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계속 가깝게 스포츠로

평창올림픽 2주년을 돌이키며 스포츠와 나를 살펴가다.
글 입력 2020.03.01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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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이 벌써 2년이나 지났다. 2년 전의 나는 올림픽 자원봉사를 끝마치고 집으로 도착해 추억을 회상하고 있었다. 또 축제를 끝내고 현실로 돌아가 개강 준비도 하고 있었다.


태어나서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보내고 대학교에 입학한 지역까지 모두 같은 곳이었던 터라 행동반경을 넓히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우연이 겹치고 행운이 더해져 평창동계올림픽의 자원봉사자로 선발되었고, 나는 한 달 동안 100여 시간을 영하 10도의 날씨에서 봉사하고 건강하게 돌아왔다.

 

올림픽은 아름다웠고 잔인했다. 축제라고들 하지만 승부로 4년의 결과가 판단되는 건 슬픈 일이었다. 결과보다 노력이라고? 메달 뒤에 가려진 사람들은 무슨 심정일까 싶었다. 그래도 치열함과 각자의 화합, 노력, 인생을 미친 듯이 열심히 살자는 교훈을 얻으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던 소중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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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운동 참여를 요구하는 체육수업시간은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도 반 전체 학생들과 운동장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쳐다보는 가운데서 말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관심도 즐기고 주목받는 자리에 서는 것과 나를 드러내는 것에 능숙한 편이지만, 지금의 내가 공감하기에는 살짝 거리가 있긴 하겠다. 하지만  그때 내 모습에 이어서 오늘의 내가 만들어진 거니까 그런 내 모습도 사랑스럽다고 말할래.


유독 태도가 엄격하고 목소리가 거친(성격도 까다로웠던) 내가 만난 체육 선생님들은 대하기 어려운 존재였고, 학생들에게 벌을 줄 때 교무실 청소, 시험지 빡지쓰기 대신 운동장을 몇 바퀴씩이나 돌려버리는 게 잔인하다 여겼고 친해지기도 싫었다.

 

나는 학교에서 하는 운동프로그램과 체육시간은 등한시했지만 TV에서 중계해주는 스포츠 경기는 꼬박꼬박 챙겨 봤던 거 같다. 운동선수를 꿈꾼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찰나의 기록에 온 열정을 쏟아붓는 그들이 멋있었고 대단하다는 건 알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수능을 앞두고 부족한 체력을 깨닫고 바르지 않은 자세에 아쉬움이 생겨갔었다. 그때 운동선수가 멋있다고 여기는 것에 그치지 말걸, 스포츠를 한 발 뒤에서 방관하며 지켜보지 않을걸, 나도 발레나 필라테스, 아니면 골프, 배드민턴이라도 종종 하면서 활동적으로 재밌게 지난 시절을 보낼 걸 싶어 후회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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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가까이하고 흥미를 가져간 게 올림픽 하나 때문은 아니었다. 변하게 된 이유는 뭐였을까 싶어 며칠 동안 계속 기억을 더듬었다. 그리고 치열하고 바빴지만 끊임없이 주변을 돌아보던 내 모습이 기억나면서 아련하고 애달프면서도 대견한 온갖 감정에 취했었다.


어쨌든 그때, 나는 색다름을 예상했고 지금까지는 사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내 생각과 행동은 자연스레 바뀌었다. 직업관도 달라 보였고, 가치관도 조금 변했고. 이 모습을 생각조차 한 적 없었지만 말이다.

     

피트니스센터, 필라테스, 발레 학원도 살펴 갔었고, 시간이 좀 더 지나서는 야구장, 축구장, 빙상장, 독일여행에서 분데스리가 리그 직관까지. 미세한 첫 단추 이후로 스케일이 변해간 걸 깨달았다.


진짜 내가 좋아한 분야가 맞는 걸까? 나는 집중을 통해 컨디션을 찾았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게 좋았다. 인생을 열심히 산다는 느낌과 활력과 체력이 넘친다는 것도 느꼈고, 건전하면서도 완벽했다. 또 현재의 내 모습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발전되어 변한 내일의 나를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짜릿했다. 가장 변화가 잘 드러나는 모습이니까 말이다.


겉으로 잘 드러나는 것만큼 보람있는 일도 없다. 인정하건데 지난 기억들의 습관과 말 몇마디도 기억한다. 만남은 끝났지만 나한테 유익하게끔 내가 이용한거다. 하지만 처음 순간부터 꼬여버린 건지 미래의 나는 여기에 동의할지 궁금하다.

 

레전드다 싶으면서도 내 행동력과 마인드에 감탄하기도 하면서 이성은 양극을 오가기도 했다. 주제를 넓히고 내 체력과 건강, 미래에도 좋은 거니까 오히려 이득은 맞았다. 아마 나는 내가 느꼈던 것처럼 비슷함을 얻고 싶었던 듯하다. 트렌드 상 힙한 느낌과 에슬레저룩, 취미의 다양화, 쌓여가는 지식, 자기 관리까지 말이다.

 

직선이 될 수 있었던 내 모습을 곡선으로 바꾸고자 노력을 다방면으로 많이도 했던 것 같다. 꾸안꾸룩(꾸민 듯 안 꾸민 듯 입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라고 최근 떠오르는 트렌드가 있다. 그 단어가 사회에 통용되기 전부터 비슷한 느낌을 나는 당시 받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백수들이 집에서 TV 볼 때만 입는 옷인 줄(내가 그전에 생각했을 때)알았던 아디다스와 나이키 트레이닝 복이 기본적이면서도 세련된 옷이 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고, 시간이 흐른 지금 애슬레저룩, 웨어러블 디바이스, 관련 어플, 경기 룰까지 지식을 꽤 가지게 되었다. 아예 관심이 없던 볼캡을 몇 개나 산 것만 봐도 나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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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영향으로 첫 단추를 끼웠고, 새로운 내 모습을 창조하기 시작한 거다. 넘쳐나는 새로운 모습으로 우연인 듯 아닌 듯 마주한 날도 있었고, 나는 아무렇지 않게 넘기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순간들이 감사했다면? 나는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다. 공통점이 갑작스럽게 발견된 걸까. 우연이 운명처럼 마주하게 된 걸까.

 

누가 어느 순간에 들어오든, 나한테 도움이 되고 발전할 수 있는 분야라면 계속 가져가야지.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의지로 흡수한 거라 여겨야겠다. 스스로를 높여가고자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회상을 그만 접어야겠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가져가고 싶다면 데려가는 거다. 지금 해온 만큼.

 

뒤돌아보면서 원인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 어쩌면 나는 충분히 잘 해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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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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