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의 생태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출판저널

출판저널 2020 신년호 특집 책문화생태계 모색
글 입력 2020.03.09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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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와 넷플릭스 등 버튼을 누르고 가만히 있기만 하면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는 즐거운 컨텐츠를 나 역시도 즐기고 있다. 반면 책은 그것보다는 시간을 써야 되는 것이긴 하다. 그렇지만 조용한 공간 속에서 다른 세계로 쑤욱 빠지는 느낌은 책만이 가진다. 온전히 몰두하여 다음 장에는 어떻게 될까 책장을 넘기는 그 잠깐의 기다림의 순간 역시 짜릿하다. 빳빳한 종이 냄새를 맡는 것도 좋다.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가 다가오는 것도 좋다. 인상적인 문장에 밑줄을 그어 내 마음으로 가져오는 일도 좋다. 나처럼 단순히 책을 좋아만 하는 사람이 아닌 출판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책을 바라보는 시선이 궁금해서 읽었다.


 

515호 표지.jpg

 


출판저널을 발행하는 책문화네트워크는 Publishing and Reading Network를 지향하며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지정되었다. 출판저널이 출판·책·독서의 가치가 사회적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역할을 할 것이며 따라서 출판저널을 읽는 독자들도 사회적 가치 창출에 함께 동참하는 것 과 같다고 말했다.

 

아래는 출판저널을 읽으며 새롭게 알게 되거나 인상 깊게 느낀 것이다.

 


 

1. 학문적 기반의 필요성


 

'지속 가능한 책문화 생태계의 출발은 인재 양성시스템에서부터'라는 주제의 발행인 칼럼에서 저자는 우리나라는 현재 독립적인 학과 체제로서 출판 학과가 없다는 점을 밝히며 타 학문에 기대어 출판 과목이 개설되어 운영되는 대신 독립적인 출판학과로서 출판에 대한 정신, 출판의 역사, 출판의 OSMU(하나의 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사용처를 개발해내는 것),해외저작권 수출, 독자연구와 개발, 기술과 접목한 출판의 미래산업 발굴 등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했다. 사상이 인간을 움직이고 역사를 창조하는 것도 사상인 것처럼 출판의 사상을 확립해야 책문화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보았다.

 


 

2. 2020 출판산업 전망


 

- 테크콘텐츠의 확산

이동통신 기술의 발전은 연결의 시대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그에 따라 고객은 더욱 새로운 경험, 재미, 정보, 가치를 원하게 되면서 콘텐츠는 단순한 텍스트 형태가 아닌 다양한 멀티미디어 요소나 신기술이 적용된 콘텐츠로 그 성질이 변하고 있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Tech)과 콘텐츠(contents)가 융합하며 독자와 상호 소통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테크 콘텐츠라고 정의하였다. 최근 동영상북이나 오디오북이 새로운 포맷으로 정보 제공의 채널을 확장해나가고 있으며,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등장하면서 고객과 양방향 소통을 하기도 한다.

 

-액티브 시니어의 조명

의료산업의 발전으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증가해서 100세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2020년부터는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중장년층이 급격히 늘어나기 시작될 예정이다. 삼성경제 연구소는 2020년 적극적인 소비활동을 하는 베이비붐 세대 액티브 시니어의 소비 시장이 약 1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오디오북 시장의 성장

다양한 스크린 사용으로 인해 눈에 피로도가 쌓이면서 오디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출판시장에서도 오디오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운동할 때와 같이 책을 읽기 힘든 상황에서 오디오북은 매우 유용한 독서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 오디오북 시장은 약 4조 원대에 이르며 미국오디오출판협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오디오북 판매가 전년 대비 24.5%증가하며 지난 7년 동안 매년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 90년생이 온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등 셀프 퍼블리싱 시장의 활성화가 있었다.

 



3. 바람숲그림책도서관


 

신간소개뿐만 아니라 서점이나 도서관을 소개한다. 영업당한 곳은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이다.


조용히 해먹에 누워 나뭇가지와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바람과 함께 그림책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해봤던 적이 분명 어린 시절에 있고 지금도 있다. 인천시 강화군 초지대교를 지나 초지진, 덕진지와 광성보 가까이에 굽이굽이 능로를 따라 가다보면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일 중 하나는 그림책 한 권을 들고 신발을 신고 해먹이 있는 산으로 올라가는 일이다. 나무와 책이 공존할 수 있다니. 자연스레 그렇게 되어 있는 환경이라니. 어린이들이 가기에 정말 좋겠다. 3천여 권의 그림책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한 권의 책을 만드는 어린이 작가교실 프로그램이 열리기 때문이다.


어른들이 가도 좋겠다. '그림책 시시콜콜'은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 모임이다. 주제를 정해 주제에 관련된 책을 각자 읽고 한 달에 한 번 만난다. 바람숲그림책도서관은 많은 책을 보기를 권하지 않는다. 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나를 부르는 그림책을 만나고 햇살 아래 조용히 그림책과 함께 머물면 된다.

 


 

4. 특집좌담: 책문화생태계 모색과 대안


 

- 책문화 미래 지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책문화 안팎으로 어떤 환경들이 조성되어 있는지 책문화가 건강하게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환경들이 조성되어야 할 것인지, 출판·도서관·독서·서점·정부의 정책 등 다양한 주체들과 환경이 어떻게 협력해야 할 것인지 출판저널 대표 정윤희, 출판역사연구회 회장 부길만,국립순천대학교 석좌교수 이보균, 외국어대학교 겸임교수 정승욱이 논의했다.


논의의 결론은 앞으로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청소년, 청년들이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며 사회가 학교로 하여금 독서 운동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의 독서정책담당자, 학부모들, 출판인, 저술가 등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 그뿐만 아니라 대기업들도 사회공헌으로 도서관 짓는 선사례들이 늘어나야 한다는 점 등 실제 각 개인의 삶의 현장에 어떻게 침투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 문제이며 질문하는 능력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으며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인문학에 대해 교육을 확장시켜야 한다고 역설했다.

 

1년 동안 책을 1권도 읽지 않은 사람이 10명중의 4명 이상이라는 통계를 보며 국어 학원에서 일하던 생각이 났다. 나는 뜨내기 교사였으며 중고등학교 아이들의 기말고사 내신을 담당하고 모의고사를 풀이해 줬다. 내 학생들은 많은 작품을 접했지만 한 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아이들의 취약점을 작성할 때 공통적으로 있던 것이 문학작품 속 인물에 대한 이해, 혹은 어떤 사건의 상징적 의미 파악이었다.


문제풀이를 2회독, 3회독 하기 때문에 객관식은 곧잘 맞히지만 서술형으로 나오거나 질문을 던져보면 모른다고만 했다. 독해가 아니라 암기에 익숙한 아이들이었고 그 방식이 성적이 더 잘나오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이들은 쉬는시간에 유튜브를 보거나 게임을 했다. 그것이 쉬는 방식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책은 피로였다. 특히 문학은 대부분 독립이나 분단 등 역사적 의미가 가득 담긴 작품들로 점철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했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작품 배경에 대해 먼저 설명해 주어야 했고 그러면 아이들은 벌써 지쳤다. 한 시간에 배워야 할 작품의 수는 서너 개였으며 시간 대비 작품이 많아 설명을 그르치고 암기부터 내세운 적도 있었다. 근대화를 주제로 한 현대문학은 더 이상 현대문학이 아니었고 훨씬 뒤져 있었다. 책을 웬만큼 좋아하는 나조차도 고되게 느껴질 때가 있었다.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더했다. 출판저널에서 EBS의 상업 출판에 문제 제기를 한 것처럼 70%가 수능 연계인 만큼 교과서가 아닌 EBS문제집으로 수업을 하는 실정이었다. 책을 읽지 않는다고 나무랄 것이 아니라 책을 좋아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좋은 책 한 권으로 빙 둘러앉아 반짝반짝한 생각을 주고받는 아이들의 미래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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