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부와 행운을 꿈꾼다면 - 더 해빙 [도서]

가지고 있는 것을 통해 새로이 가지게 되기까지
글 입력 2020.03.22 08:2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주어진 일을 하다가 지칠 때면 나는 수년 전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아직 대학생이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여기던 날들을. 나는 그때의 풍경을 회색빛으로 기억한다. 다채로운 세상에서 각자의 빛을 내뿜으며 살아가던 인생들 사이에 홀로 흑백 영화 속을 걷는 듯이 세상에 섞이지 못하는, 그런 날들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지원하면서도 기대하지 않았던 한 박람회에서 통역 봉사자로 선발된 후, 스스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진로가 무엇인지 가닥을 잡을 수 있었다. 이후 관련 대외활동 및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직장인이 되기까지의 날들은 고됐지만 다채로운 나날이었으며 스스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때 마음속으로 다짐하던 “뭐든 해야 한다”와 “열심히 하며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자”라는 생각은 지금까지 꾸준히 실천하려는 중요한 삶의 모토로 남아있다.

 

그러나 “부자가 되는 것”은 그 열심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는 것에 포함되지 않는 것 같았다. 역사상 부모 세대보다 더 가난한 세대라고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1981년부터 1996년에 태어난 사람들)는 취업난을 마주하며 저성장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부모 세대의 사회와 달리 더 높은 부의 계층으로 올라갈 사다리는커녕 평범한 생활을 이어가기도 어려운 현실을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저금, 절약, 티끌 모아 태산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는 지금, 내 명의로 된 집을 마련하는 것도 너무나 먼 이야기 같은데 부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더할 것 없이 허황된 생각인 것 같았다. <더 해빙>이라는 책에 호기심을 가지면서도 결국은 다른 자기개발서에 적혀있는 “부자가 된 자신을 꿈꿔보세요”와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로 희망하는 것을 그려보라는 내용이 주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책 표지를 넘기기 전까지는 그랬다.

 

 

더해빙 입체 책사진2.jpg

 

 
<더 해빙(The Having)>은 구루라 불리는 이서윤이라는 인물이 전해주는 부와 행운을 얻기 위한 방법을 담은 책이다. 구루(guru), 산스크리트어로 정신적 스승 또는 지식을 전달하는 자라고 불리는 서윤은 어린 나이부터 동서양의 고전을 마스터하고 수만 명의 부자들의 데이터를 구해 사례 분석을 마쳐 그만의 통찰력과 정보를 구축했고 세계 정재계의 인사들이 그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서윤의 이야기와 조언을 들려주는 이 책의 다른 저자인 홍주연 작가는 10년 가까이 기자로 일하다 취재차 서윤을 만났다고 한다. 그 후, 평생을 근검절약하며 살아온 아버지의 죽음 이후 행복한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을 알고자 서윤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에게 서윤은 대부분의 사람은 300만 달러에서 700만 달러의 재산을 가질 수 있는 운이 있다고 설명하며 그런 부를 끌어당길 수 있는 힘으로 "Having"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없음"에서 "있음"으로 주의를 기울이며 바로 지금 이 순간을 집중해야 하는 현재 진행형의 개념이다.

 

having_02.jpg


 

우리의 미래는 밀가루 반죽과 같아요. 다양한 가능성으로 존재하죠. 우리가 관찰하고 인식하고 느끼는 에너지가 반죽의 모양을 형성하는 거예요. 그리고 완성된 반죽이 굳으면 우리 앞의 현실이 되죠. 다시 말해 쿠키를 어떤 모양으로 빚고 구워낼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이에요.


- 157쪽

 

 

반죽의 농도를 다르게 하거나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 낼지, 어느 정도의 시간을 들여 구울지에 따라 완성되는 쿠키는 가지각색일 것이다. 밀가루 반죽으로 원하는 쿠키를 만들어 낼 수 있듯이 인생이라는 반죽을 각자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고 빚어낼 수 있다는 비유는 쉽게 이해가 가면서 깊은 인상을 남긴다. 홍주연 작가는 구루 서윤이 건네는 따스한 조언을 포함해 Having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에 관한 두 사람의 대화를 책에 쉽게 풀어냈다. 그중에서 내가 인상 깊게 느꼈던 부분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의 귀인은 어디에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수십 배의 부를 일구는 부자들의 비결에 대한 홍주연 작가의 질문에 서윤은 사람의 인연을 통해서 들어오게 된다고 답한다. 홍주연 작가는 이때 조금 실망스러웠다고 책에 언급하는데 나 역시 이후에 이어지는 내용이 조금 뻔한, 흔히들 말하는 주변의 작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내성적인 성격의 독자에게는 적극적인 자세로 인간관계를 쌓아보라는 류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서윤은 직접 아는 사람만이 귀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자신에게 귀인이었던 이들은 어렸을 때 키워주었던 유모와 동서양 고전 속의 철학자와 과학자들이라고 말한다. 실존하지 않는 인물들과 상상 속에서 토론을 하며 깨달음을 얻고 배움을 넓힐 수 있었다는 부분은 내가 지금까지 생각해온 인연이라는 단어의 개념을 다시 정립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만나고 쌓아올 귀인과의 인연을 떠올리자 마음이 기대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간절히 원해야만 이룰 수 있나

 

무언가를 원한다면 간절히, 의식과 무의식이 모두 그것에 집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현실로 이루어질 것이다,라는 조언은 익숙하다. 자기개발서에 꼭 나와 있지 않더라도 왠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마음을 모아 집중하고 갈망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 마련이다.

 

그러나 Having을 할 때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서윤은 간절히 원하는 것을 지적한다.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상태에서 Having을 실천하면 걱정과 두려움이 자라고 그렇게 무의식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입력되며 Having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간절히 원하는 마음은 결핍에 집중하는 것이라는 서윤의 설명에 내가 원하는 것을 갈망하면서 힘들어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방법을 강구하려고 했던 순간들이 몸에 좋은 쓰디쓴 약과 같은 것이라 생각했건만, 오히려 흐르는 물살에 몸을 맡기듯 편안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순탄하고 편안한 길로 나를 이끈다는 것이다.


해빙노트

 

서윤은 자신의 데이터에 따르면 누구나 인생에서 2~5번 정도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지만 이를 활용해 부자가 되는 사람은 전체의 3%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퀀텀 점프는 물리학 용어로 양자 세계에서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갈 때 계단의 차이만큼 뛰어오르는 현상을 뜻한다.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일상을 기록함으로써 Having을 향한 여정을 어떻게 가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가지고 있다(I have), 나는 느낀다(I feel), 이렇게 두 단락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것과 그로 인해 느끼는 감정을 세세하게 적어내는 것이 Having 노트 작성법이다. 노트를 쓰지 않았다면 지나치고 잊었을 순간순간의 작은 기쁨과 즐거움의 감정들을 기록으로 남기면 ”있음“으로 인한 현재의 기쁨이 마음에 차오른다는 것이다.

 

 

dreamcatcher.jpg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삶, 꿈꾸는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큰 제약이 돈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 생각을 기반으로 현실적, 건설적으로 돈을 모으는 방법을 강구했던 대부분의 날들이 내게는 스트레스가 쌓이며 스스로를 지치게 하는 과정이었다.

 

홍주연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해빙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미래에 가지게 될 것이라는 믿음과는 다른 개념이며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를 하는 것이지 억지로 자신의 마음으로 끌어내려 시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 바 있다.

 

책에서는 서윤의 다른 별명으로 패러다임 시프터(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람)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마지막 장까지 읽은 후 나는 스스로의 패러다임 시프터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를 얻기 위해서는 더 부지런하고 고심하는 자세를 갖추며 스스로를 채찍질해야 한다는 생각의 틀을 바꾸고 구루의 조언에 따라서, 편안한 마음으로,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면서 살아보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 안의 세계관에 갇혀 스스로의 가능성을 가둬버렸죠. 이것을 깨기만 하면 누구든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고 부자가 될 수 있어요.


- 325쪽

 

 

 

강지예_컬쳐리스트.jpg

 


[강지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6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