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 [도서]

독서의 이유에 대한 단상
글 입력 2020.03.07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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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저널 쓰기

이 글을 쓰면서 몇 년 전, 한 교수님이 내어주신 과제가 생각이 났다.

‘자기만의 디자인 저널을 써서 제출할 것.’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특별한 작업 방법과 영감의 원천이 있어야 하는데, 여러분의 디자인 작업에 도움이 될 자산을 직접 만들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내주신 과제였다.

다른 전공 수업에서는 해본 적이 없던 유형의 과제라 신기하면서도 교수님이 설명해주신 과제의 의도와 목표에 공감하며 꼼꼼히 적어 냈던 기억이 이 책을 읽으며 떠올랐다. 저널 쓰기는 당시의 과제를 끝으로 게으른 탓에 이어지지는 않고 있지만, 역시 지금도 그것이 좋은 디자인의 바탕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는 공감한다.
 
이 (디자인)저널이 작가가 말하는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인 부스러기와 매우 비슷하다는 데서 과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저자는 부스러기를 모아놓은 데서 더 나아가, ‘당신은 책에서 어떤 부스러기를 발견하며 어떻게 그것들을 가지고 사유하는가?’라고 묻는다. 좀 더 본질적으로는 당신에게 독서는 무엇인지 물으며 그간의 독서와 생각을 되짚어보길 차분히 권하고 있다.
 
 
 
책 소개

 

그것은 부스러기들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서 주운 부스러기에 대한 책이다. 지금까지 써 왔던 소설들보다는 한결 ‘실용적’이라고 칭할 수 있는 책. 쾌락을, 언제나 쉬이 사그라지고 마는 쾌락을 조금 더 오래 보존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인 글. 필사(必死)할 즐거움들을 보존하기 위해 행해지는 필사(筆寫).”


- 이치은(작가)


 
작가 이치은은 자신을 키운 건 팔할이 부스러기들이라고 한다. 10년이 더 넘은 작가의 습관이다. 책에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찾으면 당장 눈에 띌락 말락 한 dog ear를 만들고(책 한 귀퉁이를 접고) 다 읽은 후에 포스트잇으로 옮겨 적기. 그리고 그렇게 만난 문장들을 부스러기라고 부르기.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에는 작가의 오랜 습관에 더해, 오랜 사색이 빚어낸 책과 그림들 그리고 시간과 기억에 관한 단상들이 펼쳐진다. 그리하여 보르헤스의 말처럼, 그가 읽어내고 간추린 부스러기들은 작가 이치은이 “선구자들을 창조하는 데” 역할을 하고 있음을 고백한다.

삶과 창작의 원천으로서의 책 읽기이되, 가볍고 재치 있게, 사색의 단상을 펼쳐 보인다.
 
 
 
독서의 이유

 

저자는 자신이 읽어온 책들에서 발견한 마음에 드는 문장들을 부스러기라 부르며 당시의 단상을 함께 담아 이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본문에 대한 생각보다도 나의 독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저자는 책을 읽기와 쓰는 것에 상당한 쾌락을 느끼며 부스러기들을 자신의 삶과 영감의 원천으로 삼는 일종의 직업의식과 근본적인 애착을 갖고 있는 것이라면, 나는 무엇을 위해 독서하고 있는가? 라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무엇을 위해 독서하는가?’ 라고 누군가 내게 묻는다면 상당히 추상적인 물음이라는 생각에 이런 식으로 추상적인 답을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딱히 어떤 것을 ‘위해’ 독서를 한다기보다는 소설이라면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소설이 아닌 부류의 책이라면 새로운 정보를 얻고 생각하는 게 좋아서 책을 읽어왔던 것 같다고.

다만 더 이상 생활기록부에 쓰기 위해,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하는 때는 지났기에 수단보다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독서를 하려 노력 중이라고. 여전히 명확한 답은 찾지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유를 찾는다면 책 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할지도 모르겠다. 그걸 찾기 위해 책을 읽고 있기도 하니까.
 
 
 
부스러기들이 모이면

 

책을 읽은 뒤의 리뷰는 많이 써보았지만 이번엔 유독 필자의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는 저자의 독서에 대한 단상들이기에 나는 어떤지를 자꾸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필자 역시 부스러기들을 조금씩 모으는 중인데, 이를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조금씩 어디선가 본 문장들을 휴대폰 메모장에 모아두고는 있었는데, 언젠가는 꽤 많은 문장들이 채워지겠지하는 생각으로 계속 하고 있다. 글을 쓰며 다시 살펴보니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긴 하지만, 당시에 어떤 마음으로 옮겨 적었는지를 생각하니 사진을 찍는 것만큼이나 순간을 정지시켜놓기에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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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보여주려는, 어딘가에 써먹으려는 뚜렷한 목적 없이 옮겨놓은 문장들이지만 내가 추려냈기 때문에 애착이 가고 의미가 느껴지는 글들. 이것들이 언제 어디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앞으로도 잘 모아봐야겠다는 반성을 하게 된다.

창작자로서든, 기획자로서든, 혹은 전혀 다른 직업이든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저널들이 쌓이고 쌓이면 좋은 자산이 될 것임은 분명하니까.



 

 

천상에 있는 친절한 지식의 중심지

도끼, 열쇠, 찌꺼기가 된

어느 소설가의 생각 부스러기들

 

 

저자
이치은
 
분야
인문 / 책읽기
 
쪽수
320쪽
 
가격
16,500원
 
출간일
2020년 1월 30일
 
ISBN 979-11-89333-21-8 03800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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