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글 입력 2020.02.27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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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한 표지와 신선한 제목. 우아함과 파괴적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 책을 본 순간 읽고 싶어졌다. 대체 호랑 공주의 성인식이 어떻게 진행된다는 거지?

책의 주인공은 표지에 나와있는 것처럼 '호랑'이라는 여고생이 주인공이다. 본명은 이호랑, 만 18세이고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 중이다. 학업에 대한 열정은 전혀 없고 앰프도 꽂지 않은 기타를 튕기며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그녀의 옆에는 항상 단짝 친구인 라라가 함께한다. 라라와 호랑은 서로 다른 듯하면서도 죽이 척척 맞는다. 그리고 마지막 멤버 해민, 해민은 만 17세 남성으로, 호랑과 라라와 정말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둘을 제외한 다른 동급생들을 더더욱 혐오하다 보니 정작 그 둘만 친구로 남았다는 설명이 너무 웃겼다. 이 셋은 밴드 활동을 하고 있다. '타이거릴리 프로젝트'라는 대단히 길고 멋진 이름. 이름만 들어도 이 세명이 추구하는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이 세명은 자유롭고 파괴적인 일상을 살아간다.

이 책을 읽고, 오랜만에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호랑이와 다르게 그냥 평범하게 학교생활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호랑의 순수하고 자유분방한 모습이 멋있고, 자유분방하면서도 선을 넘지는 않는 면이 좋다. 겉으로 봐서는 그저 천방지축에 사고만 칠 것 같지만, 나름의 선을 지키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호랑의 모습이 참 나보다 어린 나이지만 멋있고 배울만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토록 자유로움을 원하는 호랑은 알고 보니 대한 제국의 공주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호랑은 혼란에 빠진다. 자유로운 영혼의 호랑이 알고 보니 나라의 공주라니, 자유로움과 공주는 좀 거리가 먼 이야기처럼 들린다. 호랑은 과연 공주가 되어서 자유로운 생활을 포기할 수 있을까? 만약 나라면 어땠을까? 공주라는 지위는 탐이 나면서도 힘든 것 같다. 내가 지금까지 누리던 일상적인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으니까.

만약 내가 알고 보니 우리나라의 공주였다면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보았다. 내가 어릴 적에는 디즈니의 공주들을 보면서 공주가 되어 멋진 왕자를 만나 사는 것이 인생 최고의 행복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어릴 적 내가 보고 자란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였기 때문에, 공주가 된다는 상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궁'이라는 드라마를 정말 좋아했었는데, 그 당시 우리 학교에서 그 이야기를 안 하는 친구가 없었다. 항상 여주인공이 부러웠고, 나라면 어떤 왕자를 고를 것인지가 항상 이야기의 단골 소재였다.

호랑을 보고 '궁'의 채경이가 떠올랐다. 채경은 지극히 평범한 여고생이었지만, 성조와 채경의 조부의 약속으로 인해 황태자인 이신과 정략결혼을 하게 되고, 갑자기 황태자비가 된다. 그러면서 궁으로 들어가게 되고 벌어지는 이야기다. 상황과 당시 배경이 비슷한 느낌이 있는데, 한 가지 다른 것은 '궁'에서는 황태자의 사랑을 얻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이야기의 끝이지만, 호랑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산다는 것. 호랑은 결국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을 마치고, 자신의 일상을 살아간다.

책 속에서 호랑이 보여준 모습은 등장하는 어른들보다도 훨씬 지혜롭고 현명한 것 같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호랑은 천방지축이고 못 말리는 고등학생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은 오히려 더욱 지혜롭고 현명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저자의 말'에서 나오듯이 '성인식'이라는 단어는 누군가 어른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의식이다.

이 책의 제목만 보면 당연히 호랑 공주가 성인식을 할 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런데, '호랑의 성인식'은 호랑이 치르는 성인식일 수도 있지만 호랑이 주최한 성인식이 될 수도 있다. 이 문장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당연히 '호랑'이 치르는 성인식인 줄만 알았는데, 바꿔서 생각해 보면 책 속의 다른 이들의 성인식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적은 사람이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항상 배운다는 법은 없다. 나이가 어려도 충분히 배울 점이 많고, 반대로 나이가 많다고 해서 배울 점이 많은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도 가끔은 어린아이들에게서도 배우는 것이 많은데, 이 책을 통해서 호랑과 친구들, 주변 인물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그리고 배우지 않아야 할 것도 배웠다. 살다 보면 점점 내가 어른이 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 있다. 여기서 어른이란, 성숙한 그런 느낌이 아니라, 순수함을 잃고, 점점 두려움이 많아짐을 뜻한다.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정말 순수하고 희망이 가득했는데, 사회가 정한 기준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 점점 나도 내가 싫어했던 어른들과 비슷해짐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그렇게 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라는 생각 때문에, 또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이런 생각에 빠져있었는데 '호랑 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을 읽고, 내 학창시절이 떠오르면서 환기를 할 수 있었다. 호랑과 친구들이 어른이 되지 않고 영원히 자유롭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호랑공주의 우아하고
파괴적인 성인식
- 안전가옥 오리지널 3 -


지은이 : 홍지운

출판사 : 안전가옥

분야
장르소설
역사소설, 팩션

규격
128X200mm

쪽 수 : 284쪽

발행일
2020년 02월 03일

정가 : 15,000원

ISBN
979-11-90174-66-4 (03810)



 

 
[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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