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글 입력 2020.02.27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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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 그는 아주 강인한 여자다.

 

결심한 것은 무엇이든 해내야 직성이 풀리며, 그 과정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당돌함으로 무장한 이.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해롭고 정신산만한 아이이고,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을의 영웅이 된다. 그런 호랑이 공주가 됐다. 무시무시한 호랑이의 이름에 공주라는 호칭(그에게는 그닥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지만)까지.


영웅의 도움을 기다리는 얌전한 공주를 상상한다면 큰 오산이다. 호랑공주는 다르다. 호랑공주는 시각을 압도하는 파괴적인 스타일의 옷을 입고 학교 중앙에 레드 카펫을 깔아 거닐 수 있는 사람이다. 자유로운 영혼 그 자체인 호랑.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국의 학생이었던 호랑이 '공주'로 불리게 되는 책. 이 책이 바로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이다.

 


호랑공주_입체북.jpg

 

 

 

작은 호랑이가 산중호걸이 되기까지


 

천방지축 호랑공주. 엄밀히 말하면 아직 본인이 공주라는 사실을 몰랐던 호랑은, 굳이 공주라는 타이틀 없이도 주변 지역을 주먹으로 재패할 정도로 힘있고 개성 넘치는 학생이자 한 밴드를 이끌며 사회 운동을 벌이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종가구 복원 프로젝트로 마을이 철거 위험에 휩싸이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언제 어느 상황에 놓였든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굳센 신념으로 주위 사람들을 매혹시킨다. 그런 호랑은 입헌군주제를 허울뿐이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생각해 폐지를 강력히 주장한다.


하지만 그녀의 생일, 아이러니하게도 밝혀진 출생의 진실은 호랑이 대한제국의 공주라는 것. 그 이후 천방지축 제멋대로 날뛸 뿐이었던 호랑은 궁으로 들어가 1순위 후계자로서 각종 예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듯 처음에는 불편하기 그지 없어 이리저리 도망다녔으나 이내 호랑은 제 스타일대로 궁에서 생존한다.


대망의 성년식에 납치를 당했지만 왕년의 기세를 몰아 납치자를 처단하고, 끝내 본인이 끔찍하게 생각했던 입헌군주제를 자신의 식으로 소화하기까지. 그는 그의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고, 사랑하는 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권력을 인정하기로 결심한다.


제 기준만으로 날뛰던 호랑이가 자신의 곁을 다지고 사회와 소통하는 법을 비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 의지를 굴복하지 않는다. 자신의 넘치는 에너지를 유지한 채 말 그대로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을 치룬다. 그리고 호랑공주는 성인식에서 당당하게 외친다. 그 누구보다 사랑받는 공주가 되겠다고.

 


 

가상의 입헌군주제 국가, 현대의 대한제국


 

소설의 설정이 특이해서 그것만으로도 잘 읽힌다. 한국을 입헌군주제 국가로 가정함으로써 마치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만화 <궁>이 떠오른다. 왕과 관료들이 이루는 계급제, 궁중 법규, 정치와의 연계 등 낯설지만 익숙한 문화 양식이 나타난다. 근현대사를 조금 비튼 가상역사물이지만 내용은 무척 탄탄하다.


현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사회를 배경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엔가 있을 법한 인간상을 그려낸다는 게 흥미로워서 기묘하게 공감하며 읽어가게 된다. 또 현 사회의 이슈를 상징적으로 담아낸 점도 인상적이다. 재개발과 철거 이슈, 정치권 내 권력 다툼 등 사회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담아내는데, 호랑공주는 이 이슈의 중심에 서서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락 밴드를 대동함은 물론, 거침없이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고, 때로는 명쾌한 논조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호랑이 공주이기에 이는 더 큰 이슈가 되지만 굴하지 않고 사회에 목소리를 낸다. 호랑공주의 곁을 든든히 지키는 지원군 중에는 황제인 이모도 있고, 비서님도 있으며, 그 주위에서 호랑의 편을 들어주는 숙적의 아들 연우도 있다.


각 캐릭터의 성격이 확고하고, 입헌군주제 관료제에 따른 직원군도 각기 다양해 더욱 박진감 넘친다. 시원시원한 문장 흐름과 개성 있는 인물들, 그리고 독특한 세계관이 어우러져 독자들을 현대의 대한제국으로 초대한다.

 

 

*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 안전가옥 오리지널 3 -


지은이 : 홍지운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역사소설, 팩션

규격
128X200mm

쪽 수 : 284쪽

발행일
2020년 02월 03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0174-66-4 (03810)





저자 소개

  
홍지운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SF 작가. 오랫동안 필명 dcdc로 활동해왔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으로 제2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구미베어 살인사건》과 《월간주폭초인전》 등 여러 권의 단편집을 냈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이웃집 슈퍼히어로》, 《냉면》, 《괴이, 도시》 등 다수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실었으며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시리즈’ 중 3편의 장편소설을 작업한 바 있다. 2020년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컨텐츠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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