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생 노잼 시기가 도래했다 [사람]

이런 이런 큰일이다
글 입력 2020.03.17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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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는 노잼시기가 있다. 뭘 해도 재미가 없어서 무기력해지는 순간. 매일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똑같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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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잼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나는 일단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노력한다. 내 인생 왜 이렇게 노잼이지?! 하고 생각이 꼬리를 물게되면 종착지는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재미없는데 셀프로 스트레스 퍼먹으면 더 재미없어진다. 노잼에는 밑바닥이 없어서 스트레스 받으면 더 깊고 짙은 노잼 시기로 들어갈 수 있다.


 

 

노잼 익스프레스를 타지 말자


 

노잼으로 완전히 빠져들기 전, 아아아아주 작고 미세한 잼의 'ㅈ'이라도 느껴지는 순간 뭐라도 해야 한다. 나는 얼마 전 즉흥적으로 액세서리 브랜드 OST에서 나온 카드캡터체리 콜라보 제품을 구매했다. 콜라보 소식을 접한 그 날 바로 예약판매가 시작되어서 안 사야 할 이유를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평소였다면 열심히 고민하다가 사지 말아야 할 이유를 떠올렸을 텐데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시계는 내가 노잼에 빠져 허우적 거리기 시작할 때 도착했다.


시침과 분침과 초침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예쁘기만 한 시계가 뭐라고, 반짝거리는 걸 보니 잠시 기분이 좋아졌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손에 쥐고 나니 아까워서 바로 차고 나가지 않고 약속이 생길 때까지 기다렸다가 개시했다. 일상에 아주 작고 사소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게 있으면, 기다리는 일이 생기면 찰나의 환기가 가능하다.


하루하루가 너무 지루해서 견딜 수 없다면 아주 잠깐이라도 기분이 나아질 만한 걸 해야한다. 나는 차(tea)를 좋아해서 사무실에도 여러종류의 차를 가져다뒀는데, 아침부터 늘어지는 날엔 향이 좋은 차를 고른다. 멋없이 텀블러에 정수기 물을 받아 티백을 우릴 뿐이지만, 좋아하는 향을 맡으며 따뜻한 한 모금을 넘기면 잠시나마 미소짓게 된다. 차 한 잔으로 하루의 기분을 바꿀 순 없지만, 아주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드는 건 장기적으로 의미있는 일이다. 힘들 때 생각나는 한 조각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노잼 심화, 회사 가기 싫어 병



적당한 노잼이면 어떻게 극복해보겠는데 노잼에 회사 다니기 싫어 병에 걸리면 일이 커진다. 매일 아침부터 일어나서 싫은 일을 준비해야 하고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때가 되면 본격적인 인생 노잼 시기가 시작된다. 효과 빠른 약은 휴가/연차지만 세상에 연차를 맘대로 쓰고 맘 편히 쉴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오늘 회사 다니기 싫다고 내일 연차를 지를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회사 다니기 싫어 병은 쉬고 놀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다 때려치우고 싶거나, 일상에 자극이 없어 무료해질 때 슬그머니 고개를 든다. 리프레쉬 할 수 없는 그때 장기전이 시작된다. 회사 다니기 싫어 병이 잠잠해질 때까지 잘 버텨야 한다.

 

예전에 다른 글에서 '스위치 끄기'를 말한 적이 있는데, 출근하면서 직장인으로 로그인했다면 퇴근하면서 로그아웃하는 것이다. 회사에서의 일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고 집에 오면 맘과 몸이 편할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재미없는데 뭐 하나라도 덜 힘들어야 한다. 물리적으로 직장에서 멀어질 수 없다면 마음과 생각에서라도 떼어놓자. '얼른 집에 가서 뭐 해야지'란 생각으로 퇴근을 기다리고 열심히 집에 가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일하기 싫어 병이 진행중인데 해결할 약이 없다면 스위치라도 잘 끄고 다녀야 한다.

 

 

 

노잼에 하한선을 긋자


 

살다 보면 살아지는데 재미없게 살다 보면 만사가 귀찮아진다. 귀찮아지면 해야 할 일도 하기 싫어지는데 안 하고 다 미뤄놓으면 미래의 내가 대노잼을 마주하게 된다. 인생 노잼시기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할 일 미루기와 할 일 안하기이다. 여기서 잘못하면 악순환 스타트를 끊게 된다. 느려도 좋고 게을러도 좋지만 회피하면 노잼에 추 하나 더 다는 셈이 된다.


내 기분도 그날 하루도 평소보다 더 무거워지는 것이다. 내키지 않는 일을 할 필요도 없고 무리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해야할 일을 안 해서는 안 된다. 영혼 없이 살아도 되고 성의가 없어도 되지만 회피는 안 된다. 노잼과 회피가 손을 잡으면 무기력이 따라오고, 무기력에 빠지면 우울까지도 한순간이다. 노잼도 힘든데 우울을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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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열심히 가드를 세워놓고 브레이크 걸 수 있는 것들을 일상 곳곳에 심어둬야 한다. 가속도 붙을 것들은 사전에 제거해놓고 영혼 없고 느리고 게을러도 지장 없을 정도로 길을 닦아놔야 한다. 예상치 못하게 인생 노잼시기에 빠질 수 있지만 거기에 잠식당해선 안 된다.

 

작년의 내가 이겨낸 노잼 시기를 올해의 나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쓸데없는 자신감에 나를 과대평가라도 하자. 노잼 시기는 어떻게든 지나치게 되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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