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들의 빨강 머리 앤이 전하는 생생한 이야기, 전시회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 [시각예술]

우리는 이제 Z세대들을 위한 전시공간이 필요하다
글 입력 2020.03.20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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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참여하고 업로드하는 SNS속 #전시회


 

벽에 걸린 그림들, 정갈히 놓여있는 작품, 그를 따라 줄을 서서 관람하는 관객들. 전시회 하면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장면들은 아직까지 이렇게 정적이다.


하지만, 관객들의 수요는 점점 변화하고 있다. 문화 활동에 가장 적극적이라고 할 수 있는 2030 Z세대들은 이제 더 이상 작가에서 관객에게 향하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보다는, 직접 전시에 참여하고, 기여하며 작가, 혹은 작품과 쌍방향으로 소통하기를 원한다. 이러한 관객들의 수요를 반영하여, 현대의 전시회들은 변화하고 있다. 작게는 관객들이 소소하게 참여할 수 있는 이벤트나 공간을 마련하고, 크게는 관객들이 함께 전시를 꾸려 나가는 관객 중심의 전시를 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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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민아씨의 인스타그램 속 전시 인증사진

 


Z세대 관객들은 이러한 참여형 전시를 즐긴 후, 이를 자신의 SNS를 통해 공유한다. 단순한 관람이 아니라 자신이 무언가에 ‘직접 참여’한 경험은 SNS라는 소통 공간에 업로드 하기 좋은 소재이다. 이러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전시회는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결국 관객과 전시회 모두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순환적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움직이는 전시회, 디지털 전시 공간


 

4차 산업 혁명의 도래로 디지털 산업이 발전하면서, 현대 예술에서도 디지털을 이용한 전시를 수용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 전시에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통해 작품을 벽, 바닥, 그리고 천장에 투영하여 공간에 장식감을 더하고 동적 이미지를 제시해 사람들의 흥미와 창조적 사고를 이끌어내는 3D 투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3차원 공간의 가상세계를 만들어 시각, 청각, 촉각 등 감각기관의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는 가상현실,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한 가상세계로서, 본래 현실 세계의 일정 시간의 공간 범위 안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시각 정보, 소리, 맛, 촉각 등을 제공하는 증강현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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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디지털 전시 공간은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통해 관객들의 감각기관(오감)을 직접적으로 자극해 사용자의 흥미를 유발하고 지루함을 탈피하며, 시공간적 제한을 넘어 전시 관람 진입장벽을 낮춘다. 현대의 뮤지엄 전시에서는 전통적인 전시에 더해 디지털 미디어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내 이름은 빨강 머리 앤>속 전시 트렌드


 

서울숲 갤러리 아포레에서 4월 5일까지는 진행하는 전시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에서는 올해 전시 트렌드인 관객 참여형 공간과 디지털 미디어 활용을 반영하였다. 지금부터는 빨강 머리 앤 전시 속 트렌드를 알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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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긍정적으로만 보이는 앤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 이번 전시의 한 챕터에서는 앤의 어두운 면을 그의 콤플렉스인 빨간 머리에서 착안한 빨간 색을 테마로 꾸렸다.

이 챕터에서 관객들은 관객 참여형 공간을 통해 앤처럼 자신의 마음속에 쌓아 둔 콤플렉스, 고민을 털어놓고 덜어낼 수 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하다. 사진 속에 보이는 종이에 자신의 고민을 적고 지우개로 지운다. 지우개 가루들을 모아서 좌측의 저울에 무게를 재고 우측 통에 넣으면, 그만큼 무게의 고민을 덜 수 있다. 매우 간단하고 유치해 보일 수 있지만, 관객들은 이렇게 직접적으로 체험을 해보며 전시를 자신의 것으로 체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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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지막 섹션에는 관객들이 간접적으로 서로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옷장처럼 생긴 이 공간에 들어가면 자신의 고민, 혹은 스스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녹음할 수 있다. 굳이 녹음을 하지 않더라도, 가만히 서있으면 다른 사람들이 녹음한 내용을 들을 수 있다. 관객들은 이 공간을 통해 서로의 고민과 메시지를 공유하고 공감하며 수많은 앤과 소통한다.

이런 관객 참여형 공간은 전통적인 전시에서 얻을 수 없는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경험을 관객들에게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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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관객들은 곳곳에 마련되어 있는 포토존에서 전시 속에 있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할 수 있고, 이를 자신의 SNS에 업로드한다. 관객은 전시를 좀 더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고, 전시회는 관객들의 업로드를 통해 홍보효과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선순환 관계를 통해 관객과 전시회는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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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내 이름은 빨강머리 앤>에서는 캔버스 작품 외에도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전시가 눈에 띈다. 간단한 일러스트를 애니메이션 형식으로 만든 영상이 전시 초반에 있어, 빨강 머리 앤 서사를 모르는 사람들도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다. 더불어, 일정한 크기의 전시공간 벽면 전체에 투영된 영상은 관객에게 넓은 화면을 채운 색채와 더불어 시각적인 자극까지 제공한다.

이러한 디지털 미디어 전시물을 통해 관객들은 시각 외에 더 많은 감각을 이용하여 전시를 생생히 느껴볼 수 있으며,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중후반 부분에서 다시 몰입할 수 있다.

 


 
우리들의 빨강 머리 앤이 전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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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은 절대 긍정적일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도 항상 씩씩하다. 앤이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자신은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다. 앤은 자신을 빨강 머리가 아닌, 여자아이가 아닌, 주근깨를 가진 소녀가 아닌 그냥 앤으로 보아달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씌워진 사회적인 프레임이 아닌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다니는 직장, 직위, 성별, 지인과의 관계 등을 거론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앤은 그것을 노력하는 것에서부터 행복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앤은 자신에게 씌워진 부정적인 사회적인 프레임으로 인해 항상 고통받았다. 빨강 머리 여자애라는 프레임은 앤이 주눅 들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앤은 늘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도 상상을 통해 행복과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자기 자신이 상상 속에서의 일을 해낼 수 있는 존재라고 생각했고, 자신의 잠재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앤은 빨강 머리 주근깨를 가진 고아 소녀가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특별한 존재임을 스스로 믿었고 증명해냈다. 이러한 앤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특별하다.

 

"이제 제 앞에 길모퉁이가 생겼어요. 그 모퉁이 너머에 뭐가 있는지 저도 몰라요,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이 있다고 믿을 거예요."

 

길모퉁이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모퉁이 너머 수없이 변화하는 사회가 보는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자기 자신의 변하지 않는 내면을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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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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