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주 2회 근무제를 찬성합니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글 입력 2020.03.19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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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주 2회 근무제를 찬성합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주 2일만 일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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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실이는 일복이 있어야만 했다.


 

찬실은 영화 피디로, 자신이 사랑하는 예술 영화를 제작해왔다. 그런데 함께 하던 감독이 갑자기 술을 마시다 세상을 떠나게 되고, 찬실은 너무 한곳만 파왔던 이력 탓에 영화 쪽 일거리가 똑떨어진다. 그렇게 찬실은 집도 이사하고, 정말 망했다고 생각한다.


'완전히 망했네.'


그런 찬실은 친한 배우 소피를 만나러 갔다가 일을 해야 한다며 가정 도우미로 들어가게 된다. 여기서 찬실은 단호하게 말한다. '일'해야 한다고.


찬실이는 영화를 하는 사람이고, 또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이는 영화를 보는 누구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찬실에게 '일'이었다. 꿈이자 해내야 하는 목표로서 존재했다. 그 목표가 사라진 찬실, 그러니 따져보면 일복이 사라진 찬실은 자꾸 계속 허한 마음을 또 다른 일로 채우려고 했다. 이는 나를 보는 듯했다. 찬실은 영화 내내 움직인다. 한마디로 남는 시간 없이 알차게 채우려고 노력한다. 그런 찬실에게 영화 일이 끊긴 건 엄청난 충격이기도 하며, 동시에 일복이 없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듯하다. 찬실에게 일복은 필요했던 것이다. 너무 달려온 나머지, 찬실에게는 그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일복이 끊어지자 찬실은 자신이 일만 너무 열심히 해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우리와 닮아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52시간 근무 제도가 되어도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을 만든다고 한다. 온전한 쉼이 아니라 더 나은 나를 위한, 또는 발전이 있어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삶, 모든 한국인이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만 나는 꽤 크게 공감하며 본 영화를 봤다. 계속할 일을 찾았고 다음 일들이 따라왔으며 일이 사랑보다 중요했다. 그러니 찬실에게 일복이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재난 같은 것이다. 그래서 찬실은 일을 더 찾아다녔을 것이다. 우리의 찬실에게는 쉼이 어색하니 말이다.


그러한 찬실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고는 했다. 그렇게 마구 달려오다 보면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시간이 훅 흘렀음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벌써 1년이 이렇게나 빨리 흘렀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때 나는 내가 한 일을 정리했다. 내가 한 일을 적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나는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바둑에서 하듯 계속 복기했다. 복기하지 않으면 그 시간들을 문득 떠올릴 수 없을 것 같다는 막연함 때문이었다.


찬실이는 새롭게 이사한 집에서 그러한 복기를 시작한다. 결국 그녀의 시작은 영화였고, 끝도 영화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채우기 위해만 살아온 삶 속에서 찬실은 쉼이 필요했다. 그 쉼 속에서 찬실은 일에 쫓겨 보지 못했던 좋아하는 감정을 느꼈으며, 영화를 포기해야지 하면서도 장국영을 만났다. 이렇게 찬실은 숨을 고르기 위한 쉼에 들어간 것이다.


영화 속 주인집 할머니께서 죽기 직전의 꽃을 안으로 들여와 다시 살려낸다. 한 번 죽어버린 것들은 다시 살릴 수 없지만 죽어가는 것들은 다시 살아날 기회가 있다. 그것이 찬실에게 찾아왔으니 찬실은 얼마나 복 많은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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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워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 달은 차고 또 비워진다.


 

찬실을 중심으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건, 소피다. 근심 소에 피할 피를 쓴다는 '배우 소피'. 소피는 찬실과는 또 다른 면에서 자신을 채워왔다. 배우로서 자신이 채워야 할 '연기' 외에 다른 것들을 채워 그 공허감을 채우려는 인물이다.


사실 어쩌면 가장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인물이다. 참으로 사랑스럽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인물이다. 근심 소에 피할 피, 소피는 자신의 연기, 자신이 해야만 하는 것에 직면할 용기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자꾸 다른 것들을 채우려 노력했을 것이다. 근심을 피하는 방법이 다른 것들을 채우는 행동이라니...


이 영화를 보면 모든 인물들이 채워야만 하는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소피는 자신의 근심을 피하기 위해 불어 등 다른 분야를 공부하며 채워가고, 영이는 영화감독을 꿈꾸나 동시에 불어 과외를 하며 현실적인 문제를 채워간다. 주인집 할머니 역시 먼저 보낸 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글을 배우기 시작한다. 이렇듯 우리는 채워야만 한다.


그 과정이 답답하기도 하고, 너무 열중해서 다른 길은 보지도 못할 때도 있고, 목표 없이 흔들릴 때도 있고, 체념하기도 하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기도 한다. 우리는 채움으로 인해 성취를 느끼고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칠 것이다.


그러니 채웠다면, 비울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달이 차올랐다가 비워지기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의 찬실이는 복이 참 많다. 잔뜩 채워왔고, 비울 순간이 왔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찬실은 자신을 위로해 주는 장국영(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찬실이가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는 찬실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싶다.)에게 위로받고 주 2회만 일하겠다고 말한다. 찬실은 이제 비워갈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비웠다면, 다시 차오를 것이다.


"제가 멀리 우주에서도 응원할게요."


참 사랑스러운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지>

리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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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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