적으로 우리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이는 책이 할 수 없는 일이다. 책으로 정보를 찾는 일은 전자기기에서 검색을 하는 것만큼 신속하게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일단 정보를 찾았을 때 그 정보를 이해하는데 걸리는 속도에서도 그렇다. 시청각 자료들은 책을 읽는 것과 비교해 단위 시간당 전달해주는 정보의 양이 많다. 이러한 차이는 오락거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문학이라는 장르는 영화처럼 표현이 가시적이지 않다. 소설을 읽는 사람은 드라마를 보는 사람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향유의 행위에 참여해야한다. 빨래를 널면서 드라마는 볼 수 있지만 책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분명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책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방대한 양의 지식들, 그리고 민간의 이야기들은 책의 형태로 전해져 오고 있다. 최근엔 이러한 정보들을 디지털 형태로 옮기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들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활자를 읽는 행위는 여전히 필요하다.


‘활자를 읽는 행위’는 시각적, 청각적 행위의 정보들과는 성격이 다르다. 추상적인 기호를 통해 머릿속에 이미지를 펼치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소설과 영화의 차이가 발생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그 여느 영화의 주인공보다 나의 이상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소설의 풍경은 영상화된 그 여느 풍경보다도 아름다운 것이다. 문학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에게는 문학의 이러한 특징들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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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부제 :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는 문학을 취미로 하는 당신을 위한 안내서이다. 당신 주변에 있는 책들이 어떠한 책인지 알려준다. 토요일 오전 KBS에서 방송하는 <영화가 좋다>를 시청한 적이 있을 것이다. 주말에 영화를 보러가고 싶거든 <영화가 좋다>를 시청하고 현재 상영하는 영화 중에서 볼 영화를 고를 수 있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는 문학계의 <영화가 좋다>라고 할 수 있다. 책을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을지 고민이라면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를 펼치면 된다. 여기 당신이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르는 책들이 제시되어 있다.


책의 저자인 이현우 작가는 책 속에 문학에 관한 99편의 글을 실었다. 각 글에서 다루는 문학작품은 다양하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처럼 고대 그리스에서 온 이야기부터 기욤 뮈소와 무라카미 하루키처럼 현대의 작가들의 작품들까지 다룬다. 각 작품들을 다루는 글은 1차적으로는 국적에 따라 10개의 장에 분류된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와 남미, 일본과 중국, 그리고 한국문학까지, 세계문학이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 안에 집대성되어 있다.


책의 서평과 해제를 작성하기도 하며 세계문학과 국문학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작가는 자신이 작성한 다양한 글들을 모아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를 출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두세 페이지의 짧은 서평이나 줄거리 소개이고 그 외에는 작품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도 있으며, 심지어 책의 스토리에 대한 솔직한 비판 역시 존재한다. 이런 다양한 글들은 잠재저인 독자들을 위한 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문학의 세계에 살고 있는 한 명의 독자로서 벌이는 건전한 의견개진이기도 하다.


문학의 세계에 있어서 이처럼 의견을 표현하는 활동은 굉장히 중요하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누군가 글을 쓰고, 기업체에 의해 유통되어 독자가 책을 읽는 경직된 ‘시장 활동’이 아니다. 책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독서의 행위를 통해 책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적극적으로 발견하는 것이다. 각각의 독자가 발견된 가치는 서로 공유되며 새로운 논의의 장을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문학이 가진 가치가 사회구성원들 개개인의 삶에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따라서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는 문학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에게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문학적 논의를 촉진시키고 우리의 삶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유도해 준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모두 같은 위치에 있지는 않다. 문학을 접하고 싶은데 선뜻 낯선 책을 집어들기 무서워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다. 혹은 소설을 좋아는 하지만 정서적으로 멀게 느껴지는 세계고전에는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반면 이 책의 저자처럼 “문학에 처음 눈을 뜨고 책의 세계로 뛰어들던 무렵에 느낀 경탄과 흥분” 때문에 취미를 넘어 직업으로 문학을 다루는 사람들 역시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은 문학의 세계에 깊거나 얕게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이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는 각 문학작품에 대해 서로 다른 밀도로 접근하며 문학의 세계에 속한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와 ‘숨막히는 서스펜스’가 결합된 소설이라면, 게다가 저자가 프랑스의 베스트셀러 작가 기욤 뮈소라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베스트셀러 기피 독자가 아니라면 바로 손에 들어볼 만한 작품이 『센트럴 파크』(2014)다. - p.222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삶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낡은 시대, 낡은 삶과의 작별을 통해서다. 그렇지만 이 작별은 순간의 의식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낡은 것에서 새로운 것으로의 교체, 혹은 이행은 일련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안톤 체호프의 마지막 단막극 『벚꽃동산』(1904)이 이러한 이행기의 문제와 과제를 다룬 대표적인 작품이다. - p.305


 

정보가 범람하는 오늘과 같은 시대에 정보는 선택에 도움을 주기보다 오히려 선택을 방해하는 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문학에 빠져 죽지 않기』는 문학을 선택하는 우리를 위해 적절한 조언이 되어준다. 이 문학적 나침반을 통해 당신의 하루하루에 의미를 부여해줄 작품을 찾길 바란다.

 


[한승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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