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혼자에게’, 이병률 작가가 전하는 따스한 힐링

힐링 에세이 ‘혼자가 혼자에게’가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보다.
글 입력 2020.02.1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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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성과를 바탕으로 사람들을 판단하고 이 판단 기준으로 사람들의 인성조차 평가하는 사회이다. 현대 사회는 너무 피로하고 또 괴롭기에 사람들은 끝없는 경쟁과 비교의 현실에서 벗어나 자신의 순수했던 마음을 다시 살리고자 노력한다. 이것은 현대인들의 주 관심사인 용어 ‘힐링’으로 정의되며 이 ‘힐링’을 추구하기 위해 사람들은 노력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독서인데 현대인들은 무슨 분야의 책 읽기를 통해 힐링을 추구할까? 2018 중반기 교보문고 최다판매 순위 10위에서 6개가 위로, 힐링 에세이였는데 이외에도 인터파크나 다른 도서 플랫폼의 최다판매 순위에 힐링 에세이가 필수로 포함되어 있을 만큼 현대 사회에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바로 힐링 에세이이다. 현대인들이 힐링 에세이를 추구하는 이유는 세 가지로 정의할 수 있다.

 

첫 번째, 사람들은 지친 일상에 관한 위로를 직접적이기보다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받기를 바란다. 생활 속의 거창하지 않은, 작은 위로를 바라는 것이다. 또한, 이미 복잡한 사회에 살고 있기에 심오함보다는 가벼움을 원하며 동시에 일상과의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여기서 가벼움이란 문장의 짧고 긴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그 문장들의 문체나 형식이 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위로와 힐링의 내용을 전달하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경쟁에 지친 사람들은 경쟁의식보다는 다 같이 쉬었으면 하는 마음에 함께 하는 휴식을 마음속으로 원하며 이외에도 다른 사람과 같은 상황이라는 것을 증명받고 싶어 한다.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는 이 세 가지 요소를 잘 충족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삶이 진행되면서 겪게 되는 이러한 경험들은 세상에 대한 상실을 경험하게 하며 이러한 상태에서 인간은 마음 또는 정신이 홀로 있는 고독의 상태가 되어진다. 보통 자신이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 상실감에 내재된 부정적인 감정들이 자동적으로 동시에 밀려든다. 이 감정들은 개인의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구축된 이미지들과 혼동되어, 상실감을 견디기 힘든 시련 같은 것으로 여기게 한다.이렇게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상처와 외로움 그리고 고독은 순간순간이 바쁘고 힘든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현대인들은 혼자여서 외로운 감정을 넘어서 절망에 빠지거나 우울함을 느낀다. 과거에는 혼자가 힘들거나 혼자 하는 일상이 너무 외로울 때 사람들과 어울려 보는 것이나 더 활발한 사회생활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러한 조언들에도 사람들의 감정에 진전이 없는 지금, 다른 접근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혼자가 혼자에게’는 확실히 다른 메시지를 전달한다. 혼자로서 혼자를 지탱하고 나아가는 법, 주위에 사람이 없어도 살아가는 혼자가, 혼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혼자여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이기 때문에 더 혼자에게 시간을 쏟아야 한다는 것을 전달해 현대인들이 혼자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혼자라는 것을 더이상 외로운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해준다.

  

 


1) 가벼운 문장, 높은 접근성 확보


  

‘혼자가 혼자에게’는 ‘혼자’에 대한 내용으로 목차를 구성했다. ‘인생의 파도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 ‘좋아하는 것도 사랑하는 것도 나 혼자’, ‘그동안 모른 척했던 나 자신이라는 풍경’ 등으로 혼자가 혼자에게 건네는 말들로 목차를 구성했다. 이 목차는 독자들에게 친근감을 주며 독자들이 혼자였던 자신을 떠올려보고 그때 차마 보듬어주지 못하고 외로웠던 마음을 힐링할 수 있게 한다.


이 책은 내용이 짧은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기보다는 수필 형식으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이다. 가벼운 문장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앞의 서론에서 언급했듯이 첫 번째 요소에서 가벼운 문장이라 함은 길이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작가는 어려운 단어 없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문체로, 예를 들면 ‘오늘 밤도 시간이 나에게 의미심장하게 말을 건다. 오늘밤도 성장을 하겠냐고. 아니면 그저 그냥 지나가겠냐고.’와 같이 자신의 경험 속에서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옆에서 들려주는 듯이 편하게 말을 건넨다. 어려운 단어는 쓰지 않으며, 자신이 느낀 그대로를 꾸밈없는 말로 전달하기에 독자들은 부담 없이 책 속의 세상으로 가서 작가의 경험과 조언들을 듣고 같이 고민하며 위로받을 수 있다.


읽고 싶어 책을 보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서 또는 한 번 읽으면 끝까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읽기 어려웠던 책들과 달리 보고 싶을 때마다 쉽게 꺼내 읽을 수 있는 접근성이 높은 책인 것이다. 이와 더불어 목차 속의 내용이 긴밀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 한 목차를 다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읽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혼자가 혼자에게’는 목차 속 소주제들이 각각의 위로, 각각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지기에 편하게 꺼내서 읽고 싶은 만큼만 골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적인 요소이다.

  

 


2) 책 속만의 세상, 현실과의 일정한 거리감 유지


  

책 속의 작가만의 개인적인 서사를 줌 인, 줌 아웃 효과를 통해 작가의 이야기에 스며들어 현실과의 거리를 조절하게 해주는 것은 다른 유명한 힐링 에세이와 비슷한 점이지만, ‘혼자가 혼자에게’는 사진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글로서도 책 속 세상에 이입해서 일상생활과 자신을 분리할 수 있지만, 시각 자료가 덧붙여진다면 더욱이 온전히 책 속 작가가 만들어놓은 의도적인 공간으로 들어갈 수 있다. ‘혼자가 혼자에게’는 한 에피소드 뒤에 그 내용과 어울리는 사진을 넣어서 읽을 때 그 이야기를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글과 같이 첨부하지 않고 한 페이지 당 그림을 하나씩만 삽입한 것은 글에 시선을 뺏기지 않은 채 사진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칼칼한 날에 나를 덮어주던 음식’ 주제에서는 부엌 사진을 넣어서 글과 잘 어울리도록 한다. 여기서, ‘종일 찬바람을 맞아서 목이 칼칼하거나 몸살 기운이 닥쳤을 때는 국을 담기 좋은 움푹한 그릇을 샀으며 도무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 날에는 칼을 사기도, 도마를 사기도 했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문장은 작가가 혼자일 때의 마음을 스스로 보듬어주는 행위를 묘사한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요리 관련 도구들을 샀을 때는 마냥 기쁜 마음은 아니므로 부엌의 사진을 아무도 없는, 텅 비어서 적막함이 느껴질 정도로 허전한 사진을 가져와서 이 감정을 배가 되게 한다. 이외에도 ‘바람에 동백나무가 잠시 흔들렸습니다’ 에서는 마지막에 동백이 한가득 핀 사진으로 독자들을 작가 자신의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끌어들인다. 이것으로 독자들은 자신의 이야기가 주가 되었던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이입하고 위로를 받기도 하며 현실과 잠시 거리를 둘 수 있게 된다. 현실을 살아가는 것은 좋지만, 그 현실에 너무 치우쳐 살다가 지쳐 삶을 포기하고 싶어질 사람들과 누구나 될 수 있을 현대인에게 잠시 쉼을 준다.

  

 

 


3) 같은 마음, 사회 속 누군가에 관한 공감 형성


  

‘혼자가 혼자에게’는 이병률의 작가 소개부터 색다르다. 이병률은 자신을 ‘시를 쓰고 산문을 쓰고 사진을 찍는다. 술을 마시고 식물을 기르고 사랑을 한다. 저 ‘ㅅ’들과 함께 사는 혼자 사람’이라고 명명하며 이 책을 쓰는 자신도 혼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현대에서 ‘혼자’의 정의는 달라졌다. 사전적인 혼자의 의미는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그 사람 한 명만 있는 상태 혹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거나 함께 있지 아니하고 동떨어져서의 의미이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 기술과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바뀌면서 단어의 정의조차도 바뀌고 있다. 현대인들은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있어도 무언가 좋아하는 것을 하거나 심적 안정이 되는 물건들과 함께 있을 때 혼자라고 느끼지 않을 때도 있으며 때로는 친구들, 지인들, 아니면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있을 때에도 혼자이고 외로운 듯한 느낌이 든다. 이렇게 혼자의 의미가 달라지는 시점에서 이병률의 ‘혼자가 혼자에게’는 혼자의 의미를 한정하지 않고 ‘혼자같이 느끼는 사람들’을 위로해준다.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들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혼자임을 느끼는 사람들과 나눌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독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혼자’를 느낀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며 누군가도 나처럼 혼자의 삶을 느낀다는 것을 깨달으며 혼자로서 어떻게 앞으로 살아갈지 자신만의 답을 내리는 동시에 혼자 있을 누군가에게 공감하고 그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 ‘혼자가 혼자에게’는 혼자만의 삶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의 의미에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녹여낸다. 다른 사람과 ‘혼자’를 나누어 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혼자가 혼자에게 해주는 서툴면서 따스한 조언들을 해주는 것이다.


결국, 나도 혼자고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혼자이지만, 책을 읽으며 우리는 서로 ‘혼자’의 감정을 나누고 있음을 강조한다. ‘혼자 온 사람이 덩그러니 술을 마시는 동안 어떤 누군가와 앉아 있는 기분으로, 술을 마시라는 것이다.’ 와 같은 문장들은 작가의 이런 의도를 잘 나타내어 준다. 그 누군가가 실제 사람이든 아니면 허상의 인물이든 아니면 어떤 물체이든 ‘혼자’의 감정을 나누어 보라는 조언은 현대인들이 ‘혼자’의 마음을 잘 이겨낼 수 있게 한다.

  

 


현대인들의 탈출구, 힐링 에세이


  

힐링 에세이는 저자가 다루는 내용을 독자가 공감하면서 자연스럽게 ‘힐링(Healing)’ 효과를 유발한다. 해석의 여지가 있는 문학 작품과는 다르게, 직관적으로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그 자체로도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으며, 가지고 있던 근심을 조금 덜 수 있다는 점이 힐링 에세이의 역할이다. 다른 사람이 쓴 문장이 곧 자신의 이야기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힐링 에세이는 많은 독자의 마음을 녹였다. 서로 처음 보는 사람이 악수하며 반갑게 인사하듯이, ‘너도 그러니? 나도 그랬어.’와 같은 통성명에 서로 악수를 하는 셈이다.


이처럼 힐링 에세이는 현대인들에게 자연스럽게 힐링을 유발함으로써 점점 사회의 트렌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힐링 에세이를 보면 세 가지 요소, 즉 높은 접근성을 위한 가벼운 문장, 현실과의 일정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는 책 속만의 세상, 사회 속 누군가에 관한 공감 형성 가능한 내용이 힐링 에세이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요소들을 분석해 내었을 때 전과는 달라진 책을 읽는 기준에 현대 사회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힐링 에세이가 급부상했다는 것은 확실히 전보다 현대인들의 힐링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혼자가 혼자에게' 가 연중 베스트 셀러인 것은 현대 사회에서 혼자라고 느끼는 사람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일반화를 시켜 모든 독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보통의 힐링 에세이와 다르게 개인적 서사를 적절히 섞어 전달하기에 그리고 이외에도 많은 요소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기에 이와 같은 힐링 에세이들이 더욱 많아진다면 현대인들의 삶을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라 확신한다.


힐링 에세이는 더욱 인기가 많아질 것이며 더욱 많은 이들의 마음을 보듬어 줄 것이다. 현대 사회는 앞으로 개인의 소외를 보듬어주며 천천히 나아가기보다는 오히려 급속도로 변할 것이며 해야 할 것이 많은, 쉬지 못하는 곳이 될 것이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는 극에 달하고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힐링해야 할지 헤맬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그리고 미래에 이 세 가지 요소를 섞어 낸 힐링 에세이, 더 나아가 더 많은 세심한 요소들이 추가될 에세이는 사회에 필수 조건이며, 현대인들의 일상으로부터의 탈출구가 될 것이다.

 

   
[김정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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