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제로부터 시작해 보는 거야 [사람]

그림자 소녀의 소통 도전기
글 입력 2020.03.2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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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쉬는 시간에는 공부를, 체육시간에는 가만히 앉아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걸 바라만 봤다. 너도나도 무리 지어 있는 아이들 틈에서 고개를 숙인 채 학교 복도를 지나다녔다. 사람들 속에 매번 혼자 있다 보니 외로움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무리 지어 다니는 여학생들을 보며 매번 부럽다고 느꼈고, 나 자신이 초라하게만 느껴졌다.


유행하던 페이스북도 친구가 없어서 유령 계정으로 남겨뒀다. 세상에 나 홀로 뚝 떨어져 있는 느낌에 내 존재감은 콩알만큼 작아지는 듯했다. 외로운 나머지 의존할 곳이 필요했다. 매번 귀에 이어폰을 꽂아 이진아 음악을 들었고 집에서 한국영화아카데미 단편 애니메이션을 수백 번 돌려봤다. 그렇게 나는 가상의 세계로 빠져들었으며 현실에서의 생활을 단절시켰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사람들과 관계 맺는 것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모임과 회식자리에서도 대화 한마디를 하지 못한 채 가만히만 앉아있었다. 관계에 어려움을 겪어 관계를 다 떼고 사는 쪽을 택했다. 고립된 생활로 인해 우울증이 찾아왔고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살아갔다.


이대로 외로움을 달고 살다가는 공허한 죽음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거울에 비친 나를 응시하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넌 지금 하나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그렇게 2019년 새해, 변화를 하기로 다짐했다. '제로부터 시작해 보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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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쌓아올린다는 마음으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같은 과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어서 용기를 내어 학생회에 지원했고, 1학년 후배들 몇몇과 처음으로 학과 내에서 친해지게 되었다. 항상 불참이었던 체육대회, 중간고사 이벤트, 축제 등 대부분의 행사에 참가하였으며, 알의 껍질 속에 갇혀있던 내가 세상 밖으로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교수님과 학생들과 함께하는 ‘오아시스’ 모임에 열심히 참가 하였고, 비로소 ‘삶의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다. 사람들을 보면 항상 '싫어!' 라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통을 시작하고 난 후 사람들을 보았을 때 '말 걸어볼까?', '어떤 아이일까?' 라는 기대감이 먼저 들었다.

 

얼굴만 마주쳤던 같은 과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으며, 나라는 존재감이 비로소 드러나는 듯했다. 무엇보다 좋은 사람과 친해지고 싶듯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살도 빼고 배려를 실천하기 시작했다. 다가서고 싶은 마음에 작은 손 편지와 소소한 선물을 챙겨주기도 했다. 아무도 불러주지 않던 2018년과 달리 2019년에는 영화 현장 스텝으로 5번이나 참여를 했고,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도 시작했다. 어느샌가부터 하루를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변화의 계기는 인생에서 한 획을 그을 큰 사건이 아니었다. 그저 나 자신을 믿는 작은 마음에서부터 나왔다. '행복해지고 싶다.' 라는 마음이 신체까지 전이되 행동으로 키워진 셈이다. 결국 계기는 외부의 사건이 아니라 나 자신 속에 있는 것이었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먼저 바꾸었고 사고를 달리했기에 가능했던 게 아닐까.


변화를 했어도 100%라는 것은 없다. 과거는 불행했고 지금은 행복해졌다는 이분법적 사고보다는 현재는 '행복해지는 과정' 속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앞으로 살날이 10년 아니 100년이나 남았기에 조금씩 나만의 행복을, 그리고 소통의 영역을 점차 늘려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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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나타났으면 좋겠어요.'라고 소원을 빌곤 했는데 이제는 기다리지도, 의존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전까지는 '나는 혼자야'라는 생각에 잠겨있었다면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마음이 들지 않으니까. 나에게는 따뜻한 가족도,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들도, 조언을 해주시는 선배님과 교수님들도, 매번 나를 반겨주는 강아지들도 있으니까. 비로소 나는 내 곁의 소중함을 느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일어나면, '오늘은 더 활기차게 잘 살아보자고.' 스스로를 응원한다. 이제는 더 적극적으로, 활동적으로 살아 보자는 소망을 바라본다.

 

나의 큰 고통은 외로움이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소통을 시작했다. 사람들도 저마다의 고통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사랑일 수도, 관계일 수도, 학업일 수도 있다. 그 고통이 끝도없이 나를 뒤 따라다니는 것 같다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행동을 실천해보는 것이 어떨까. 꼭 무언가를 이루어야 되는 것이 아니다. 전과 달리 자신의 마음에서 행복감과 평온함을 느낄 수 있다면 그거야말로 진정한 변화를 이룬 셈이다.

 

내가 생각한 바람과 상상대로 나 자신을 믿고 나아가면 분명 변화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할 때, 무언가에 도전해보고자 할 때, ‘내가 뭐라고.’, ‘과연 될까.’ 라는 생각보다는 ‘할 수 있어.’, ‘즐겨보자.’ 라는 생각으로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잠자기 전, 내가 바라던 상상 속의 모습이 현실로 나타나있으면 그거야말로 정말 멋진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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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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