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치밀한 브람스의 세계로: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

글 입력 2020.03.14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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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영] 포스터.jpg

 

 

2020년, 연초부터 정말 풍성한 공연들이 많이 예정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공연들이 취소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국내외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고 치사하기에까지 이르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밀집될 수밖에 없는 공연장을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들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예술의전당에서 2월 말부터 3월까지의 공연들이 대거 취소됨에 따라 2020년의 1분기는 참 가슴아픈 실적으로 마무리하게 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코로나 바이러스 상황은 2월에 비해 비교적 희망적인 국면으로 접어든 듯하다. 일별 완치자 수가 확진자 수를 넘어서는 골든크로스를 기록한 한 주이기에, 이 극단의 상황이 하루빨리 안정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그런 기대감으로 예술의전당의 공연일정을 살펴보니 유독 기대감이 드는 공연이 2분기 초에 잡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로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리사이틀이다.


2020년 4월 2일. 바로 2분기의 시작에 맞이하게 될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은 아주 대범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이기 때문이다. 완벽주의자 기질이 강했던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들은 연주자들에게 마냥 쉬운 레퍼토리는 아닐 것이다. 치밀하고도 원숙한 브람스의 음악세계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들이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이자 음악칼럼니스트이기도 한 김주영은, "자신의 정체성을 설명하는 리사이틀에서 브람스의 작품을, 그것도 긴 시간이 요구되는 소나타 1~3번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은 꽤 파격적이다."라는 기대를 밝혔다. 정말 그렇다.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그저 일반 관객이 프로그램을 보기만 해도, 이건 정말 엄청난 자리가 되리라는 기대감이 든다.

 

 


 

PROGRAM


Johannes Brahms 


피아노 소나타 2번 올림 f단조, 작품번호 2번

Piano Sonata No.2 in f-sharp minor, Op.2


피아노 소나타 1번 C장조 작품번호 1번

Piano Sonata No.1 in C Major, Op.1


- Intermission -


피아노 소나타 3번 f단조 작품번호 5번

Piano Sonata No.3 in f minor, Op.5

 


 

 

이번 리사이틀의 시작으로,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2번을 선곡했다. 1~3번을 모두 연주하는 거라면 차례대로 연주할 법도 한데, 왜 1번이 아니라 2번을 첫 곡으로 선곡한 것일까? 놀랍게도, 브람스는 피아노 소나타 1번보다 2번을 먼저 작곡했다고 한다. 작곡 순서대로라면 2번이 첫번째 피아노 소나타인 셈이다. 먼저 작곡했음에도 불구하고 2번을 매긴 브람스의 심리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교향곡 1번에 엄청나게 몰입해서 초연하기까지 21년이 걸렸던 그의 완벽주의 성향을 생각하면 피아노 소나타 1번에도 엄청난 부담감을 안고 의미를 부여했던 게 아닐까 싶다.


소나타 2번은 아주 극적인 긴장감이 가득한 1악장을 가지고 있다. 리사이틀 초반부터 굉장히 드라마틱한 공기가 IBK챔버홀을 가득 채울 게 선연히 그려진다. 1악장에서는 격정과 동시에 여리게 등장하는 주제 선율로 브람스 특유의 낭만까지도 느낄 수 있다. 2악장은 1악장과는 달리 느린 안단테로, 아주 조심스럽게 시작하는데 점차 변주되기 시작하면서 1악장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그 후 이어지는 스케르초는 2악장에서 나왔던 주제 리듬을 변형하여 스케르초 양식으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비슷한 듯하면서도 전혀 다른 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즐겁게 노래하듯 이어지는 스케르초 끝에 맞이하는 피날레는 정말 낭만적이다. 루바토라서 피아니스트 문지영이 이 아름다운 피날레를 어떻게 이끌어갈까 가장 기대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브람스이기에 쇼팽 연주 때 볼 법한 루바토와는 다른 느낌일 것이다. 사뿐히 시작하는 초입과는 달리, 피날레에서는 점차 피아노 자체의 오케스트라적인 면모를 볼 수 있는 듯하다. 악장 중에서 분량도 가장 길어 극적인 변화의 흐름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이 피날레는,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주하고자 결심한 피아니스트 문지영의 그 열의를 가장 환상적으로 표현해주는 대목이 될 것이다.


*


이어서 1부에서 연주될 곡은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1번이다. 이 작품은 1악장의 주제를 변형해서 모든 악장에서 그 변형된 주제를 사용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주제 변형기법은 당대 낭만주의 작곡가들이 즐겨 사용했던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브람스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가이면서도 고전주의적인 모티브를 항상 내포했던 음악가인 만큼, 주제를 다양한 모티브로 나누어 발전시키는 고전주의적인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도 음악의 배경에 대해 이모저모로 찾아보는 편인데, 1번 소나타의 1악장을 듣자마자 이건 좀 알아보고 듣는 게 나을 것 같아 찾아보았다. 1악장부터, 정말 범상치 않은 걸 느낄 수 있다.


병행해서 쌓은 화음의 연속이었던 1악장과는 달리, 2악장은 단순한 단조선율로 시작한다. 1악장에서 한껏 들어갔던 힘을 빼고 차분하고 다소 침잠하는 분위기로 완전히 환기시키는 대목이다. 애수어린 선율이면서도 그 안에 굳은 심지가 느껴지는 2악장. 그 뒤에 만나는 스케르초는 다시금 완전히 새로운 챕터다. 1악장과는 또다른 박진감과 활기가 넘친다. 스케르초가 너무 짧아서 아쉬울 정도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열정이 느껴지는 악장이다.


마지막 4악장은 1악장과 더불어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1번에서 가장 긴 대목이다. 3악장의 분위기를 이어받아 화려한 서주로 시작하는 4악장은 1악장의 주제와 바로 연관된다. 주제 변형기법에 따라 브람스가 변형시킨 주제이기 때문이다. 도입부부터 그 변형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1악장에서는 양손 모두 쌓은 화음으로 시작하던 것을, 4악장에서는 왼손은 풀어서 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악장에서 당차고 힘있게 진행되던 것과는 약간 다르게, 낭만적인 정취까지도 느껴지는 듯하다.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1번은 2번보다 나중에 작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브람스가 1번으로 명명하여 첫번째 소나타가 된 곡이다. 왜 그런가 했는데, 배경을 몰라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았다. 2번 소나타도 좋지만, 1번은 정말로 견고한 느낌이 들었다. 소나타 형식 자체가 견고하고, 이를 구성하는 주제들 역시 선명해서 이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재현되는지를 함께 따라갈 수 있는 듯한 작품이었다. 아마도 그것이 완벽주의자 브람스에게 흡족해서, 이 작품이 1번이 된 것이 아닐까. 그런 상상을 해보았다.


*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마지막 곡으로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을 골랐다. 아, 이 작품은 당연히 이 무대의 피날레가 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 소나타 작품이기 때문이 아니다. 이 작품의 장엄미는 그야말로, 한 무대의 피날레에 가장 적합한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1악장은 폭 넓은 음역대에서 웅장하고 견고한 화음을 사용하며 그 극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하고 있다. 3번을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1악장 인트로를 듣는 순간 바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악장의 풍부함은 특히 음원으로 들을 때보다 공연장에서 들을 때 절절히 느낄 수 있어 더욱 기대가 크다.


1악장의 웅장함 뒤에는 2악장의 부드러운 안단테가 이어진다. 부드럽고 유하며 아주 서정적인 선율이 이어진다. 심지어 1악장만큼 분량이 되는 이 2악장은 슈테르나우의 <젊은 날의 사랑>이라는 시를 인용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시의 제목과 구절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감미로운 선율이 끝없이 이어지는 대목이다. 반면에 아주 낭만적이고도 위험한 느낌이 물씬 나는 아르페지오로 맞이하는 3악장 스케르초는 격렬하다. 힘 있는 리듬과 빠른 속도감은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마치 어딘가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레가토로 부드럽게 전환하는 듯하다가 다시금 아르페지오로 돌아와 휘몰아치는 스케르초는 끝까지 익살스럽다.


4악장은 인터메조다. 브람스는 인터메조를 항상 잘 활용하는 음악가인 것 같다. 그의 인터메조는 언제나 인상적이었다. 이 작품도 회고라는 이름이 붙어, 굉장히 아련하게 시작한다. 그러나 바로 그 뒤에 마치 베토벤이 연상되는 듯한 레퍼토리가 강렬하게 삽입된다. 어딘지 모르게 서려 있는 불안감과 어두운 분위기는 이 인터메조를 시종일관 관통하고 있다. 그리고 점멸등처럼 여전히 그 불안감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한 채로, 브람스는 인터메조를 아스라히 마무리한다.


그리고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작품 중 유일하게, 3번에서는 5악장이 등장한다. 이 악장도 루바토라서, 피아니스트가 적절하게 자신만의 느낌을 살려주어야 한다, 브람스 특유의 형식미와 절제된 리듬감을 잃지 않으면서 말이다. 선율도 복잡하고, 리듬도 다양하고 대위법까지 들어가 있어 연주자에게는 정말 어려운 악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만큼 듣는 이에게는 황홀한 악장이기도 하다.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은 1, 2번보다도 훨씬 긴 대곡이기에, 이 길고 긴 음악의 여정 속에 맞이하는 극적인 대비와 형식적 완결성은 관객들에게 이번 리사이틀 최고의 카타르시스가 될 것이다.

 

 

대구수성아트피아연주_191122 @treeyaaa.jpg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국제 유수 콩쿠르에서 수차례 우승한 바 있는 뛰어난 피아니스트다.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유명하게 만들어 준 콩쿠르가 있다면 아무래도 2014년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그리고 2015년 이탈리아 부조니 콩쿠르일 것이다. 연달아 두 콩쿠르에서 우승한 그의 행보는 1957년 제네바와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던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족적을 연상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비단 수많은 콩쿠르 우승 성적뿐만이 아니라, 실제 연주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들리도록 연주해주는지 절감할 수 있다.


문지영은 20대 초반에 슈만의 음악에 몰두하였다. 이후 다양한 작곡가들을 두루 섭렵하면서 이번에는 브람스로 이어져 이번 리사이틀이 브람스 소나타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슈만과 브람스의 관계를 생각한다면 그가 브람스의 음악 세계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이를 충분히 전달하고자 노력하리라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브람스의 협주곡과 실내악 작품들을 연주한 경험은 있지만 독주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처음이라는 피아니스트 문지영. 그러나 지금까지 무대에서 그를 봐왔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문지영은 늘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분명 객석의 지평을 넓히는 무대를 보여줄 것이다. 연주자와 객석의 시야가 함께 넓어지며 더 깊은 세계를 공유할 4월 2일의 무대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2020년 4월 2일 (목)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문지영 피아노 리사이틀


R석 5만원 / S석 3만원 / A석 2만원

약 105분 (인터미션 15분)


입장연령 : 8세 이상

(미취학 아동 입장 불가)


주    최 : 더브릿지컴퍼니



 

 

[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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