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쿠엔틴 타란티노라는 장르 [영화]

글 입력 2020.02.2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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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CGV 아트하우스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전이 있었다. 약 2주간 진행된 감독전이었는데 평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을 즐겨보던 나는 펄프 픽션 다음 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킬 빌을 보러갔다. (정확히는 킬빌 1부이다) 18살 아직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보지 못했던 나이에 내가 만 세 살이었을 때 개봉했었던 킬빌을 자그마한 스마트폰 화면으로 봤던 영화를, 명동 CGV 아트하우스에서 좋은 화면과 음향으로 보니 마치 새로운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두 번째로 보는 영화였지만 두시간 남짓한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가끔 긴 영화를 볼 때면 종종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거나 딴생각을 할 때가 있을 정도로 집중력이 흐트러진다. 반면 타란티노의 영화들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아쉬움이 느껴질 만큼 애정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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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의 줄거리는 복잡하거나 반전이 있거나 하지 않고 제목과 같이 굉장히 간단하다. 'Kill bill', 빌을 죽이는 내용이다. 과거 암살단 요원이었던 주인공인 B(우마 서먼) 이 결혼식날 자신을 거의 죽음으로 내몬 요원들과 두목 빌에게 복수하는 내용이다. 뻔할수도 있는 ‘화려한 액션 복수극’이지만 킬빌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는 면들이 많다. 여러 영화를 오마주한 장면들, 어디선가 들어본듯한 Bgm, 느와르, 서부극, 무술영화 그리고 백인 사무라이.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취향을 가득 들이부어 만든 이 b급인척하는 s급 영화는 내 취향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취향을 저격했다. 타란티노 감독이 현재까지도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영화속 잔인함과 어찌보면 영화 자체가 키치할수도있는 호불호가 굉장히 갈릴 수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됬다. 또 감독의 개인적인 취향만을 가득담아 꿀꿀이죽이 될 수 있었던 작품을 훌륭한 비빔밥 혹은 정말 맛있는 스튜로 만들어버린 타란티노 감독의 감각이 놀라웠다. 감탄사가 나올만큼 통쾌한 전개, 예측할수없는 장면들과 마지막으로타란티노의 취향 듬뿍. 이게 바로 관람객들이 열광하는 레시피라고 생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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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빌을 보며 그의 데뷔작인 저수지의 개들부터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펄프픽션, 바스터즈 그리고 나머지 작품들의 성공 혹은 대중들의 찬사는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 ‘감독이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드는 데에서 오는 것 같았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근 10년간 개봉한 영화들 중 굉장히 즐겨본 영화들도 많지만 가끔은 감독이 만들고 싶어서 열정을 가지고 만든 영화가 아니라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영화, 즉 박스오피스에서의 성공을 목적으로 만든 영화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생각됐다. 매력 없이 자극적인 장면들이나 화려한 CG, 억지로 짜낸 것 같은 웃음과 울음 포인트 라던지… 그래서 인지 분명 다른 영화인데 어디선가 본거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다. 어쩌면 다른 영화에서 느낄 수 없는 신선함이 내가 타란티노의 영화와 그가 창조해 낸 새로운 장르에 큰 매력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전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개봉했던 영화들을 모두 보고 싶었지만 시간상 킬 빌 한편밖에 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근 1년간 땅을 치며 후회할 것 같지만 언젠간 다시 개봉할거라 굳게 믿으며 아쉬움을 달랬다. 비록 누군가에겐 한물 지난 B급 영화와 그 영화의 감독일수도 있지만 영화관에서 쿠엔틴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더 특별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동경하는 시대를 살아온 세대를 항상 부러워했는데 언젠간 영화관에서 그의 영화를 즐기지 못했던 세대들이 날 부러워할 것을 생각하니 재미있기도 했다. 내게 영화를 보는 시야를 무한히 넓혀준 타란티노 감독에게 감사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김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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