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을지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 을지로 수집 [도서]

"특색이 있잖아요. 완전 삭막하게 현대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가라앉은 구식도 아니고."
글 입력 2020.02.20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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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을지로를 걸은 적이 있다. 골목골목 미로같이 얽힌 길. 코너를 돌면 전과는 다른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시간이 흘러간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정겨운 대화가 오가고, 기계는 열심히 돌아가며, 거리는 활기가 넘친다.

 

어느 곳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독특한 풍경이었다. 무질서한 듯 보여도 그 사이엔 왠지 모를 안정감이 흐르고 있었다. '명함', '도장', '인쇄', '목공소'... 단순명사로 가득한 거리의 간판들. 명확하고 단순한 이름은 그 어느 곳보다도 믿음직스러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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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을지로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찾아왔다. 젊은이들은 특색 있는 을지로의 매력에 이끌려 발걸음을 향한다. 레트로의 열풍에 힘입어 을지로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저녁시간이 다가오면 <만선호프>엔 젊은이와 직장인들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을지로, 대체 이곳은 어떤 곳이길래 우리를 이토록 사로잡는 것일까.

 

 

 

일러스트레이터가 담아낸 을지로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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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이야기,

50년 동안 이름을 이어온 가게,

내일이면 사라질 간판.

나만의 을지로를 수집합니다.


 

책의 저자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다. 도시의 다양한 모습을 기록하고 수집하길 좋아하는 저자는 을지로가 재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을지로로 향하는 버스를 탄다. 사라지고 잊혀질지도 모르는 풍경을 오롯이 담아내고 싶기 때문이었다.


저자의 시선으로 담긴 을지로의 풍경은 평화롭거나, 때로는 활기차고 역동적이다. 평일과 주말의 을지로는 사뭇 다르다. 평일엔 바삐 걸음을 옮기는 회사원과 가게를 오픈하고 분주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풍경이라면, 주말은 되려 고요하고 한적하다.

 

시간대에 따라 색다르게 펼쳐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낮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밤에는 오히려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다. 을지로는 그때그때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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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을지로에 있는 총 7개의 공간을 조사하고 인터뷰했다. 오래도록 간판과 상호를 지키고 있는 <풍년 이발소>, 빈티지 의류와 음반을 판매하는 편집샵 <오팔>, 홍콩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사진관 겸 현상소 <망우삼림>.

 

디자인 스튜디오와 함께 운영되고 있는 독립서점 <노말에이>,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는 인쇄 공방 <디자인점빵>, 이화 다방을 계승한 카페 겸 바 <에이스포클럽>, 두 디자이너가 함께하는 작업실 까지. 개성 넘치는 7곳의 공간은 을지로의 다채로운 매력을 그대로 품고 있는 듯하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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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디자인점빵이나 인쇄 학교가트렌디하고 시대의 흐름을 선도하는 것으로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오히려 30년 전의 가치를지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인 거예요.아버지 시대 유물을 계승하고 있는 거지.트렌디해 보이는 것은이전의 유물을 해석만 다르게 하는 거고요.

 

인쇄 공방 <디자인점빵> 운영자 박철성 인터뷰 中

 

 

을지로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을지로에 대한 애정이다. 각기 운영하는 공간은 모두 달라도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엔 동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배어있다.

 

을지로에 새롭게 자리 잡은 이들은 과거의 모습과 공간이 품은 역사와 공존하며 살아간다. 공간을 완전히 부수고 새롭게 짓기보단 본래 공간이 지닌 구조와 느낌을 보존하는 방법을 택한다.

 

카페 겸 바로 운영되는 <에이스포클럽>도 1959년부터 있었던 <이화 다방>을 개조하여 계승한 곳이고, <풍년이발소> 또한 주인만 여러 번 바뀌었을 뿐 간판과 상호는 여전히 그대로다. 편집샵 <오팔> 또한 을지로 특유의 날것 느낌을 살려 내부를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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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선 모두가 공존하고 있다. 서로를 챙기는 시골 마을 인심처럼 돕고 돕는다. 열심히 공사를 하고 있으면 한 걸음에 달려와 가족처럼 돕고, 문제가 생기면 서로 얼굴을 맞대고 고민하며, 반가운 얼굴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서울에선 쉽게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 을지로에선 매일같이 나타난다. 그것이 을지로의 매력 아닐까. 세대를 넘어 모두가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곳. 학생이던 직장인이던 함께 술잔을 기울이는 곳. 을지로는 세대를 넘어 우리 모두를 모이게 하는 힘을 지녔다.

 

 

 

함께 만들어가는 을지로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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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홍대, 가로수길... 수많은 서울 거리에 찾아온 젠트리피케이션. 특색 있는 매력으로 사람을 모으던 가게는 끝없이 오르는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버렸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이란 도심 인근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의 돈과 자금이 유입되고,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뜻한다.

 

많은 이들은 요즘 뜨고 있는 을지로에도 젠트리피케이션 바람이 불어올까 걱정하고 있다. 얼마 전 공사에 들어간 재개발 소식도 그리 달갑지 많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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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을지로는 조금 다른 것 같다. 을지로가 나아가는 방향은 다른 곳과는 사뭇 다르다. 이태원과 홍대 등지에선 1층의 오래된 가게를 허물고 새로운 프랜차이즈나 가게가 들어오는 식이었다. 결국 상승하는 월세를 견디지 못해 많은 창업자들은 가게를 떠나야만 했고, 동네는 역사도 잃고 생기도 잃게 되었다.

 

그러나 을지로는 1층 가게 주인이 건물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은 저렴한 월세로 2,3층을 내놓는다. 비교적 부담 없는 월세는 젊은 창업자가 여유롭게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동네의 원래 모습을 보존하면서도 그 속에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비록 재개발이 예정된 지역도 있지만, 그래도 상황은 좀 더 나아 보인다. 본래의 공간과 어우러지며 역사와 전통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재개발이 이뤄진다면 말이다.

 

 

 

세상엔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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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변한다. 사람도 변하고, 유행도 변하고, 도시도 변하고, 세상 모든 것은 변한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변하지 않아야 하는 것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을지로가 이토록 매력적인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모습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공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과거와 역사를 부정한다면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부디 을지로가 지금의 모습처럼 우리 곁에 오래도록 남아주길, 변화의 흐름 속에서도 본래의 모습을 지키며 발전해 나가기를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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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수집

(Euljiro Collection)

 

 

글/그림 : 설동주

 

쪽수 : 248p

 

발행일 : 2020년 1월 23일

 

값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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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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