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삶이 되어버린 모두에게

아무튼, 요가. 우리 모두 건강합시다.
글 입력 2020.02.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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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 위인 산이 집에 죽을 사갔다. 한 겨울 밤 심야 영화를 본 탓에 컨디션이 좋지않아 감기에 걸렸기 때문이다. 이름처럼 우뚝 솟은 그녀가 감기에 걸리다니. 심하게 걸린게 분명했다. 죽의 온기가 사그라지지 않게 급히 집에 도착하니 담배를 입에 문 그녀가 보였다. 인사를 건네는 그녀의 목소리는 목이 띵띵 부어 침조차 삼키기 힘겹게 들렸다.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죽을 그릇에 옮겨 담고 그녀와 밥상에 마주 앉았다. 수저 끝으로 죽을 조금 떠서 입을 ‘아~’하고 벌려 죽을 먹는 산이. 죽 먹는 자기를 바라보는 게 조금 민망했는지 집  구경 좀 하란다. 집은 정감어렸다. 가지런히 정리된 퍼즐. 미처 걷지 못한 빨래 건조대의 옷. 화장실에 놓여 있는 휴지들. 물이 뚝뚝 떨어지며 말라가는 식기대의 그릇들. 급조한 듯 이질적인 얀키 캔들이 조금 웃겼지만, 집안 구석구석 그녀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은 없었다. 찬찬히 집을 살피던 중 발견한 물건 하나. 요가 매트.

 

“요가 해요?”

 

“응, 명상도 해”

 

“왜요?”

 

“…그냥”

 

답을 흐리는 그녀. 재차 이유를 물어 봤자 몸이 좋아 진다, 그냥 한다는 식의 대답이 돌아 왔다. 그녀만 아는 이유가 있겠지 더 이상 묻지 못 했다. 집을 빠져나온 후로는 산이를 지금까지 보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그때의 산이 나이가 됐다. 그 동안 나의 몸에는 생채기가 늘었다. 강직성 척추염 검사를 받았고 좌골 신경통을 앓게 됐다.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물리치료도 받았지만 생각보다 빨리 회복되지 못했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신경을 건드리는 통증이 쌓여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아직 20대인데 평생 이렇게 사는 건가 싶어 무섭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요가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그 때의 산이도 말 못할 어려움에 요가와 명상을 붙잡고 있었던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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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요가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자기수양이다. <아무튼, 요가>의 내용도 그렇다. 머나먼 타국의 낯선 환경 속에서 박상아 요가 강사는 스스로를 지키기는 요가를 했다. 의류회사 입사를 목표로 미국에 간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요가를 접한다. 우연히 접한 요가는 그녀의 새로운 길이 됐다. 토플시험에서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근근히 생활을 이어 나가는 곳곳에 요가가 버티고 있었다. 끝에 가서는 가능성에 대해 전한다. 해보기도 전에 안 될 거라고 포기 하거나 단념하는 이들에게 당신이 얼마나 큰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버티는 삶이 되버린 모든 이들이 스스로를 지킬 무언가를 가졌으면 좋겠다. 그것이 요가이든 무엇이든.


 

[이지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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